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추락한 SW 경쟁력 강화 비상…조직문화·인적 쇄신 없이는 ‘공염불`...
매경이코노미 2014.12.30(화) 강승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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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2015년 2월 1일부터 모바일 메신저 ‘챗온’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밝혔다. 기존 대화방에 남아 있는 사진과 동영상 등은 서비스 종료 뒤 삭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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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역사’를 쓰는 삼성 SW
e-삼성부터 챗온까지
삼성이 SW 사업에 실패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00년대 후반 아이폰이 등장해 세계를 휩쓸 무렵, 삼성전자도 자체 운영체제(OS)의 필요성을 느끼고 ‘바다OS’를 선보였다. 리눅스에 삼성의 독자적인 UI(사용자환경)를 얹어 만든 OS다. 당시로서도 완전한 OS라 부르기에는 불충분하다는 평이 대세였다. 2009년 10월 바다OS를 공식 발표한 삼성전자는 이후 바다를 탑재한 스마트폰 ‘웨이브 시리즈’도 선보였다. 바다는 삼성전자의 극히 일부 스마트폰에만 한정돼 출시된 일종의 ‘보험용’ OS다. 바다의 앱 생태계는 구글 안드로이드나 애플 iOS와 비교가 되지 않았다. 완성도도 현저하게 떨어졌다. SW 최적화 작업이 잘 안 돼 사용자들은 큰 불편을 겪었다. 하다못해 카톡같이 단순한 앱도 원활히 굴러가지 않았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바다OS는 2013년 타이젠(잠깐용어 참조)에 흡수됐다. 2014년엔 공식적으로 개발자 지원을 중단했다. 한 개발자는 “바다OS를 통해 삼성은 SW 개발자로부터 신뢰를 잃었다”고 평가했다.
바다OS를 흡수한 타이젠도 현재 상황이 좋진 않다. 삼성전자는 스마트TV나 웨어러블(착용형) 기기 일부 제품을 대상으로 타이젠OS를 선보였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스마트폰은 계속 출시를 미루고 있다. 타이젠 스마트폰은 2014년에만 세 차례 출시가 미뤄졌다. 아직 앱 생태계가 원활하게 구축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타이젠 스마트폰에 거는 기대 수준이 높아 보다 완성도 높은 제품을 내놓기 위함”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SW 개발자들은 “당장 타이젠 전용 앱을 개발할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다”는 입장이다. iOS나 안드로이드가 있는데 타이젠에 투자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챗온과 같이 사내용으로 전락했다 수명을 다한 SW는 또 있다. 삼성전자가 개발한 워드프로세서 ‘훈민정음’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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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동영상 서비스 ‘삼성비디오’와 전자책 서비스 ‘삼성북스’도 2014년을 끝으로 종료한다. 소프트웨어 컨트롤타워 역할을 담당한 미디어솔루션센터(MSC)도 사실상 해체했다. 삼성전자 주요 콘텐츠 사업 중 남은 것은 음악 서비스 ‘삼성뮤직’뿐이다. 삼성전자 측은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 대응해 헬스, 모바일커머스 등 서비스에 집중하기 위한 것”이라고 항변하지만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으면 SW에서 성공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삼성 SW, 왜 안될까
SW에 대한 경영진 이해 부족
4만506명. 2013년 말 기준 삼성전자에 근무하는 국내외 SW 엔지니어 숫자다. 구글의 2배다. 그럼에도 삼성전자는 실패를 반복한다. 이유가 뭘까.
삼성전자가 SW를 위한 인력이나 조직, 시스템은 갖췄지만, 큰 방향성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 생각이다. 삼성에는 구글플레이나 앱스토어 같은 콘텐츠 마켓이 없다. 카카오톡 같은 킬러 콘텐츠를 만들지도 못한다. 삼성이 만드는 대부분 SW는 모방에 그친다.
“최근 서비스를 중단한 프로그램을 보라. 동영상, 메신저, 전자책 등 지엽적인 SW가 대부분이다. 다른 곳에서 시작했는데 인기가 있으니 따라 한 것이다. SW는 대기업이 작정하고 뒤쫓는다고 해서 쉽게 따라잡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김규동 한국SW글로벌진출CEO협의회(KGIT) 회장의 일침이다.
삼성 특유의 조직 문화가 SW 성공에 걸림돌이 된다는 목소리도 높다. 우선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경영진이 SW 관련 경험이 없다. 삼성 경영진들은 대부분 스마트폰, 반도체, TV의 성공을 바탕으로 승진한 이들이다. 이들은 자신의 성공 방정식을 SW에도 그대로 옮기면 성공할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하드웨어(HW)와 SW는 접근 방식부터 다르다. 이는 삼성전자 SW가 실패를 반복하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문송천 카이스트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는 “삼성전자는 최고경영자부터 시작해 SW에 대해 제대로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 잘 모르니 자신감도 없고 누굴 써야 할지도 모른다. SW만큼은 ‘0점짜리’ 기업이다. SW를 잘 이해하는 경영자가 있어야 개발자를 위한 환경을 조성하고 뛰어난 개발자를 육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SW 육성을 위해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외부 전문 경영자에게 맡기거나 참신한 생각을 가진 젊은 직원들에게 보다 많은 기회를 줘야 한다는 얘기다. 삼성전자는 직원끼리 철저히 경쟁한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근무하는 것도 당연하게 여겨진다.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은 그러나 위에서 결정한 일을 충실히 실현하는 데 그친다”는 게 삼성전자 내부 사정을 잘 아는 B씨의 귀띔이다.
삼성전자 SW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런 문제점을 한꺼번에 해결해야 하지만 결코 만만한 작업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구체적으로 두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우선 활발한 인수합병(M&A)이다. 국내외 여러 크고 작은 인수합병을 통해 ‘성공 스토리’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문송천 교수는 “국내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도 기술력 있는 기업에 그에 맞는 가치를 지불하고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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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은 이제 소프트웨어 기업을 지향한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알리고 새로운 정체성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 별도의 소프트웨어 전문 계열사를 설립해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는 김진형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장의 얘기는 울림이 크다.
잠깐용어 *타이젠
타이젠은 삼성이 미국 인텔, 일본 파나소닉 등과 공동 개발해 2012년 1월 공개한 OS. 삼성은 세계 모바일OS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구글 안드로이드와 애플 iOS에 맞서 독자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타이젠 개발을 진행 중이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789호(2015.01.01~01.06일자) 기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