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1)

한국 성공방정식은 무조건 `일류대`...국제재능경쟁력지수(GTCI) 29위

배셰태 2015. 6. 6. 09:05

[매경 MBA] 한국 성공방정식은 무조건 `일류대`

매일경제 2015.06.05(금) 김제림 기자

http://m.mk.co.kr/news/headline/2015/539707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5&no=539707

 

스위스 장관 절반이 `직무교육` 출신

학생 경쟁력 높이려면 당장 문열고 해외로 보내라

 

■ 국제재능경쟁력지수(GTCI)연구 맡은 폴 에번스 인시아드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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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은 자기 자식 성적에만 관심이 많은 게 아니다. 국제 무대에서 한국의 등수에도 관심이 많다. 그런 점에서 매년 최상위권을 놓치지 않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의 높은 성적은 자랑거리다.

 

그러나 학교에선 우등생이었지만 막상 직업인으로선 그다지 경쟁력이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세계적인 MBA 인시아드가 발표한 국제재능경쟁력지수(GTCI·Global Talent Competitiveness Index)에서다.

 

인적자원의 경쟁력을 측정하는 이 조사에서 스위스, 싱가포르, 룩셈부르크가 나란히 1~3등을 차지했고, 한국은 27위에 머물렀다. 대학 진학률로 봐도 사교육비 비중으로 따져도 인풋 대비 초라한 아웃풋이다.

 

GTCI 연구를 맡은 폴 에번스 인시아드 교수는 한국이 저조한 성적을 보이는 이유는 적절한 직업 교육이 부족해서라고 지적했다. 교육이 실제 직장에서의 직무와 괴리된 채 아카데믹한 쪽으로만 집중되다 보니 높은 교육열에도 불구하고 직장인으로서 국제경쟁력은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는 매일경제 MBA팀과 인터뷰하면서 "지식경제 사회에서는 학교에서 배운 것이 점점 직장에서의 업무와 관련성이 낮아진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 때부터 직무 교육을 받게 하는 것이 실업률을 낮추고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다음은 에번스 교수와의 일문일답.

 

―지식경제에서는 직무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지식경제에서는 더 높은 지식을 쌓는 것이 중요할 것 같은데 직업에서의 스킬을 강조한 이유가 뭔가.

 

▷지식경제 원동력은 숙련된 사람, 즉 인재다. 교과서로 학교에서 습득한 이론이 아니라 실제 업무에서 쓰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우리 GTCI 연구를 보면 인재가 많은 나라들은 공통적으로 직무 교육에 탄탄한 기반을 두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청소년들이 10대부터 이론과 실습의 결합을 통해 고용될 수 있는(employable) 기술을 습득하고 있는 것이 흥미로웠다. 이른바 직무 교육의 부활이다. 이들은 이렇게 해서 회계사, 엔지니어, 소프트웨어 개발자, 은행가, 요리사가 된다. 어떤 사람들은 몇 년 동안 실습을 거친 후 대학에 가고 대학도 그런 경력자들을 더 환영해 준다.

 

스칸디나비아 국가에서는 소수의 사람만 학창 시절에 정말 시험을 너무 잘 쳐서 대학에 들어가고, 대부분은 실습을 통해 얻은 경력으로 대학 입시를 통과한다. 정상에 올라가는 방법엔 다양한 길이 있는 것이다.

 

이렇게 대학이 직무 경험이 있는 인재를 받아들이거나 키워내지 못하면 대학과 학생 모두 위기를 맞게 될 것이다. 많은 학생이 당장 직장에서 쓸 수 있는 스킬을 갖추지 않고, 그리고 그들이 뭘 해야 하는지 모른 채 대학을 졸업한다. 그리고 많은 일자리는 퀄리티가 보장되지 않는 직원들로 가득 차 있다. 일자리의 미스매치가 여기서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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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학생들은 입시 성적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고 성과도 좋다. 직업인으로서 관점으로 볼 땐 어떤가.

 

▷한국에는 매우 훌륭한 교육 시스템이 있지만 그 교육 시스템이 피라미드 방식이라는 게 문제다. 오로지 톱 스쿨로 가기 위한 목표와 매우 치열한 경쟁이 있다는 뜻이다. 학생들은 대학에 진학하고 나서야 나중에 뭘하고 살지 생각한다. 성공엔 하나의 길만 있다고 강요하는 모델이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유교 문화권 국가에도 있지만 지식경제 사회에선 별로 맞지 않는다. 지식경제 사회를 움직이는 건 다양성이기 때문이다.

 

스위스나 싱가포르 같은 톱 탤런트 보유 국가를 보면 직업 스킬과 글로벌 지식 스킬이라고 부르는 것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글로벌 스킬이라면 리더십이나 경영, 과학, 글로벌 마인드를 말한다. 한국은 글로벌 스킬에 비해서 직업 스킬 점수가 낮은 편이다. 직업 교육이 제대로 안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GTCI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유럽 국가들은 어떠한가. 특히 1위를 한 스위스는 어떤 점에서 직무 교육이 잘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나.

 

▷흔히 독일이 마이스터 시스템으로 직무교육이 잘돼 있다고 하지만 직업 교육 측면에선 스위스가 한 수 위다. 스위스의 실업률은 3.6% 정도인데 이는 유럽 국가에서 매우 낮은 수준이다.

 

스위스의 낮은 실업률 비결은 12세부터 시작되는 직무 교육에 있다. 15세가 되면 보통 70%가 이론·실습이라는 두 가지 커리어 중에서 하나를 선택한다. 특히 도제식 훈련을 선택하는 학생들이 많다. 회사와 학교들은 실습 교육 커리큘럼을 잘 디자인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스위스 정부 장관들의 절반은 이런 직무 교육 트랙을 받은 사람이다. 스위스 사람이라고 해서 학문을 게을리 하는 건 아니다. 그들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서 읽기, 수학, 과학 성적에는 10위권에는 든다. 다만 그들은 성공에는 두 가지 길이 공존한다는 것을 안다. 다양성이 존중되고 우수한 사람이 되기 위한 더 많은 길이 제시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교수나 테크니션이나 할 것 없이 경제가 필요로 하는 혁신을 더 많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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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국가들은 대부분 GTCI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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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경우는 어떤가. 일본은 아시아에서 2위를 기록했는데 일본의 경직된 교육 시스템이나 폐쇄적 경제를 감안하면 의외로 성적이 좋다.

 

▷일본의 경제 규모를 감안한다면 세계 20위란 순위는 매우 실망스러운 것이다. 1970년대만 해도 일본의 인적자원은 경제력을 올리는 데 큰 공헌을 했다. 그러나 이젠 그 기여도가 너무 낮아졌다. 앞서 말했듯이 일본의 내수 중심, 폐쇄적 경제 구조 때문이다. 일본 회사들은 노사 관계에 관해선 매우 좋은 평판을 가지고 있지만 그런 것은 외국의 매니저와 리더에게 매력이 없다. 경영이나 리더십을 국제화하지 못한 것이 일본 기반의 다국적 회사들이 쇠퇴하게 된 배경이 아닌가 싶다. 한때 포천지 선정 500대 기업을 가득 채우던 일본 회사들은 이제 얼마 안 남았다. 한국은 일본의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한다.

 

―한국은 어떤가. 한국은 29위를 기록했다.

 

▷한국이 지식 기반의 경제에서 약한 이유는 개개인으로 보면 우수한 인적 자원을 가지고 있더라도 집단적으로 보면 다양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단일성, 성공에 이르는 한 가지 길이 한국의 인재 양성을 막는다. 모든 사람이 SKY 대학에 들어가기를 원한다. 한국은 인생의 성공에 이르는 길이 하나만이 아니라는 점을 보다 많은 사람이 알아야 한다. 삼성과 같은 글로벌 기업에서 추진하고 있는 인재 교환 프로그램이 보다 더 확대되어야 한다. 두 번째 장애물은 과거의 성공이다. 한국의 교육열은 알다시피 빈곤에서 탈출해 지금의 선진국 반열에 오르게 한 가장 큰 무기였다. 그러나 요즘처럼 빨리 변하는 사회에선 과거의 성공은 미래의 성공을 이끌지 못한다. `성공의 실패`가 나타나는 것이다. 이건 이미 많은 한국인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너무 많은 학생들이 직업을 구하지 못하고 살인적인 경쟁에 모두가 지쳐간다. 제일 큰 문제점은 모두가 시험 치기엔 달인이 되지만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를 공부하지 못하고 직업 교육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 점은 엘리트 교육을 도입했던 프랑스같이 시험 위주의 교육제도를 성공적으로 운영했던 다른 국가들도 가지고 있는 문제다.

 

―인재 양성에 개방성을 계속 강조했다. 그러나 국가나 기업이 개방적이고 장벽이 없다면 오는 사람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가는 사람을 막을 수 없다는 단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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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경우도 그러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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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 교육은 어떠한 방식으로 바뀌어야 하는가.

 

▷20세기 전통 교육은 시험이 주가 됐다. 그러나 이젠 학생들이 어떻게 시험을 통과하는지 방법을 배우기보다는 어떻게 사고하고 배워야 하는지를 학습해야 한다. 사람들은 자기가 맡은 일에 보다 능통해져야 하고 그러고나선 대학이나 전문 기술 대학으로 가는 게 좋다. 특히 지식사회에선 연속적인 교육이나 평생교육이 중요해진다. 그러기 때문에 회사들은 직원들이 계속 배울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IBM이나 시스코처럼 말이다.

 

―자동화로 인해 사람들의 일자리가 점점 줄어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럴 때 직업 교육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자동화는 노동자들에게 위기가 맞다. 특히 서비스 분야의 저숙련 노동자와 중간계층 노동자에겐 말이다. 그 점에서 직업 교육에도 리스크라고 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나 메카닉스 전공자들은 최신 기술들의 주기가 짧아지기 때문에 끊임없이 재교육, 재훈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속적인 교육이 더 중요해진다. 스위스 같은 곳에서 직업을 가진 사람이 대학에 대거 진학하는 이유다.

 

■ He is …

 

폴 에번스(Paul Evans) 교수는 인시아드 MBA에서 조직행동론을 강의하고 있다. GTCI 조사 총책임자며 세계 유수 기업들과 리더십 프로그램을 진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