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1)

[핀테크 혁명] 금융업 뿌리 흔드는 '핀테크 벤처'...은행 안 거치고 대출·송금

배셰태 2014. 11. 16. 13:03

[Weekly BIZ]銀行 안 거치고 대출·송금… 금융업 뿌리 흔드는 '핀테크 벤처'

조선일보 2014.11.15(토) 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4/11/14/2014111401697.html

 

세계는 핀테크 혁명 중
쏟아지는 핀테크 스타트업
빅데이터로 신용등급 정교하게 매겨… 연체율 대폭 낮춘 온라인 대출회사
수수료 은행의 10분1로 낮춘 개인 간 국제송금 서비스도 인기
외국은행, 앞다퉈 핀테크 벤처 투자… 한국은 핀테크 혁신 '강 건너 불구경'

 

지난달 오스트리아 빈에서는 유럽 최대 규모 스타트업 콘퍼런스 중 하나인 파이오니어스 페스티벌이 열렸다. 세계 곳곳에서 응모한 1000여개 스타트업 중 본선에 진출한 팀은 50개. 이 중 결선 진출 8개팀을 뽑아 투자자들 앞에서 발표하고 최종 순위를 매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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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핀란드 스타트업은 '은행의 미래'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는데, 젊은 세대에게 최적화한 모바일 뱅킹 서비스로 은행과 경쟁하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이처럼 '핀테크'는 금융업과 스타트업계에서 뜨거운 감자다. 얼핏 무슨 뾰족한 핀을 이용한 기술로 오해하기 쉬운데, 사실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다.

 

IT의 다음 공격 대상은 금융기관

 

베스트셀러 '머니볼'의 저자 마이클 루이스는 얼마 전 미국 방송에서 "금융 회사들은 스스로는 느끼지 못하지만 이미 사형을 기다리는 상태"라면서 "그동안 자금을 투자하려는 사람과 빌리려는 사람 사이 중개자 역할을 해왔는데, 인터넷과 테크놀로지가 월스트리트가 독점했던 이런 비즈니스를 파괴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과 모바일은 이미 신문, 출판, 방송, 유통 등 다양한 산업을 파괴적으로 혁신하고 있다. 이제 공격 대상은 금융이다. 작고 민첩하며 고객을 잘 이해하는 핀테크 스타트업들은 월스트리트를 누비는 공룡 금융기관들을 먹잇감으로 삼고 있다.

 

이런 핀테크의 중심지는 글로벌 금융의 핵심인뉴욕과 런던, 그리고 실리콘밸리다. 컨설팅회사 액센츄어에 따르면 핀테크 벤처에 대한 글로벌 투자는 2008년 1조원에서 지난해 3조원으로 증가했다. 2018년에는 8조원까지 늘어날 전망.

 

엑셀파트너스, 클라이너퍼킨스, 세콰이아캐피털 같은 실리콘밸리 명문 벤처캐피털은 물론, 구글벤처스를 비롯한 인터넷 공룡들과 기존 은행들까지 핀테크 스타트업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이들이 투자하는 스타트업은 주로 결제, 개인 자산 관리, 대출, 비트코인 분야에 집중적으로 분포되어 있다.

 

2006년 설립된 렌딩클럽(Lendingclub.com)은 개인 간 대출(P2P lending) 분야 개척자다. 돈을 빌려주려는 사람과 돈을 빌리려는 사람을 은행을 통하지 않고 직접 이어주는 것이다.

 

 

트랜스퍼와이즈가 내건 홍보 문구. 기존 은행을‘백주강도(daylight robbery)’로 표현하면서 비싼 해외 송금 수수료를 챙긴다고 공격하는 내용이다. / 트랜스퍼와이즈 홈페이지

 

지점 없는 온라인 대출회사

 

렌딩클럽은 기존 은행과 달리 오프라인 지점이 하나도 없다. 운영 비용이 훨씬 적게 들고, 빅데이터 분석으로 신용등급을 정교하게 매겨 연체율을 낮추기 때문에 대출자에겐 낮은 금리, 투자자에겐 더 높은 수익률을 제공한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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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퍼와이즈(Transferwise.com)라는 회사는 해외 송금을 기존 은행의 10분의 1 비용으로 할 수 있는 서비스로 급성장 중이다. 이른바 개인 간(P2P) 국제 송금 서비스인데, 국경을 넘어 실제로 돈을 환전해서 보내는 대신 상대 국가에서 반대로 돈을 이쪽으로 보내려고 하는 고객을 찾아 매치시켜 준다. 실제 환전이 아니라 가상 환전이 되는 것이니 환전 수수료가 발생하지 않는다. 이용자가 많으니 매칭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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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리즘 기술로 대출 여부 순식간에 판정

 

온덱(Ondeck.com)은 소상공인을 위한 온라인 대부업체다. 2007년 설립한 이 회사는 지역 소규모 은행이나 새마을금고처럼 자영업자에게 500만원에서 최대 2억5000만원까지 소액 대출을 해준다. 온라인으로만 대출 심사 절차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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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이프(Stripe.com)는 아일랜드 출신 형제가 2009년 보스턴에서 창업했다. 모바일앱에서 카드를 통한 결제를 쉽게 해주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PC와 달리 스크린이 작은 스마트폰에서는 사용자가 카드번호를 입력하고 돈을 내는 게 번거로운데 이 회사는 이걸 쉽게 할 수 있게 해준다. 모바일앱 개발자는 스트라이프의 프로그램 코드만 가져다 자신의 앱에 삽입하는 것만으로 쉽게 전 세계 고객으로부터 매출을 올리고, 이틀 안에 대금을 입금받을 수 있다. 139가지 통화를 지원하고 은행 계좌 이체, 비트코인, 나아가 중국의 알리페이까지도 지원하기 때문에 세계를 상대로 비즈니스하는 모바일 회사에 인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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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핀테크 스타트업들은 빙산의 일각이다.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다양한 금융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서비스를 들고 나오는 스타트업이 줄을 잇고 있다. 실리콘밸리 투자조사기관인 시비인사이츠(CB Insights)의 데이터베이스(DB)에는 3000개가 넘는 핀테크 스타트업이 등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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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핀테크 불모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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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어떤가. 관치 금융과 액티브X·공인인증서 등 규제와 업계 텃세에 가로막혀 핀테크 혁신을 강 건너 불구경 하듯 하고 있다. 벤처기업들이 막상 개발을 마치고도 서비스를 내놓기조차 어려운 현실이다.

 

한국벤처투자 대표를 역임한정유신 서강대 교수는 "한국의 규제 당국은 100% 사전 예방주의다. 사고가 나면 안 된다고 으름장을 놓기 때문에 새로운 걸 시도하기 어렵다"면서 "반면 미국은 놔두고 있다가 문제가 생기면 그때 철퇴를 내린다"고 말했다.

 

핀테크 바람을 방치한다면 한국은 핀테크 갈라파고스 지대로 남으면서 페이스북이나 알리바바같은 해외 핀테크 기업에 국내 시장을 다 내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 핀테크(FinTech)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결제, 송금, 예금·대출, 자산 관리 등 전통적으로 금융기관이 담당해 온 업무를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을 통해 간편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해주는 새로운 흐름을 뜻한다. 전 세계 정보통신기술(IT) 기업과 신생 금융회사들이 핀테크를 활용해 기존 금융계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