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미국 자본주의 모델이 구조적으로 변하고 있다
조선일보 2015 09 19(토) 노아 스미스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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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증시 상장이 줄어들고 있다는데…
기술을 기반으로 창립된 스타트업(창업 초기 기업)이 붐을 일으키고 있지만, 미국에서는 막상 상장을 시도하는 스타트업이 적어지고 있다. 또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지(紙)에 따르면 신규 상장 기업 중에서 기술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7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는데, 올해만 볼 경우 미국 증시에 상장한 기업 중 11%만 기술 기업이었다. 게다가 상장한 기술 회사들의 주가도 그다지 좋지 않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수치가 '벤처 캐피털리스트가 내놓은 신규 상장 주식 물량이 증시에서 인기가 없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지분을 사려는 수요가 적기 때문에 기술 기업의 증시 상장이 드물다'인데, 이 주장에는 문제가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지적했듯이, 기술 기업 주식은 증시에 상장돼 일반 투자자에게 팔리기 시작한 이후로 주가가 떨어졌다. 하지만 상장 후에 주식이 떨어졌다는 건, 일반 투자자들이 상장 첫 거래에서 비싼 값에 그 주식을 샀다는 의미다. 그리고 첫 거래에서 비싼 값에 팔렸다는 건, 수요가 상당히 높았다는 의미지, 수요가 낮다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투자자들은 기술 기업이 상장하자마자 '프리미엄'을 더 주고라도 서둘러 사들인 것이다. 따라서 기술 기업의 상장이 줄어드는 건 일반 투자자들이 그들의 지분을 원치 않아서가 아니라, 사실 그들이 기업공개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당신이 젊고, 어떤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데, 회사를 키우고 싶다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많은 돈이 필요할 것이다. 전통적으로, 많은 현금을 조달하기 위해선, 주식 시장이 가장 흔한 수단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증시 외에도 다양한 옵션이 있다. 예를 들어, 기업을 공개해 주식 시장에 상장하는 게 아니라, 벤처 자금이나 개인 자본으로 자금을 모으는 '준기업공개 현상'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 벤처 캐피털 시장으로 간 돈은 4000만달러 이상인데, 이는 주식시장 상장을 통해 기업들이 조달하는 자금의 규모를 넘어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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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요인은 간단히 말해서, 사모 산업이 커진 것이다. 과거에는 주식 시장 상장만이 대규모 투자자를 끌어모아 자금을 모으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투자자의 자금 대부분이 뮤추얼 펀드나 다른 기관 투자자에 의해 운용된다. 이런 기관 투자자 몇몇이 모여 사모 펀드를 만들 수도 있고, 벤처 캐피털 펀드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자금을 다양한 비상장 회사로 구성된 포트폴리오에 투자할 수 있다.
과거에는 소매 투자자는 상장되지 않은 우버(Uber·차량 공유 기업)의 주식을 살 수 없었다. 이제는 간접적으로 중개인을 통해 살 수 있다. 회사는 이를 통해 기업공개를 했을 때 발생하는 기업의 지나친 투명성 유지와 규제 부담을 덜 수 있으면서 자금에도 접근할 수 있다.
미국 증시에 상장하는 기업이 줄어든 게 무슨 이유든 중요한 질문이 하나 있다. 그게 굳이 나쁜 건가? 유명 벤처 투자가인 마크 앤드리슨은 "증권 시장은 상장사가 주주의 눈치를 보느라 단기적으로 생각하게 하는 반면, 비상장 회사들은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일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데이터도 있는데, 비상장 회사들이 상장 회사보다 이익 대비 재투자 비중이 크다는 것이다.
따라서 아마도 증권 시장은 시장으로서의 역할 면에서 다소 실패했다고 볼 수 있고, 미국 회사와 미국 경제는 비상장 자금 조달로 넘어가는 것이다. 대신 비상장 시장의 불투명성과, 적은 유동성이 상장 시장의 단기성(단기 투자자 때문에 기업이 단기 실적만 생각하게 하는)보다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어떤 경우라도 경제학자들은 미국 자본주의 모델의 구조적 변화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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