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턴 교수 "모두가 부자될순 없어…분배와 성장 이분법적 사고 버려야"
매일경제 2015.10.13(화) 노영우/최승진/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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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층이동 사다리 걷어차는 부자들의 행위 막고, 국가는 저소득층에 대한 건강과 교육서비스 늘려야
◆ 디턴교수가 한국에 주는 메시지 ◆
`성장이냐 분배냐.` 우리 경제를 얘기할 때 항상 달고 다니는 문제다. 분배를 중시하면 성장이 저해되고 성장을 추구하면 분배가 악화된다는 게 일반적인 경제 상식이다. 2015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앵거스 디턴 프린스턴대 교수는 성장과 분배를 이분법적 사고로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노벨상 수상을 계기로 그의 불평등론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디턴 교수는 그의 저서 `위대한 탈출`에서 "불평등은 경제성장 과정의 결과물, 모두가 부자될 순 없다"라는 말로 불평등과 성장 간의 관계를 명쾌하게 정리했다.
역사상 어떤 시대보다도 현시대의 사람들이 평균적으로 더 건강하고 윤택한 삶을 누리고 있다. 동시에 불평등 또한 확대되고 있다. 이는 성장의 결과물이라는 것이 그의 시각이다. 불평등이 성장에 미치는 효과도 두 가지로 설명했다. 우선 불평등이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불평등은 개인에게 인센티브를 줄 수 있다. 부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제품이 만들어지고 생산성도 높아진다. 다른 아이가 학교에 다니는 모습을 부러워한 아이가 자기 자신도 교육을 받기 시작하는 것은 불평등의 긍정적인 효과다.
아이가 불평등의 대상을 따라가기 위해 교육을 받다보면 그 대상과 동일한 수준까지 오를 수 있게 된다는 논리다. 불평등이 성장에 미치는 부정적인 효과도 있다.
디턴 교수는 부와 권력을 획득한 사람이 다른 사람들이 부자가 되려는 노력을 방해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부자가 된 다음 사다리를 걷어차면 계층 간 이동이 불가능해지고 이는 결국 성장을 가로막는다.
부자들이 정치인들을 움직여 공교육이나 가난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의료행위 등을 제한하는 것 또한 부정적인 예로 들었다. 디턴 교수는 "불평등이 지나치면 성장을 위한 창조적 파괴의 숨통을 죈다"고 언급했다.
디턴 교수의 불평등에 대한 생각은 지난해 `피케티 열풍`으로 세계를 휩쓸었던 토마 피케티 교수의 생각과 차이가 난다.
피케티 교수는 불평등의 원인을 자본소득과 노동소득 간의 격차에서 찾았다. 일하지 않는 사람들의 소득이 열심히 일하는 사람의 소득보다 많아지면서 불평등이 커지고 이는 경제 사회 발전을 저해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디턴 교수는 성장을 지속하는 경제는 불평등이 낮아질 수 있고 공정한 경쟁만 보장된다면 불평등이 성장을 촉진할 수도 있음을 강조했다. 김낙년 동국대 교수는 "모든 사람들이 평등한 사회라면 인센티브가 없기 때문에 성장이 안되는 사회로, 적절한 불평등이 성장을 촉진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디턴 교수의 연구는 한국 경제에도 상당한 시사점을 주고 있다. 건강한 의미의 불평등은 용인하되, 계층 간의 이동성을 인위적으로 막는 행위는 방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계층 간 이동성`이 오히려 퇴보하고 있는 우리 사회가 참고해야 할 만한 주장이다. 계층의 이동이 가능한 기본적인 시스템인 노동과 교육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의 교육이 `계층 대물림`의 통로로 전락해 사회의 활력을 저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희삼 KDI 인적자원정책연구부장은 "효율적이고 창의적인 생산요소의 활용이 고부가가치 성장의 비결이지만 한국은 이동성의 함정과 창의성의 장벽에 부닥쳐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현행 교육 시스템은 창의성을 제약하고 있고, 사회적 자본 형성에도 기여하지 못하고 있어 개혁이 필요하다고 보고서에서 주장했다.
노동 시스템 또한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중략>
다만 전문가들은 디턴 교수와 피케티 교수가 서로 대척점에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김낙년 교수는 "피케티 교수는 선진국 내에서 부가 특정 계층에 편중되는 것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을 분석했고, 디턴 교수는 빈곤층의 실태를 드러내고 그들에 대한 분석을 하고 있다"며 "오히려 두 논리는 보완적인 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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