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초 완판' 샤오미의 파괴적 혁신
한경비즈니스 2015.05.04(월) 강성호 세계경영연구원(IGM) 교수
http://m.media.daum.net/m/media/issue/810/newsview/20150504094812018
스마트폰 원가에 공급하고 부가 서비스로 수익…이베이 밀어낸 타오바오와 ‘닮은꼴’
지난 3월 25일 '인디아 익스프레스' 등 인도의 현지 언론에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다. 중국의 휴대전화 제조업체 샤오미 관련 기사였다. 기사 내용은 샤오미의 '홍미2(Hongmi 2)'가 공식 판매를 시작하자마자 준비된 물량 5만 대를 불과 87초 만에 모두 팔았다는 것이다. 중국에서 삼성전자를 따돌리며 이뤄낸 '작은 좁쌀'의 돌풍이 인도에서도 몰아치는 모양이다.
이러한 바람에 힘입어 샤오미 스마트폰의 판매량도 2011년 30만 대 수준에서 작년 기준 6112만 대로 200배 이상 폭증했다. 이에 따라 샤오미는 애플과 삼성에 이어 세계 3위의 휴대전화 업체로 발돋움했다. 또한 2010년 2억5000만 달러 정도였던 샤오미의 기업 가치는 작년에 450억 달러로 무려 200배 가까이 급등했다. 이 같은 어마어마한 성과를 바탕으로 미국 정보기술(IT) 전문 사이트 '패스트 컴퍼니'는 샤오미를 2014년 혁신 기업 순위에서 3위에 올렸다. 샤오미는 수십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는 등 그야말로 세계 정보통신 업계의 가장 핫한 기업으로 주목 받고 있다.
통념 깬 사고 전환으로 선도 기업 제쳐
회원 3억 명, 매출 70조 원이 넘는 세계 최대 온라인 상거래 기업 이베이는 2006년 중국에서 철수를 결정한다. 당시 멕 휘트먼 이베이 최고경영자(CEO)가 중국을 향후 10년 내지 15년 안에 이베이의 최대 매출 시장으로 만들겠다고 공언한 지 불과 3년도 안 되는 시점이었다. 이베이는 2004년 시장점유율이 85% 정도였던 중국 최대의 온라인 상거래 업체 이치넷(EachNet)을 인수하며 중국에 진입했다. 온라인 업계의 거대 공룡 이베이를 중국에서 몰아낸 주역은 알리바바의 온라인 오픈 마켓 '타오바오'다. 타오바오는 설립된 지 4년밖에 안 된 신생 기업이었다.
샤오미나 타오바오의 성공 전략에는 공통점이 있다. 시장의 선도 기업들이 할 수 없거나 하기 어려운 파괴적 사고를 실행했다는 점이다. 이처럼 기존의 선도 기업이나 경쟁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통념을 깨고 사고방식의 전환을 통해 이뤄 내는 혁신을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하버드대 교수는 '파괴적 혁신' 이라고 말한다.
크리스텐슨 교수에 따르면 혁신에는 두 가지 형태가 존재한다. 하나는 '존속적 혁신'으로,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기존 제품을 개선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파괴적 혁신'으로, 기능을 단순화하거나 특정한 편리성을 높여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방법이다. 파괴적 혁신이 성공할 수 있는 바탕은 바로 기업들의 존속적 혁신 결과다. 즉, 기업들의 치열한 혁신의 결과로 이미 대다수의 제품 수준이 고객들의 기대 이상을 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해 고객들의 적절한 만족 수준에 부응하는 저가 제품을 개발하든지 주류 시장과 다른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것을 파괴적 혁신이라고 할 수 있다.
샤오미를 살펴보자.
<중략>
이러한 마케팅 방식은 소비자들의 구매 의욕을 북돋울 뿐만 아니라 생산과 재고 관리에도 큰 장점을 가진다. 즉, 정확한 판매 예측으로 불필요한 생산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고 재고 비용을 발생시키지 않는다. 이러한 부분 역시 경쟁사에 비해 5~10% 정도의 비용 절감을 통한 가격 경쟁력을 갖게 한다. 또한 헝거 마케팅은 샤오미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도를 증폭시킨다. 여기에 더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등을 통해 고객을 마케팅 활동에 다양하게 참여시킨다. 이렇게 함으로써 구태여 돈을 들이지 않아도 충분한 마케팅 효과를 거둘 수 있게 한 점도 샤오미의 특징 중 하나다.
타오바오, 수수료 포기하고 광고로 수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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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 타오바오의 성장에는 온라인 거래에 대한 중국 소비자들의 불신을 최소화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한 것이 주효했다. 알리페이를 통한 결제 시스템이 대표적인 서비스 중 하나다. 중국의 소비자들은 물건을 받은 뒤 결제할 만큼 온라인 거래에 대한 불신 풍조가 심한 편이었다. 알리페이는 중국은행과 연계해 손쉽게 계좌 이체를 가능하게 해 주고 구매자가 물건을 확인한 후 판매자에게 결제해 주는 '에스크로 플랫폼(Escrow Platform)' 역할을 수행했다. 한편 거래된 상품이 보증 내용과 다를 때는 판매자 보증금으로 구매자에게 보상해 주는 시스템도 도입해 고객들의 신뢰를 제고했다.
샤오미와 타오바오는 파괴적 혁신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두 기업 모두 고객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을 최소화하고 업계의 기존 관행을 깨는 혁신적 마케팅을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중국 기업의 파괴적 혁신은 이미 여러 산업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다. 다양한 업종에서 중국 시장뿐만 아니라 세계시장에서 선도 기업들을 위협하고 있다.
그래서 파괴적 혁신의 전도사 크리스텐슨 교수는 한국 기업들에 중국 기업이 가지고 있는 파괴적 혁신의 힘을 얕보지 말라고 여러 차례 주문했다. 그에 따르면 중국이 한국을 무너뜨릴 수 있는 전략이 바로 파괴적 혁신 전략이기 때문이다.
존속적 혁신 위에 파괴적 혁신도 가능
파괴적 혁신의 또 다른 방향은 저가로 대응하되 신개념의 시장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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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파괴적 혁신의 개념과 방향성 그리고 이와 관련된 사례를 살펴봤다. 파괴적 혁신을 통해 저가의 로엔드(low-end) 시장으로 가든지, 신개념의 시장을 창출하든지 잊지 말아야 할 게 있다. 파괴적 혁신이 가능한 것은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존속적 혁신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경쟁 기업을 따돌리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치열하게 경주해 왔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고객의 니즈를 훌쩍 넘어서는 불필요한 부분까지 발생하고 있다. 그러면 '이러한 혁신은 누구를 위한 혁신인가'라는 질문에 봉착한다. 결국 '혁신의 결과 고객이 도외시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의심이 든다. 파괴적 혁신이 성공하는 것은 고객의 니즈와 적절하게 부합되기 때문이다. 결국 기업 경영의 본질은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고 이를 충족시키는 것이라는 점을 잊지 않아야 한다.
또한 한국 기업은 선도 기업과 후발 기업 사이에 끼어 있는 곳이 많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선도 기업을 쫓아가지 못해 생기는 것이 아니라 후발 기업의 위협을 간과하면서 발생한다. 코닥·노키아·소니 등의 몰락은 후발 기업이 가지고 있는 파괴적 혁신의 잠재력을 얕보는 데서 출발했다. 이 때문에 현재의 위상에 안주하지 말고 시장의 밑바닥으로 내려갈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는 결코 쉽지 않다. 기존 조직의 거센 저항에 부딪치기 때문이다. 앞에서 예시한 기업들도 모두 이러한 전철을 밟았다. 그래서 파괴적 혁신은 기존 조직 내에서는 쉽지 않다. 별도로 분리된 새로운 조직에서 담당해야 혁신의 성공 가능성을 훨씬 높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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