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1)

[우주시대] 우주를 탐하는 자가 지구의 富를 가진다

배셰태 2015. 12. 13. 09:28

[Weekly BIZ] 우주를 탐하는 자가 지구의 富를 가진다

조선일보 2015.12.12(토) 워싱턴=온혜선 기자

http://m.biz.chosun.com/svc/article.html?contid=2015121101833

 

[Cover Story] 스콧 페이스 美 우주정책연구소장

 

세계의 스타 기업인들이 우주로 향하고 있다. 1950~1960년대 미국·소련 간 달 착륙 경쟁 등 우주 패권 경쟁이 국가 간 자존심을 건 한판 승부였다면, 지금은 우주를 꿈꾸는 민간 기업들이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적은 비용으로 우주정거장까지 화물을 나르거나, 우주여행 비용을 낮춰 많은 사람이 우주 관광을 경험하게 하겠다는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조금씩 성과도 나오고 있다. 미국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제프 베조스는 지난달 24일(현지 시각) "전날 발사된 우주 로켓 '뉴 셰퍼드'가 원형 그대로 지상에 무사히 착륙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우주 로켓은 제작에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지만, 재활용이 되지 않아 쏘아 올릴 때마다 새로 만들어야 했다. 로켓 재활용이 가능해지면서 훨씬 싼값에 우주를 탐사할 수 있게 됐다. 베조스는 2000년부터 우주 개발 업체 '블루 오리진'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우주 산업에 출사표를 던진 인물은 베조스만이 아니다.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창업자 겸 CEO인 일론 머스크는 2002년 기업 '스페이스X'를 설립하고 로켓 '팰컨 나인'을 개발했다. 팰컨 나인은 미 항공우주국(NASA)의 용역을 받고 우주정거장에 화물을 실어 나르고 있다. 구글의 공동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도 달 탐사 프로젝트와 우주 엘리베이터 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영국 버진그룹 회장인 리처드 브랜슨도 우주 관광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사실 우주로 직접 향하지 않더라도, 우주 산업은 이미 우리 생활 속에 들어와 있다. 위성을 이용해 지도를 보고, 위성을 이용한 내비게이션을 보고 달리고, 위성을 이용한 인터넷을 즐긴다. 통신과 모바일 기술이 발전하면서 우주 산업의 이용 가치가 급속도로 높아지고 있다. 현재 우주 산업은 어디까지 와 있는 것일까. 왜 굳이 위험이 크다는 우주선이나 우주여행 산업에 혁신을 주도했던 기업들이 이름을 올리는 것일까?

 

 

스콧 페이스(Pace·56) 미국 우주정책연구소장은 "우주 산업에 투자하는 것은 스타트업(창업 초기 기업)에 투자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페이스 소장은 "다만 우주 탐사나 우주 관광에 국한해 우주 산업의 상업적 가치를 이야기해서는 곤란하다"며 과거 우주 산업이 탐사 중심의 '에어로스페이스(aerospace)' 단계였다면, 현재 우주 산업은 다른 분야의 첨단 기술과 결합해 기업들에 전에 없던 사업 기회를 제공하는 '스마트 스페이스(smart space)' 단계라고 설명했다. 인터넷과 모바일 서비스의 발전으로 막대한 부를 일궈낸 스타 기업인들이, 신기술의 보고인 우주 산업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페이스 소장은 조지 부시 대통령 시절 백악관에서 우주 정책을 담당하다 2002년부터 2008년까지 나사(NASA) 부국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조지워싱턴 대학 교수로 재임 중이다. 미국 내에서 차기 나사 국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이다.

 

―제프 베조스나 일론 머스크 같은 성공한 기업인들이 우주 탐사, 우주 관광 등 우주 관련 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민간 기업이 군침을 흘릴 만큼 우주 산업이 상업적으로 매력적인가요?

 

<중략>

 

―우주 산업의 상업적 가치는 크지 않다는 뜻인가요?

 

"그런 의미로 말한 것은 아닙니다.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우주 산업 분야 안에도 여러 산업이 있고, 상업적인 가치가 큰 사업은 따로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우주 산업을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로켓(발사체) 사업은 돈을 버는 사업이 아닙니다. 돈을 쓰는 사업이죠(웃음). 위성 제조로 돈을 벌 수는 있지만, 수익성은 사실 높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많은 나라가 발사 장치를 보유하고, 위성을 쏘아 올리고 싶어 합니다. 우주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부가가치 상품을 만들거나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원천 기술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위성을 쏘아 올리고, 우주 탐사나 우주 관광에 나서는 것이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그래픽=박상훈 기자

 

우주 산업에는 천문학적인 돈과 최첨단의 기술력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그동안 산업을 이끌어온 것도 이런 재원을 조달할 수 있고, 첨단 기술을 개발하거나 사올 수 있는 각국 정부였다. 하지만 최근 흐름이 바뀌었다. 민간 기업이 보유한 기술 수준이 크게 올라가면서 직접 발사체를 만들거나, 우주 탐사를 추진하는 민간 기업이 늘었다. 각국 정부도 예산 절감을 위해 민간 기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지난 2012년에는 미국 항공우주국의 용역을 받은 '스페이스 X'가 민간 기업으로는 세계 최초로 무인 우주 왕복선 발사에 성공했다. 우주 산업이 민간의 영역으로 내려오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민간 기업이 많은 돈을 투자해 우주 산업을 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 듭니다.

 

"관점을 달리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주 산업의 부가가치는 우주가 아니라 지상에서 창출됩니다. 가령 위성항법장치(GPS)를 활용하면 교통 정보를 수집할 수도 있고, 클릭 몇 번으로 선명한 거리 사진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원천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로 돈을 버는 것입니다. 우주에서 돈을 쓰고, 지상에서 돈을 버는 셈입니다. 재미있지 않나요?"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가 최근 우주 로켓 회수 실험에 성공했습니다.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베조스의 '블루 오리진'이 한 실험이 엄청나게 혁신적인 것은 아닙니다. 기술적으로 일보 전진했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어렵습니다. 우주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기술입니다. 게다가 블루 오리진은 로켓을 발사한 경험이 거의 없습니다. 좋은 로켓과 뛰어난 인재를 확보했지만 그것만으로 우주 산업에서 성공할 수 없습니다. 시장의 신뢰를 얻으려면 오랫동안 우주 비행 경험을 쌓아야 합니다."

 

―민간 우주 회사 가운데 어떤 기업을 높이 평가하시나요?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가 이 분야의 대표적인 기업입니다. 블루 오리진은 스페이스X에 비교하면 확실한 후발주자입니다. 그리고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에어로젯 로켓다인(Aerojet Rocketdyne)'이라는 회사가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두 기업보다 우주 비행 경험이 아주 많은 회사입니다."

 

―우주 산업이 상업적으로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중략>

 

스콧 페이스 미 우주정책연구소 소장은 “우주 산업에 대한 기업인들의 관심이 높아진 만큼 우주 산업의 발전에도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페이스 소장 뒤에 있는 사진은 달 표면에 남겨진 인간의 첫 발자국을 찍은 것. 사진 위에 있는 사인은 닐 암스트롱에 이어 달에 두 번째로 착륙한 우주인 버즈 올드린의 것이다. / 워싱턴=온혜선 조선비즈 기자

 

―우주 산업과 관련된 기술이 큰 가치가 있나요? 실생활에 적용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이 우주에서 쓰이는 기술과 지상에서 쓰이는 기술이 완전히 다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잠시 생각하더니) 로켓 엔진과 항공기 엔진이 있습니다. 로켓 엔진은 극한 환경에서 어떤 금속이 견딜 수 있는지 생각해야 합니다. 항공기 엔진도 비행 중 여러 상황을 고려해서 만들지만, 로켓 엔진보다는 당연히 고려해야 할 변수가 적습니다. 로켓 엔진을 만들 수 있으면, 좋은 항공기 엔진을 만드는 일은 훨씬 더 쉽습니다.

 

아폴로호가 촬영한 우주 사진을 처리하기 위해 나사가 개발한 디지털 화상처리 기술은 후에 인체 내부를 보는 컴퓨터 단층촬영(CT)과 자기공명영상(MRI)이라는 의료 기기에 적용됐습니다. 엑스레이를 이용해 몸속 종양을 찾는 것은, X선 망원경으로 우주를 관찰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우주에 가는 것은 학교에 다니던 학생이 현장 학습을 가는 것입니다. 우주 기술은 최첨단 기술의 집약체입니다. 험악한 우주 환경에서 쓸 수 있는 기술이 있다면, 지구에서 이 기술을 쓰는 것은 사실 아무것도 아닙니다."

 

―한국에서 '마션' '인터스텔라' '그래비티' 등 우주를 소재로 한 영화들이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우주를 소재로 한 공상 과학 영화에 대한 의견이 궁금합니다.

 

<중략>

 

―일론 머스크처럼 지구 밖에 인류의 거주지를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사업을 하는 기업도 있습니다만.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지구 밖에서 인간이 살 수 있는가, 그리고 지구 밖에서 사는 것에 대해 기꺼이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지를 고려해야 합니다. 인간이 우주 밖에서 사는 것은 남극이나 에베레스트산에 사는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갈 수는 있지만, 외부의 지원이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오랫동안 생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의미 있는 시도지만, 비즈니스를 이야기할 단계는 아닌 것 같습니다."

 

―우주 산업에 뛰어드는 한국 기업에 조언을 한다면?

 

"한국 기업이 강점이 있는 분야가 있습니다. 가령 달 기지를 건설하려면 에너지원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데, 한국 기업들이 원자로 및 원자력 발전 분야에서 경쟁력이 있습니다. 모든 것을 만들려고 하면, 아무것도 만들 수가 없습니다. 잘하는 것에 집중하세요. 그리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파트너를 찾아서 협력하세요. 한국의 바이오테크 기업이 우주정거장에서 연구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