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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경제 대표기업 우버와 마차

배셰태 2014. 12. 29. 01:03

[야고부] 우버와 마차

매일신문 2014.12.27(토) 정창룡 논설위원

http://m.imaeil.com/view/m/?news_id=65765&yy=2014

 

영국에 처음 버스가 등장한 것은 1824년이었다. 버스는 두 마리 말이 끌었다. 예약하지 않고도 탈 수 있었고 마부는 승객이 원하는 곳에 내려주고 태웠다. 개인 마차에 비해 획기적이었지만 한계 역시 분명했다. 말이 끌다 보니 말이 지치면 운행할 수 없었다. 그러니 하루 4~5시간 정도 운행할 수 있는 것이 고작이었다. 운행거리도 20㎞ 남짓했다.

 

이런 때 증기 버스가 등장했다. 스코트 러셀 경이 만든 증기 버스는 1833년 4월 런던에서 운행을 시작했다. 마차보다 빨랐고 유지비도 적게 들었다. 폭넓은 타이어를 쓰다 보니 뒤집힐 위험도 적었고 도로 파손도 줄었다. 증기 버스는 빠른 속도로 말이 끄는 버스를 대체하기 시작했다.

 

난데없이 등장한 증기 버스로 마부들은 비상이 걸렸다. 실업 위기에 몰린 마부들은 증기 버스에 재갈을 물리기 위한 청원운동을 벌였다. 영국 의회는 마부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1861년 증기기관법을 만들었다. 증기 버스가 도심에서는 시속 8㎞ 이상, 교외에서는 16㎞ 이상의 속도로 달릴 수 없게 했다. 버스는 경쟁력을 잃었고 마부들은 신분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법으로 영국의 자동차 발전은 이후 30년 동안 묶였다. 자동차 산업 주도권은 독일과 프랑스, 미국으로 넘어갔다. 그렇지만 빠른 자동차 기술 발전에 마차 버스는 더 이상 버티기 어려웠다. 1914년 마차 버스는 영국에서 결국 자취를 감췄다.

 

21세기 들어 우버가 등장하면서 19세기 마차 논쟁이 재연되고 있다. 우버는 스마트폰 앱 하나로 손쉽게 승객과 빈 승용차나 택시를 연결해주는 제도다. 2010년 미국의 30대 벤처 기업가 칼라닉의 아이디어로 창업한 후 불과 4년여 만에 50여 개국 200여 개 도시로 퍼졌다. 우버가 급속도로 확산하자 비상이 걸린 곳은 택시업계다. 면허 없이 불법 영업을 하는 ‘유사 택시’로 영업에 지장을 받는다며 세계 곳곳에서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불법으로 규정해 우버 설립자 칼라닉을 불구속 기소했다.

 

요즘 우버는 불법과 합법의 기로에 서 있다. 법으로 시민 편의나 기술진보를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버의 존폐는 이를 기술 진보로 보느냐와 시민들에게 실질적 편의를 제공하느냐의 여부에 달렸다. 이는 역사가 말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