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1)

철저히 준비하지 않으면 노년층 70∼80%가 은퇴 빈곤층 전락

배셰태 2014. 10. 12. 09:56

연합뉴스 2014.10.12(일) 김지훈 임수정 기자

 

자녀 교육비와 결혼비용이 최대 '은퇴 리스크'
은퇴 후에도 일할 수 있는 '평생 현역' 준비해야

 

"지금부터 독한 맘 먹고 준비하지 않으면 우리 노년층의 70∼80%가 '은퇴 빈곤층'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최대의 '은퇴리스크'인 자녀 교육비와 자녀 결혼비용을 줄여야 합니다."

 

은퇴설계교육 1세대인 강창희(68) 트러스톤연금교육포럼 대표는 12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국내 노년층의 은퇴 준비 상황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이같이 대답했다. 그만큼 준비가 부실하고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우리보다 먼저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를 경험한 일본은 65세 이상 노인 중 국민연금 가입 비율이 약 96%에 달하지만 우리는 35%에 불과하다. 가입자의 평균 수령액은 일본이 160만원, 우리는 34만원이다.

 

부모는 자식의 교육과 결혼을 지원하느라 노후준비를 할 여유가 없지만 요즘 청년들은 대학졸업 후 취직이 어려워 은퇴한 부모를 부양하기는커녕 자기 앞가림도 할 여유가 없다.

 

"은퇴 후 주 수입원이 연금인 사람의 비율이 미국과 일본 등은 70∼80%인데 우리는 13%에 불과합니다. 1980년에는 자식의 도움을 받아 산다는 응답이 72%였는데 지금은 30%로 줄었고 앞으로 10년쯤 지나면 1∼2% 수준으로 낮아질 겁니다. 앞으로 수명이 길어지면 자식도 노인이 될 텐데 노인이 노인을 부양하긴 어렵지 않습니까."

 

늙어서 자식에 의존하지 않으려면 은퇴 전에 미리 준비하는 수밖에 없다고들 하지만 이런 얘기는 이론 속에서나 존재하는 얘기일 뿐 현실은 다르다. 회사에서 언제 밀려날지 모르는데 자녀 키우며 어렵사리 생활하다 보면 은퇴준비는 배부른 소리에 불과하지 않느냐고 그에게 물었다.

 

강 대표는 "자녀 교육비와 자녀 결혼비용이 최대의 '은퇴 리스크'"라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노후준비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가 주장하는 은퇴 리스크 관리법은 자녀를 위해 교육비와 결혼비용을 쏟아붓는 시대는 지나갔으므로 교육비와 결혼비용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엔 사교육비를 많이 들여서 자녀의 성적을 올려주면 좋은 대학과 좋은 직장 들어가서 많은 급여를 받으며 부모를 부양하는 공식이 성립했지만, 이젠 이런 공식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 세상이 됐다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대학 나와서 좋은 직장 다녀봐야 40대만 되면 직장에서 밀려납니다. 요즘 4년제 대학 졸업자 29만5천명 중에 직장 건강보험에 가입하는 사람은 14만명 뿐이고 나머진 대학원·군대·아르바이트 등으로 빠집니다. 그런 세대가 은퇴한 부모를 부양하고 책임질 여유가 있겠습니까."

 

<중략>

 

은퇴 후 할 수 있는 일이 아파트 경비원밖에 없는 것 같다고 하자 그게 바로 미리 준비하지 않아서 그런 거란다.  

 

강 대표는 "제가 노후설계 강연을 하고 다니는데 10년 전에 이런 직업이 있을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앞으론 노인들이 '워킹맘'들을 위해 공동 보육을 해준다거나 젊은 노인이 나이 많은 노인을 보살펴준다든지 하는 예전엔 생각지도 못했던 일자리들이 생겨날 겁니다. 미리 준비하면 이런 게 가능해집니다"라고 역설했다.

 

은퇴 후 하루에 11시간 정도가 여유시간으로 남는다고 치면 60세부터 80세까지 20년간 여유시간이 8만300시간이다. 은퇴 전 현역시절 근무시간으로 계산하면 38년이고 100세까지 산다면 76년이다. 자식에 기대 '뒷방 늙은이'로 보내기엔 너무나 긴 시간이다.

 

앞으로는 공부해서 일하고 은퇴 후 다시 공부해서 다른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순환적 인생의 시대'가 열린다. 다른 일자리를 찾기 위해 공부하고 준비해야 한다는 게 바로 강 대표가 열심히 주장하는 '평생현역론'의 핵심이다.

 

은퇴 후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게 반드시 경제적인 이유 뿐만은 아니다. 강 대표는 그 또 다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하며 인터뷰를 맺었다.  

 

"일본에서 부인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를 보니 은퇴한 남편 중 가장 인기있는 남편은 '요리 잘하는 남편'이 아니고 '건강한 남편', '싹싹한 남편', '집안일을 잘 도와주는 남편'도 아니었습니다. 바로 '집에 없는 남편'입니다."  

 

..이하 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