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직장 내 세대 갈등? 서로 다름을 인정하라… 공개적으로 논의하라
조선일보 2015.12.05(토) 런던=배정원 기자
http://m.biz.chosun.com/svc/article.html?contid=2015120401974
'직장 내 갈등 전문가' 태미 에릭슨 런던비즈니스스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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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소포타미아 수메르 점토판에도, 이집트 피라미드 내벽에도,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남긴 글에도 비슷한 얘기가 쓰여 있다. "요즘 젊은이들은 버릇이 없어." 그만큼 세대 갈등은 어느 나라, 어느 시대나 있었다.
그러나 최근 세대 갈등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 한국만 해도 젊은이들은 '헬조선(지옥이라는 뜻의 Hell과 조선의 합성어)'이라고 주장하는데, 부모 세대들은 경제 성장에 자부심을 가지라고 말한다. 외국도 마찬가지다. 프랑스에서는 세대 갈등을 고발하는 노래가 인기를 끌었다.
세대 갈등이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곳이 기업이다. 상사들은 요즘 젊은 직원들이 제멋대로라고 비판하고, 젊은 직원들은 상사들이 꽉 막혀 있다고 비판한다. 윗사람들은 젊은 직원들이 회사 분위기를 이기지 못하고 그만두는 것에 대해 '인내심이 부족하다'고 비판한다. 최근 기업 임원들이 가장 고민하는 것 중 하나가 젊은 직원들의 이직을 막는 것이다.
이들은 왜 이렇게 다른 걸까. 그리고 왜 세대 갈등은 갈수록 심화하는 걸까.
태미 에릭슨(Erickson·61) 런던비즈니스스쿨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사회 변화가 빨라지면서 세대 간 갈등이 더욱 커지고 있다"며 "이를 다스리는 것이 리더십의 주요 덕목으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이런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이해하는 데서 한 단계 나아가 여러 세대가 융합될 수 있는 근무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직장 내 갈등 전문가인 에릭슨 교수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컨설팅그룹 맥킨지 등으로부터 가장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석학으로 인정받는다. 올해로 3회 연속 경영학자들의 랭킹인 '싱커스 50'에 이름을 올린 그를 지난달 영국 런던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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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최근 세대 간 갈등이 격화되나요?
"먼저 미국의 예를 들어보죠. 세계 대전 직후에 태어난 미국 베이비붐 세대(1946~1965년생. 미국 인구의 29%를 차지)는 목표를 향해 전력 질주하는 경향이 큽니다. 전쟁 이후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는 시기에 태어났지만 인프라는 따라 주지 못했어요. 좁은 교실에서 복닥거리며 다른 학생들과 경쟁해야 했고, 성공하기 위해 끊임없이 앞만 보고 달려야 했습니다.
반면 그다음 세대인 X세대(1965년~1980년생)는 성향이 달라요. 한 X세대 학생은 저에게 베이비붐 세대는 콩나무 줄기를 오르는 데 열중하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 학생은 '베이비붐 세대는 그저 가능한 한 높이 올라가려고 하지, 강낭콩 줄기의 기반이 어떤지는 걱정하지 않아요'라고 말했지요.
저는 오랫동안 이 문제를 연구했습니다만, X세대 직장인은 선택지와 가정을 기반으로 사고하는 경향이 짙었습니다. 이런 일이 일어나면 어떻게 할까? 나에게 대안으로 삼을 계획이 있을까? 이들은 매우 주의 깊게 여러 대안을 동시에 고려합니다. 앞만 보고 달리는 저 같은 베이비붐 세대와는 다르더군요.
특이한 점은 X세대는 그다음인 Y세대(1981년 이후 생)와도 다르다는 거예요. 겨우 20여 년도 지나지 않아 세대적 특성이 두드러지는 것이지요. 그들은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 세대인데, 과거 어느 세대보다 풍요롭게 자랐지만, 그와 반대로 불안감이 한층 더 커진 특징이 있습니다. 테러, 학교, 폭력, 저성장이 사회문제로 대두하던 시대에 성장기를 보냈기 때문에 미래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이 있지요. 미국에서 '실직'이라는 개념은 1981년부터 생겼습니다. 이전까지는 미국 노동청에서 실직자의 수를 셀 필요가 없었습니다. 이 때문에 Y세대들은 취직과 승진만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늘 불안해합니다. 상대적으로 이직도 잦고, 투잡(복수 직업) 등 한 번에 여러 직함을 가지려는 욕구가 있습니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않으려는 성향이 큽니다.
이들은 대체로 현재를 얼마나 충실하게 살고 있는지, 그리고 자신이 지금 하는 일이 의미가 있고, 흥미로운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미래를 위한 저축과 인내보다는 현실의 행복이 더 가치 있다고 여기기도 하죠."
―그러나 이런 세대 갈등은 결국은 '미국의 경우'일 뿐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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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붐 세대의 자녀 세대가 갈등을 일으키는 특별한 원인이 있나요?
"대부분 나라에서 사회적으로 리더 격인 베이비붐 세대는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여깁니다. 입학, 입사, 승진 등 끊임없이 남들과 경쟁해야만 더 좋은 것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죠. 그리고 기적과 같은 일들을 이뤄왔기 때문에 노력하면 못 할 일이 없다는 자신감도 있습니다.
하지만 직장 내 20~30대로 사원, 과장 정도의 역할을 하는 세대들은 다릅니다. 이들의 가장 큰 특징은 기대 수명이 최대 120세라는 것입니다. 이런 차이가 이들보다 윗세대에 속한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그들은 20대를 실험을 위한 시간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수명이 길기 때문에, 20대에 정착하기보다는 좀 더 탐구하고, 새로운 경험을 통해 자아를 찾고 싶어 합니다. 예전 세대보다 훨씬 더 느슨한 태도를 가지고 있는 것이죠. 이 때문에 최근 어렵게 취직에 성공하더라도 쉽게 그만두는 신입 사원이 늘어난 것입니다."
―직장 내에서 각 세대를 융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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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에 대한 개념 자체에 큰 변화가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오늘날의 노동자는 많은 면에서 직장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최근 기업의 문제 중 하나는 조직 구조가 19세기 모델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협업을 필요로 하는 기술들은 앞다투어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협업 시스템은 19세기 조직 구조에 막혀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힘을 모아 짐을 나른다' 수준의 협업 시스템에서 벗어나고 있지 않지요. 협업을 해야 하는 일들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그 일을 하는 방식은 후진적이라는 거예요.
그리고 이런 사실이 우리 젊은 세대들이 회사에서 편안함을 느끼지 못하거나 쉽게 적응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과거의 조직은 본질적으로 조직과 상사에 대한 충성의 대가로 관심과 보호를 제공한다는 공식에 기반을 두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젊은이들은 이런 공식을 받아들이는 것조차 거부감을 느끼지요.
이는 협업이 아닌 조직 이기주의적 행동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따라서 오늘날의 기업은 이런 공식을 깨고 직원들과 새로운 종류의 합의에 이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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