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Report] 무너진 노키아가 보내온 ‘메시지’
중앙일보 2014.11.15(토) 손해용 기자
http://joongang.joins.com/article/aid/2014/11/14/15988844.html?cloc=olink|article|default
국가 수출 20% 기업의 몰락 … 그래도 일어서는 핀란드
#핀란드 북부에 위치한 오울루(Oulu)시 거리는 밤 11시만 되면 어둠으로 뒤덮인다. 시정부가 재정을 아끼기 위해 매주 일~목요일 야간에는 가로등을 끄기로 한 것이다. 오울루는 노키아의 휴대전화 공장으로 유명했지만, 노키아가 무너진 이후 시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코트라(KOTRA) 정은주 헬싱키무역관장은 “복지 지출이 많은데다, 유럽 재정위기까지 겹치면서 핀란드 경제가 오랜 기간 힘을 잃고 있다”고 전했다.
#헬싱키 부근 알토대에 있는 ‘스타트업 사우나’라는 붉은 벽돌 건물에는 젊은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이곳은 핀란드에서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창업 지원 센터로 유명하다. 예비 창업자는 선배 창업자로부터 멘토링을 받고, 아이디어를 시제품으로 만들어 볼 수도 있다. 주한 핀란드 상공회의소 헤이키 란타 의장은 “한국에 ‘깡다구’ 정신이 있다면 핀란드에는 비슷한 개념의 ‘시수’(sisu) 정신이 있다”며 “경제가 다소 어렵다지만 핀란드의 창업 열기는 어느 때보다 뜨겁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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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핀란드 경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조적인 두 장면이다. 노키아 추락 이후 심각한 경기침체에 시달리고 있는 핀란드는 정보통신기술(ICT) 창업 등을 통해 새로운 도약의 전환점을 마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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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키아는 한 때 핀란드 수출액의 20%, 전체 법인세의 23%를 부담했을 정도로 핀란드의 보배 같은 존재였다. 2000년대 중반까지 세계 모바일 기기 산업을 지배하던 노키아는 이후 스마트폰 전쟁에서 살아남지 못하면서 지난해 마이크로소프트(MS)에 매각됐다.
핀란드 ICT기업들과 20년간 거래해온 유파츠 유성만 대표는 “삼성전자·현대차 등 일부 대기업의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라고 말했다.
대외 환경도 그리 밝지 않다. 유로존 위기의 여진이 이어지는 데다, 주요 수출국인 러시아마저 경기침체와 서방의 제재로 홍역을 앓고 있다. 블룸버그는 “올 하반기에도 경기침체가 이어져 연 3년째 역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런 척박한 토양에도 파릇파릇 ‘도약’의 새싹은 돋아나고 있다. 노키아를 떠난 상당수의 젊은 ICT 인재들의 창업의 길을 선택하면서 수백 개의 벤처 기업을 만들어냈다. 모바일 분야에서는 세계적인 게임 ‘앵그리버드’를 만든 로비오와 최근 인기를 모으고 있는 ‘클래시 오브 클랜’를 개발한 슈퍼셀 등이 등장했다. 대안적인 운영체제(OS)를 적용한 보급형 스마트폰을 개발한 욜라도 각광받고 있으며, 수백 년 전통을 가진 디자인 산업도 도약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애물단지였던 노키아도 사물인터넷(IoT)과 모바일 네트워크 사업을 재정비하면서 변신을 꾀하고 있다. 휴대전화로 이룬 ‘신화’는 사라졌지만 지난해까지만 해도 적자였던 실적은 올해 들어 흑자로 돌아섰고, 주가도 상승세다. 실물 경제상황도 겉보기와는 다르다는 게 핀란드 내부 시각이다. 되레 핀란드 경제의 한 축을 담당했던 노키아 몰락 이후 이 정도면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핀란드의 대표적인 ICT기업으로 꼽히는 익소녹스의 사미 파이호넨 수석 부사장은 “그간 노키아의 그림자에 가려있던 인재들이 독립하면서 벤처 생태계가 활발해 지고 있다”며 “2년 정도 뒤에 핀란드 경제는 다시 정상궤도에 오르게 될 것을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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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의 위기와 도약은 한국 경제가 나아가야할 길에 시사점을 준다는 게 핀란드 경제인들 조언이다. 핀란드 경제의 굴곡은 노키아의 부상과 몰락이라는 흐름과 거의 일치한다.
한국도 최근 삼성전자·현대차의 실적이 급격히 악화하며 위기론이 커지고 있다. 일단 이들이 건재해야 한국 경제도 기댈 구석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란타 의장은 “한국은 특정 대기업이 쓰러지면 핀란드보다 훨씬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며 “삼성전자 등은 계속 혁신하고, 신규 산업을 창출해 나가야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대기업에 편중된 경제 생태계를 중견·중소기업이 함께 이끌어 갈 수 있도록 바꿔가는 것도 중요하다. 벤처와 중소·중견기업, 내수·서비스 산업을 중심으로 인력 양성을 지원하고 기술개발이 이뤄지도록 나서라는 얘기다.
파이호넨 부사장은 “한국은 중소기업의 대기업 종속을 줄이고, 그들이 미래사업을 위한 아이디어와 역량을 마련할 수 있도록 도와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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