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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률 14% 허덕이던 캐나다..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에서 해답을 찾다

배세태 2015. 11. 11. 11:48

[더 나은 미래] 14% 실업률 허덕이던 캐나다.. '사회적경제'에서 해답을 찾다

조선일보 2015.11.10(화) 김경하 기자

http://m.media.daum.net/m/media/society/newsview/20151110030215745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5/11/09/2015110902130.html

 

[Cover Story]

年매출 17조원, 퀘백주 GDP 8% 책임지는 사회적경제협의체 '샹티에' 낸시 님탄 대표

 

초창기 은행·대기업이 1달러 투자하면 州가 1달러 투자하는 'RISQ' 기금 조성
20년간 400여 사회적기업에 무담보 대출, 90% 생존율… 1달러당 사회·경제효과 9달
7000개 기업·단체, 12만명 직원 가입… 2013년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 이끌어

 

캐나다 퀘백주는 인구(800만)보다 협동조합 조합원 수(880만)가 더 많은 도시다. 사회적경제(협동조합·사회적기업) 종사자 수는 15만명 이상, 조직은 7000개가 넘는다. 이들의 연간 매출 규모는 150억달러(약 17조원), 퀘백주 국내총생산(GDP)의 8%에 이른다. 지난 4일, '2015 국제사회적경제협의체(GSEF) 운영위원회 및 국제세미나' 참석차 방한한 퀘백의 사회적경제 대모(代母) 낸시 님탄(64·사진) 여사를 서울 성수동 소셜벤처 골목에서 만났다. 그녀는 퀘백의 실업률이 14%까지 치솟았던 1995년, '빵과 장미의 행진'이라는 여성 노동자들의 대규모 거리 시위를 이끈 인물. 이를 기점으로 퀘백주의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NGO 등이 연대한 사회적경제 협의체 '샹티에(Chantier)'의 수장을 맡고 있다.

 

―퀘백주에서는 여전히 '사회적경제' 시스템이 활발하게 작동하고 있나.

 

"1995년 당시 캐나다는 경제 위기를 겪고 있었고, 14%가 넘는 실업률로 살기 어려웠다. 1996년 퀘백 주정부와 협력해 지역 경제의 대안을 '사회적경제'에서 찾기로 한 것이 그 시작이다. 현재 샹티에에 참여하는 단체 및 기업의 수는 7000개, 참여 직원은 12만명이 넘는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퀘백의 사회적경제 움직임은 여전히 역동적이다. 특히 지난 3년간은 앱(애플리케이션), 게임 등 IT로 사회적기업을 창업하려는 청년이 많아졌다. 몬트리올시의 문화 행사, 서비스 등을 집단 지성으로 만들어가는 개방형 시민달력(Open Calendar) 앱을 만들거나, 폭설이 내렸을 때 실시간 교통 정보를 제공해주는 등이 그 예다. 환경, 유기농 농산물, 식량 주권, 보육, 노인 돌봄 등 전통적으로 협동조합이 강세였던 분야도 성장세다. 대학의 경영학 교육과정에도 '사회적경제' 개념이 포함됐다."

 

 

―퀘백의 사회적경제가 지난 20년간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핵심은 무엇인가.

 

"사회 투자 자본이다. 1997년, 샹티에를 설립한 이듬해 '퀘백사회경제투자네트워크기금(이하 RISQ)'을 바로 조성했다. 그 당시에는 사회적기업이 어디서 대출을 받을 수도 없었고, 벤처캐피털을 활용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민간 금융 기관과 대기업이 1달러를 투자하면, 퀘백주에서 1달러를 매칭 투자하는 방식으로 기금을 조성했다. 경영자협회, 노동자연맹 등 다양한 기관을 대상으로 모금 활동을 해 1000만달러(한화 약 113억)를 모았다. 사회적기업에 5만달러까지 '무담보 대출'을 시작했다. 아주 리스크가 높은 투자 기금이다. 당시에는 아마 '버리는 돈'이라고 생각했을 거다. 이 기금을 가지고 20년간 400여개의 작은 사회적기업에 장기 투자(7~8년)했다. 근데 성과가 놀랍다. 일반적인 스타트업은 생존율이 20%에 그치지만, 이 기금을 활용한 사회적기업의 평균 생존율은 90%다. 수익률도 6~8%에 이른다. 이 성과에 힘입어, 2006년에는 '샹티에 기금(fiducie)'이라는 5300만달러(한화 약 600억) 규모 신탁 기금도 조성했다. 이 기금은 원금 상환 기간이 15년이다."

 

'인내 자본(Patient Capital)'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무담보 대출, 10년이 넘는 원금 상환 기간까지… 기금 운영의 리스크는 없었나.

 

<중략>

 

―사회 투자를 받아 성공적으로 사회적인 임팩트(Social Impact)를 많이 창출하고 있는 사회적기업의 대표 사례가 있다면 소개해달라.

 

<중략>

 

―한국에서는 사회적경제 조직을 대상으로 한 정부 지원이 늘어나고 있다. 인건비 지원부터 사회적기업 창업 지원까지 다양한데, 현장에서는 정부 지원금(grant) 형식의 자금이 사회적경제 조직의 역량과 기업가 정신을 저해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그 비판은 항상 있을 수 있다. 단, 사회적경제가 아닌 영리 기업도 세제 혜택 등 정부로부터 많은 혜택을 받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할 것 같다. 공공의 지원을 통해 사회적기업이 경제활동에 참여하면서 '학습효과'를 누릴 수도 있다. 퀘백에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늘 정부 보조금이나 기부금을 받아서 경영을 하는 방식은 좋지 않다. 사회적경제 조직이 대출을 받고도 상환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어야 한다. 단, 일반 민간 분야의 금융투자 방식과는 맞지 않는다. 사회 투자와 같은 사회적경제 조직에 맞는 금융 방식이 마련되어, 책임 있는 사회적기업들이 만들어져야 한다. 고무적인 것은 내가 20년간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깨달은 '사회적기업가 정신'의 중요성을 차세대 경영가들에게 심어주고 있다는 점이다."

 

―퀘백에서는 2013년 10월, 사회적경제기본법이 의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한국에서는 지난해 4월부터 추진되던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이 늦어지고 있는데….

 

"샹티에가 이끌어낸 중요 성과 중 하나다. 사회적경제 조직의 성과를 정부로부터 인정받기 위해 지난 20년간 소셜 임팩트를 측정해왔다. 매출·영속성뿐만 아니라 지역 공동체에 어떻게 기여하는지도 평가했다. 그런데 이 3가지 모두 사회적경제가 높은 점수를 차지했다. 기본법에 따라 앞으로 퀘백주는 모든 정책에 사회적경제를 고려해야 하며, 5년마다 정부는 주의회에 '사회적경제 실행 계획'을 보고해야 한다. 법의 주석에는 퀘백주의 모든 부처는 기존의 정책을 고치거나 새로운 정책을 만들 때, 사회적경제를 증진해야 한다고 명시됐다. 정파와 상관없이 사회적경제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사회적경제에 대한 개념이 한국에서는 아직 혼란스럽다. 일각에서는 사회적경제를 자유시장경제 체제를 부정하는 개념이라고도 말한다. 사회적경제란 무엇인가.

 

"시장경제의 부작용을 메울 '대안'으로 보는 것이 적합할 것 같다.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증거는 퀘백 20년의 결과를 보면 알 수 있지 않나. 사회적경제 조직은 경제적으로도 사업성 있는 기업을 운영해왔다. 영리 기업에 비해 3배 넘는 생존율을 보이고 있다. 사회적기업이 영리기업과 다른 점은 투자자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해당 지역사회에 혜택을 가져와야 한다는 점이다.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되거나 사회적경제 조직의 배당 금지 조항들이 이를 뒷받침한다. 또한 민주적인 의사 결정 등 '굿 거버넌스(good governance)'를 가지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무엇보다 자본보다 사람을 중요시하는 경영철학이 사회적경제의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