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신기욱]선진기업과 너무 다른 한국 재벌의 후진적 인식
동아일보 2014.12.24(수) 신기욱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 소장
http://news.donga.com/Column/3/all/20141224/68745233/1
지분 많지 않은 한국 재벌들, 능력과는 상관없이 3세들 경영권 승계 당연시
잡스 떠난 애플 가족승계 없고 포드, HP 창업자 후손들도 자신들이 회사 오너라 생각안해
재벌들 의식-제도 개선안하면 제2 땅콩회항 언제든 재연
<중략>
‘땅콩 회항’이 해외에서도 화젯거리가 되고 있다. 그동안 대한항공이 쌓아온 고급스러운 항공사 이미지의 추락은 물론이고 한국 기업, 더 나아가 한국 사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늘어날까 봐 염려스럽다. 벌써부터 일부에서는 대한항공 불매 운동을 벌이고 있고 예약률도 사건 이전보다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다.
더 큰 문제는 대한항공뿐 아니라 한국의 재벌 기업들이 획기적인 의식 전환과 제도 개선을 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돌발사고는 언제든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는 데에 있다. 아마도 조현아 전 부사장은 자신의 행동이 이렇게 큰 파장을 가져올지 몰랐을 것이다. 또 이번 일도 과거 같으면 일종의 해프닝으로 끝났을 가능성이 크다.
조양호 회장의 말처럼 자식을 잘못 교육한 데서 비롯된 개인적 문제라면 차라리 다행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사건은 단순히 대한항공이라는 특정 기업의 가정교육 문제가 아니라 한국 재벌가에 만연하게 자리 잡은 ‘오너’라는 특권의식의 일그러진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데에 국민의 충격이 크다.
<중략>
한국의 대표적인 재벌 기업들이 3세로의 승계를 눈앞에 두고 있다. 삼성의 이재용 부회장이나 현대자동차의 정의선 부회장의 경우 창업가의 후손이고 대주주인 것은 맞지만 공개된 기업의 지분을 절반도 갖고 있지 않은 이들이 오너라고는 할 수 없다. 따라서 이들의 능력이 탁월해 경영권을 승계받는 것은 납득할 만한 일이지만 단지 오너이기 때문에 그렇게 된다면 그 개인이나 기업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일부 전문가들이 지적하듯이 주식시장을 왜곡해 가면서까지 오너 승계에 집착한다면 더욱더 큰일이 아닐 수 없다.
미국의 경우 포드, HP 등 창업자의 이름을 딴 기업조차도 창업자의 후손들이 이들 회사의 오너라고 생각하는 경우는 없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인 빌 게이츠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자선 활동에 집중하고 있고 스티브 잡스가 떠난 애플에 그의 가족들이 오너로서 승계했다는 소식은 없다. 오히려 이들은 경영에 참여하든 안 하든 다양한 활동을 통하여 창업정신을 구현하는 데 힘써 왔다.
‘땅콩 회항’이 재연되지 않으려면 한국 재벌가의 오너 의식이 사라져야 한다. 오너 의식 속에서는 직원들은 오너가(家)에 무조건 복종해야 하는 머슴 정도로밖에는 여겨지지 않는다. 또한 그 구성원들은 오너가에 관한 일을 입 밖에 내는 것조차 금기시하다 보니 자연스레 소통의 문제도 생긴다. 은폐와 회유로 점철된 대한항공의 일처리 방식이 재벌 기업 문화의 일그러진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다. 오죽하면 해외 일각에서 북한의 세습과 한국 재벌의 세습을 동일시하는 말까지 나오겠는가.
..이하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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