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 늘어도 집값 그대로… '富의 효과' 사라진 부동산시장
서울경제 2015.04.21(화) 이태규기자
■ 포커스- 주택거래 급증의 역설
가계빚에 저성장 고착화 우려… 한은 "안심대출로 소비 1조↓"
집값 차익 기대 힘들어 빚 상환 부담만… 소비위축 우려
전월세난·저금리 탓에 구입자는 대부분 실수요자
715조 변동대출, 금리 1%P 올라도 이자부담 7조↑
돈맥경화 해소·이사특수 등 단기 후방효과는 가능
'주택 거래량 증가=집값 상승'은 부동산 시장에서 그동안 아무도 반박할 수 없었던 명제다. 외환위기 이후 주택 가격이 급등했던 지난 2000년대 초반이 그랬고 '버블세븐'이라는 신조어까지 탄생했던 2006년에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 명제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거래량은 매월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지만 집값 상승세는 비교적 완만하다. 저출산·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로 앞으로 집값이 크게 오르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실수요자 중심으로 시세에 맞는 거래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 전반에 깔린 디플레이션 우려도 주택 가격 상승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21일 국토교통부·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1·4분기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약 2만9,000건으로 2006년 실거래가신고제도 도입 이후 최대치를 경신했다. 하지만 가격 상승률은 전년 대비 1.3%(KB국민은행 기준) 오르는 데 그쳤다. 부동산 최대 호황기로 꼽히던 2006년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현재와 비슷한 2만2,700건이었고 집값 상승률이 10.9%에 이르렀던 것을 고려하면 확연한 차이다. 거래량 대비 가격의 탄력성이 예전만 못한 셈이다.
문제는 가격 상승 없이 주택 거래량만 늘어나면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이다. 과거에는 빚을 내 집을 산 사람들이 은행에 거액의 원리금을 내도 '집값이 수천만원 올랐으니 이득'이라며 지갑을 여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이른바 '부의 효과(wealth effect)'다. 실제 2006년 민간소비 증가율은 전년 대비 4.6%로 지난해 1.8%의 2배가 넘었다.
그러나 지금은 부의 효과 없이 길게는 30년 동안 수십만원의 원리금만 은행에 내야 할 판이다. 사교육비 증가와 노후대비용 연금 부담 등으로 좁아진 내수 기반이 더욱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박승 전 한은 총재는 "가격 상승 없는 주택 거래량 증가는 개인의 원리금 상환 부담만 늘려 장기간 소비를 제약할 수 있다"며 "한국 경제는 이제 소비로 성장하는 단계에 진입했는데 가계부채 때문에 소비마저 짓눌리면 저성장 고착화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우리 경제의 뇌관인 가계부채는 소비 진작의 최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가계부채의 65%가량이 '변동금리 담보대출'인 상황에서 앞으로 시중금리가 오르면 가계의 부담은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날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당국이 안심전환 대출을 내놓았지만 오히려 원리금 상환 부담에 소비를 더 옥죌 수 있다. 한은은 안심전환대출의 영향으로 1년간 민간소비가 1조 원(약 0.15%)가량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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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주택 거래량 증가=집값 상승' 공식이 깨진 이후 과거에는 보이지 않던 부작용이 나타날 것을 염려한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2006년만 해도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올라가 있으니 주택 구입 자금 원리금 상환부담에도 자동차도 바꾸고 냉장고·TV를 교체하는 일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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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총량만 늘어나는 것도 문제다. 2006년 말 가계부채는 607조원으로 1년 새 64조(11.8%) 급증했지만 같은해 서울아파트 가격이 24.1% 급등하며 문제가 불거지지 않았다. 또 현재는 금융당국의 '안심전환 대출' 등에도 전체 대출의 약 65%는 변동금리다. 1,100조원의 가계부채 가운데 715조원에 해당한다.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시중금리가 1%포인트만 올라도 가계의 부담은 7조 1,500억원 불어난다는 계산이 나온다.
최성근 현대연 연구위원은 "만약 앞으로 주택가격이 하락하면 지금 집을 산 사람들이 과거와 같은 '깡통주택', '하우스푸어'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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