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창업열풍속 한국만 '우물안 개구리'…"창업은 아이디어로 하는 것"
조선일보 2015.07.23(목) 베이징=김정윤 기자
http://m.biz.chosun.com/svc/article.html?contid=2015072101224&facebook
<중략>
지난 9일 중국 베이징에 있는 경영전문대학원(MBA) 장강상학원(Cheung Kong Graduate School of Business)에서 만난 조동성(사진) 서울대학교 경영대학원 명예교수 겸 장강상학원 전략학 교수는 창업은 “돈이 아니라 아이디어를 가지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경영학계의 거목으로 꼽히는 조 교수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에서 경영학박사를 취득한 후 서울대학교 경영대에서 전략 및 국제경영 교수, 국제지역원 원장, 경영대학 학장을 역임했다. 지난해 2월 서울대에서 정년퇴직을 한 뒤 작년 6월부터 장강상학원의 전임 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조 교수는 7%의 경제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중국에서 제 2의 마윈(알리바바 회장)을 양성하는데 힘을 보태고 있다. 조 교수에게 중국에서 바라본 한국 경제의 문제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물었다.
- 지난해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베이징 중관춘에서만 하루 평균 50개 가까운 스타트업이 생겼을 정도로 중국의 창업 열기는 뜨겁다. 한국과는 많이 다른 것 같다.
“중국과 한국이 다른 것이 아니라 한국만 우물 안 개구리다. 창업 열풍은 중국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미국을 예로들면, 미국 MBA는 1909년에 하버드대학에서 처음 만들어졌는데, 하버드 MBA의 설립 목적은 ‘포천(Fortune)500’ 목록에 있는 대기업의 CEO와 전문경영자를 양성하는것이었다. 이후 탄생한 MIT(Massachusettes Institution of Technoloy) MBA는 기술 경영으로 분야를 차별화했고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와튼스쿨과 시카고대학의 MBA는 금융분야, 노스웨스턴대학의 켈로그스쿨은 마케팅분야의 전문경영자를 양성하는 쪽으로 전문화했다. 스탠퍼드 MBA는 창업이 전문 분야였다.
그런데 지난 5년 간 이런 100년 간의 전통이 완전히 변했다. 전부 다 스탠퍼드가 모델이 됐다. 하버드도, MIT도, 와튼, 노스웨스턴도 전부 창업 중심으로 변했다. 모두 창업자 양성을 핵심 과제로 표방하고 있다. 중국 MBA도 비슷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한국만 그렇지 않다.”
- 왜 한국만 ‘우물 안 개구리’가 됐을까.
“(중략) 명문대학을 나와도 9급 공무원이 되려고 경쟁하는 상황이 된 것도 그 때문이다.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이, 대기업보다는 공기업이, 공기업에서 일하는 것 보다는 정부 공무원으로 일하는 것이 더 안정적이라는 인식이 팽배했다.
북경 중관춘에는 처쿠카페(Chekucafe, 자동차 차고라는 중문의미)라는 곳이 있는데 그 곳은 늘 사업계획을 짜고 있는 중국 학생들로 붐빈다. 한국에도 이런 창업 카페들이 있지만 가보면 대부분 시험 공부하고 있다. 창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 창업 환경 이외에 한국경제의 중요한 문제를 꼽는다면?
“한국 사회에는 역동성(Dynamism)이 사라졌다. 예전에 한국을 설명하는 슬로건이 ‘다이나믹 코리아(Dynamic Korea)’였다. 이 슬로건을 없애서 역동성이 없어진 건지는 모르겠지만 역동성과 활기를 잃어버린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지금의 중국 사회는 한국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활력이 넘친다.
(중략) 창업에 대한 선입견도 이와 비슷한 부분이 있다. 취업이 안정적이고 창업은 위험하다고 하는데 정 반대다. 직장을 가지면 10년 동안은 안정적으로 지낼 수 있겠지만 소위 ‘38선’이란 표현대로 38살만 돼도 눈치를 보기 시작한다.
내가 박사를 마친 뒤에 미국 기업 걸프오일(Gulf Oil)에서 2년 근무를 했는데 동료들이 나보다 나이가 많았다. 미국인 동료들은 직장생활이 언제 꺾이는지 아냐고 물었다. 그때 나는 한국에 빗대어 45세에서 50세라고 답했는데 미국인들이 37세라고 하더라. 그래서 가만히 살펴보니 보니 그 정도 나이만 돼도 사람들이 고개가 숙여지고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런 현상은 한국에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결국 사장이 되는 한 사람만 빼놓고 나머지의 대부분은 길어야 50대에 직장 생활이 끝난다고 보면 된다. 이렇게 불안한 상황이 또 어디에 있나. 물론 창업 성공률은 20% 정도 밖에 안된다. 나머지 80%는 실패한다. 그런데 80% 실패한 사람이 다시 사업에 도전하면 두 번째에는 성공률이 50%로 높아진다. 두 번째 실패하고 세 번째 사업을 하면 성공률은 80%로 올라간다,”
- 하지만 한국에는 ‘패자부활전이 없다’는 말도 있다.
“그건 사람들이 창업 요령이 부족해서 그렇다. 창업을 할 때 은행 돈을 쓰면 안된다. 자기 돈과 친구 돈, 가족 돈 5000만원 정도로 창업을 하는 거다. 공동 투자도 한 방법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5000만원을 다 날리고 나서 조금만 더 돈이 있으면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돈을 빌린다. 하지만 5000만원을 다 날린 그 시점에서 ‘이번 게임은 졌다’고 깔끔하게 인정하고 끝내야 한다. 그리고 다시 5000만원을 모으는 것이 맞다. 사실 요즘 같은 때에 5000만원을 큰 돈이라고 할 수 없지만 5000만원으로 할 수 있는 사업은 여전히 많다. 1000만원만 있으면 만들 수 있는 앱도 많다. 돈이 문제가 아니다.
탈무드에는 이런 내용이 나온다. “사업을 하고 싶어도 돈이 없어서 못 한다고 불평하는 경우가 많지만, 언제나 돈을 빌려주려는 이들이 돈을 빌리려는 이보다 6대 4의 비율로 많다. 그런데도 왜 사람들은 돈을 빌려주는 사람이 없다고 불만을 가질까. 그것은 돈을 빌려주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아이디어’가 없기 때문이다.”
아이디어 없이 사업을 하겠다고 나서는 것이 본질적인 문제다. 아이디어를 가지고 사업을 해야지 돈을 가지고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다. 창업에 대해 좀 더 체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 한국은 대기업 의존도가 높지만 한국 대기업들의 경쟁력도 최근 들어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기업에 밀리고 있다. 고가 시장에서는 서구 기업들과 힘겨운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 기업이 10년을 버틸 수 있는 확률은 5% 정도로 알려져 있다. 10년마다 10대 대기업 중 절반 정도가 바뀐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10년 동안 거의 한 기업도 안 바뀐다. 대기업이 잘 하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중소기업이나 창업 기업의 역동성이 없다는 뜻이다. 한국에서도 페이스북(Facebook)과 같은 기업이 나와야 하지 않겠나.
페이스북은 미국인 젊은이들의 창업 열기에 불을 붙인 것은 물론 비즈니스의 흐름 자체를 바꿨다. 중국에서는 이 역할을 마윈 알리바바 회장이 했다. 미국이나 중국에는 이런 영웅들을 쫓아가는 사람들이 있지만, 한국에는 아직 영웅이 없다. 영웅을 만들어야 한다."
- 한국과 중국 기업인들의 가장 큰 차이점은 뭔가.
“...(중략) 공자의 사상도 한국에 가면 예의를 따지는 엄격한 학문이 되지만 중국에서는 한결 자유롭다. 똑같은 가르침도 두 나라에서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기질의 차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중국의 기업 조직을 보면 위계질서보다는 팀으로 일하는 문화가 더 많다.”
- 한국인들만의 장점도 있지 않을까?
<중략>
- 중국 시장에 관심이 있는 한국 기업인이나 유학을 생각하는 학생들에게 조언 부탁한다.
“한국의 명문대 학생들은 안정이 곧 성공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안정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성공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아니다.한국에서 안정된 삶을 살기 원한다면 중국에 올 필요는 없다.
안정이 나쁜 것은 아니다. 성공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거쳐야 하는 위험(risk)을 회피하는 것을 ‘안정’이라고 생각한다면 안정과 성공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은 불가능하다. 도전 의식을 가지고 해외로 뻗어나가고 해외에서도 이미 자리 잡힌 미국이나 유럽보다는 새로운 시장에서 성공의 기회를 노리는 이들이라면 중국은 확실히 매력이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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