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2014.11.28(금) 송경모 미라위즈 대표
사물인터넷으로 한계비용 줄지만 고정비용은 유지
사물인터넷(IoT)이 생활 곳곳에 자리 잡기 시작했다. 사물인터넷은 유비쿼터스 컴퓨팅에 이르기 위한 하나의 출발점이다. 유비쿼터스 컴퓨팅은 궁극적으로 컴퓨터가 세상의 모든 곳에 숨어 들어가는, 즉 컴퓨터가 사실상 보이지 않는 상태를 지향한다. 반면 사물인터넷은 물체끼리 정보를 교환하는 데 초점을 둔다. 기존의 인터넷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커뮤니케이션 용도로 사용됐다면, 사물인터넷은 사람과 사물간, 사물과 사물간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확장한 개념이다. 이인식 지식융합연구소장은 커뮤니케이션의 대상에 사람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의미에서 '만물인터넷'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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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비용 제로 사회 가능할까
사물인터넷의 등장은 경제 구조에도 많은 변화를 끼칠 것으로 보인다. 이 변화는 시장(market)과 비용(cost)의 영역에서 각각 나타난다. 먼저 시장에 대한 효과는, 경영자들이 세분화된 고객의 복잡다단한 욕구와 행동에 대한 정보를 이전 시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풍부하고 상세하게 입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빅데이터 분석은 방대한 정보를 경영자에게 의미 있는 의사결정 정보로 바꿔 제공하는 핵심 수단으로 각광 받고 있다. 다음으로 비용에 대한 효과는 흔히 간과하기 쉽지만 그 영향력은 미래 경제의 지형도를 바꿀 정도로 크다.
요약하자면 경제 전반에서 사업의 저비용화를 실현하는 효과다. 제레미 리프킨은 최근작 '한계비용 제로 사회'를 통해 이를 묘사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설명은 현실과 달리 지나치게 과장된 면이 있다. 그의 묘사는 그럴듯하지만 사실은 이상에 가깝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사물인터넷은 궁극적으로 세계의 모든 자원들에 대한 정보를 모든 경제 주체가 민주적으로 공유하도록 함으로써 일종의 협업공유재(collaborative commons)로 탈바꿈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러면서 중단기적으로 전통경제의 일자리는 사라지면서 공유경제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많은 지식노동자들의 일자리가 창출되겠지만, 먼 미래에는 기업가들이 재화와 서비스의 생산에 소요되는 한계비용이 사라져 생산물에도 가격을 붙일 수 없는 상태가 온다는 것이다.
그때가 되면 소수의 재화만이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태로 남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장이 아니라 공유재 부문, 요즘 언어로 하면 사회적 기업 내지 비영리 부문에 종사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추세를 역사의 경험으로부터 추론했다. 그는 과거 사유의 개념이 희박했던 중세 봉건주의 경제제도가 붕괴되면서 재산의 사유화에 기반한 자본주의가 등장했다고 말한다. 또 인쇄기술의 발달로 사람들 사이에 정보의 확산 수준이 획기적으로 개선됐고 경제 성장이 화석연료를 중심으로 하는 기술 발전에 의존하면서 불가피하게 규모의 경제와 경제력의 집중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고 진단한다.
하지만 앞으로 재생에너지, 사물인터넷을 통한 자원 정보의 공유, 크라우드 펀딩, 3D프린터의 보급 등을 통해 모든 투자, 혁신, 제조의 과정이 민주화되는 시대가 온다고 주장한다. 또 미래의 경제는 '교환가치'가 아니라 '공유가치'에 의존하며 낡은 의미의 화폐도 사라질 것이라고 봤다. 리프킨의 주장 가운데 일부는 분명히 옳다. 하지만 대부분의 주장은 극단적이다. 때로는 시대착오적이기까지 하다. 리프킨은 먼 미래에 기계가 모든 인간 노동을 대체하고 모든 사람들이 일하지 않아도 원하는 모든 것들을 얻을 수 있는 이상사회가 올 것이라고 그린다.
그는 이런 귀결이 자본주의의 종말을 의미한다는 식으로 표현했지만 사실 마르크스나 슘페터가 말했던 의미의 자본주의가 사라진지는 오래됐다. 벌리와 민즈(A. Berle and G. Means)가 1930년대에 자본주의 기업에서 소유와 경영의 분리 현상이 시작됐음을 지적했고, 1970년대에 드러커(P. F. Drucker)는 개인 자본가가 아닌 기관투자자가 중심이 되는 연기금 자본주의, 다시 말하면 연기금 사회주의(pension fund socialism)가 실현됐다고 말했다. 그리고 더 이상 소유권과 지배구조가 아니라 경영자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시대가 됐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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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은 고정비 크기를 줄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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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화의 진전과 사물인터넷의 보급, 공유 자원의 증가, 재생에너지의 확산 등 리프킨이 말했던 공유경제의 확산을 통해서 한계비용은 분명히 감소할 것이다. 실제로 그래 왔다.
하지만 그 값이 0이 되는 사회가 도래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무형의 정보는 무한히 공유할 수 있지만, 어떤 유형의 자산이든 시간 또는 공간상으로 분할해 공유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분할된 부분에 대해서만큼은 누군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적어도 재산의 사유(私有)와 처분의 권리를 법적으로 보장하는 제도가 여전히 작동하고, 인간이 유형의 자연으로부터 육체의 생존을 유지할 수단을 채취해야만 하는 필연의 제약이 남아 있는 한 말이다. 리프킨이 그리는 꿈같은 세상이 정말로 실현되려면 세계에서 모든 유형의 육체와 자연이 사라지고 오직 무형의 마음만으로 인간의 모든 욕구를 충족하는 날이 와야만 하겠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공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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