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1)

한국 재계 순위 5위, 롯데그룹 형제 싸움이 폭로한 한국 재벌의 부끄러움

배셰태 2015. 7. 30. 18:53

[사설]롯데 일가 싸움이 폭로한 한국 재벌의 부끄러움

한겨레 2015.07.29(수)

http://m.khan.co.kr/view.html?artid=201507292131085&code=990101

 

한국의 재벌 총수 일가에게 사회적 윤리를 기대하는 게 쉽지 않지만 그래도 이 경우는 지켜보기 민망하다. 이번엔 재계 순위 5위 롯데그룹 형제들이 서로 기업을 차지하기 위한 싸움을 벌였다.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이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을 동원해 동생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밀어내려 하자, 동생이 이사회를 열어 형은 물론 아버지마저 내쳤다. ‘부자에게 자식은 없고 상속자만 있다’ ‘돈은 피보다 진하다’는 조롱이 난무한다. 일본 언론은 뼈와 살이 서로 싸운다는 뜻인 골육상쟁(骨肉相爭)이라고 표현했다.

 

막장 드라마의 소재로나 쓰일 총수 일가의 후안무치한 다툼은 재벌가의 일상사가 됐다. 과거 삼성그룹 2세들은 상속과 관련한 소송전으로 칠순을 넘긴 나이에 서로 모욕적인 말을 했다. 현대그룹이 현대차·현대·현대중공업 그룹으로 나뉘고, 금호그룹이 쪼개진 것도 형제들의 다툼 때문이었다. 두산그룹 형제들은 서로 비자금을 횡령했다고 싸웠다.

 

이들이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주요 이유는 적은 지분으로도 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는 후진적인 소유지배구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자료를 보면 지난 6월 말 기준 10대 그룹의 총수 지분율은 평균 0.9%였다. 롯데그룹은 신격호 회장의 지분이 0.05%뿐이고, 일가 지분을 모두 합해도 2.4%에 그친다. 그럼에도 한국과 일본의 100여개 계열사를 자기 개인 재산인 양 지배한다. 실제로 신 회장은 장남과 차남에게 각각 일본롯데, 한국롯데를 이끌게 했고, 장녀는 롯데쇼핑 사장, 막내딸은 롯데호텔 고문에 앉혔다. 범롯데가인 농심과 푸르밀, 동화면세점 등은 신 회장 동생들이 각각 경영한다. 잠실 제2롯데월드를 최첨단 초고층 빌딩으로 짓겠다는 롯데그룹이지만 정작 경영은 봉건체제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룹 경영권을 세습해 총수가 되면 소유 지분보다 훨씬 더 막강한 지배권한을 갖는다. 그러다 보니 계열사에 만족하지 못하고 그룹 전체를 차지하기 위한 재벌가 2, 3세의 다툼이 치열해진다. 이들의 주요 관심사는 어떻게 경영권을 승계하고, 상속세를 덜 낼지 하는 것이다. 재벌은 2, 3세 지분이 많은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줘 그들이 부를 늘리고, 지분을 추가 매집하고 상속세를 낼 실탄을 확보하게 한다. 재벌가 2, 3세에게 사익편취의 기회를 주는 것이다. 최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신의 한 수’였다는 게 재벌가의 평가이다. 상속세 한푼 내지 않고 그룹 전체를 지배할 기반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앞서 종잣돈 45억원을 20년 만에 10조원대로 불린 이 부회장도 편법과 특혜를 통한 사익편취 논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더 큰 문제는 재벌가 2, 3세의 경영능력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창업주는 능력을 인정받은 경영인이었다. 그러나 재벌가의 폐쇄적인 의사결정 구조에 따라 경영권을 세습한 이들은 그렇지 않다. 리더가 무능하면 기업은 위기를 맞는다. 과거 고도성장 시기에 재벌 시스템이 나름의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했지만, 경제규모가 커진 지금도 효과적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그래서 재벌 지배구조를 개선하지 않으면 한국 기업의 유지와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 물론 재벌의 지배구조 개선은 매우 어려운 과제이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정권마다 재벌개혁을 부르짖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이하 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