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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인으로 사고하라] 공유의 시대, ‘공유’로 새로운 세상을 꿈꾸다

배셰태 2015. 10. 16. 09:29

‘공유’로 새로운 세상을 꿈꾸다

한겨레 2015.10.15(목) 안창현 기자

http://m.hani.co.kr/arti/culture/book/713095.html

 

공유인으로 사고하라

데이비드 볼리어 지음 | 갈무리 펴냄 | 2015.10.15 출간

 

<중략>이미지

 

주류 경제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유지의 비극’에 대해 들어봤을 것이다. 모두에게 개방된 초원에서는 목동들이 각자 이익의 극대화를 위해 가축을 마구 풀어놓을 터이고, 결곡 초원은 황폐해질 것이라는 ‘과학적 예측’을 일컫는 말이다. 이를 막기 위해선 울타리 치기, 즉 사유화 과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으로 연결된다. “불평등이 완전한 황폐화보다 낫다”는 진단과 함께.

 

지은이는 이런 ‘상식’에 정면으로 도전한다. 공유지의 비극 논리에는 목동들이 협의를 통해 비극을 막을 능력이 없다는 전제가 숨어 있고, 수많은 실제 사례를 무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역사 속에 존재했던 공유지는 언제나 경계, 사회적 규범, 무임승차에 대한 규제가 작동했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공유’(공유재·commons)를 연구하고 그 보호활동을 하는 운동가로서, 이번 책에 공유가 무엇인지를 종합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공유지의 비극 명제를 비판할 뿐 아니라, 위키피디아와 종자 공유, 공동체 삼림, 협동적 소비 등 전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차원에서 벌어지고 있는 공유 운동을 소개한다.

 

그러면서 공유란 “단순히 특정 자원을 일컫는 게 아니라, 공동체가 그 자원을 관리하는 관행과 규범을 함께 일컫는다”고 정의한다. 요컨대 ‘자원+공동체+일련의 사회적 규약’, 세 가지 구성요소를 갖는다는 얘기다.

 

지은이는 이와 함께 자본주의의 기본적 속성이라 할 수 있는 사유화, 즉 울타리 치기(인클로저)가 지금도 지구 곳곳에서 지식과 문화, 공적 공간 등을 대상으로 체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매섭게 비판한다. 수천년 동안 주민들이 평화롭게 공유하면서 효과적으로 이용했던 갖가지 자원에, 어느 날 기업이 깃발을 꽂고 울타리를 치면서 사유를 선언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 독자는 지은이가 “공유(재)는 시장과 국가의 유력한 대안”이라고 선언하는 대목에서 고개를 갸웃할 수도 있다. “대의민주주의가 허울 좋은 가식이 되어버린 시대”라는 진단은 현실 정치에 대한 ‘회피’일 수 있고, “직접적 현실 참여”를 통해 세상을 바꾸겠다는 건 자칫 교육받은 중산층의 ‘낭만적 직접민주주의’ 요구와 비슷해진다. 좋은 이야기라도 과장은 금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