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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임팩트, 한국의 선택] 판매 1위는 삼성전자 아닌 샤오미 등 중국 제품

배셰태 2014. 9. 24. 20:26

<차이나 임팩트, 한국의 선택>“삼성 훌륭하지만… 판매 1위는 싸고 기능도 좋은 中제품”

문화일보 2014.09.24(수) 베이징 = 박선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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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중국 베이징(北京) 하이뎬(海淀)구 중관춘(中關村) 딩하오(鼎好) 상가 2층 전자상점. 삼성, 애플 등 세계 굴지의 정보기술(IT) 업체 10여 곳 제품들이 동시에 전시돼 ‘백화제방(百花齊放)’ 경쟁을 펼치고 있었다. 많은 제품들 속에서 삼성 신형 노트북 4개 모델이 매장 중앙 전시대에 다른 대접을 받으며 전시돼 있었다. 중앙 전시대에 다가가 자신있게 점원에게 “가장 인기 좋은 노트북을 소개해 달라”고 하자 답이 예상외다. “레노버의 신형 19인치 노트북”이란 것이다. 점원은 “같은 사양의 제품들과 비교해 값이 싼데 튼튼하고 고장이 적어 단연 인기다”고 잘라 말했다. ‘중국이 변하고 있다’는 말이 피부로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중관춘은 중국의 대표적인 IT상가 밀집지역이다. 우리의 용산전자상가 격이다. 베이징 한인촌인 왕징(望京)에서 지하철로 한 시간가량 떨어진 곳에 있다. 사실 이날 중관춘을 찾은 이유는 중국의 변화를 체험해 보기 위한 것이었다. 변화는 생각보다 컸다. 전율을 느낄 정도였다. 성을 푸(付)라고 밝힌 점원에게 “그럼 삼성 제품은 어떠냐”고 묻자, “삼성은 디자인도 예쁘고 인기도 좋은 편”이라며 웃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은 왜 가장 잘 팔리는 제품 자리를 레노버에 내줬을까. “삼성은 같은 사양의 레노버 노트북보다 1000위안가량 비싸다. 레노버 제품에는 싸면서도 기능이 더 좋은 것도 있다.” 간단하지만 명쾌하게 현실을 보여주는 답이다.

 

중관춘에서 중국 제품들은 이미 기술과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삼성을 위협하고 있었다. 중관춘에 대해서 좀 더 알면 그 위협이 어느 정도 심각한지 피부로 다가온다. 우리 용산전자상가와 형태는 비슷하지만 중관춘은 연구업체 입주 단지까지 합쳐 면적만 총 75㎢(약 2269만 평), 서울의 강남구와 송파구 면적을 합친 정도다. 전자랜드나 테크노마트 같은 건물들이 즐비하다. 중국에서는 “IT 신제품의 운명을 알고 싶다면 중관춘에 가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이날 중관춘 상가들은 평일 오후임에도 적지 않은 손님들로 붐볐다. 딩하오 상가는 지하철 역 바로 앞인 때문인지 더욱 사람들이 많았다. 상가 3층에서 살펴본 스마트폰 사정도 비슷했다. 애플과 함께 삼성 스마트폰들은 최상의 대접을 받으며 팔리고 있었다. 저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중국 ‘샤오미(小美)’는 아직 귀퉁이 신세였다.

 

상점 판매 메니저 장훙솽(張洪雙)은 “샤오미의 인기는 아직 삼성에 비할 바가 아니다. 삼성은 넘버원 수준이다. 그래도 워낙 가격 차이가 나 샤오미를 찾는 손님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자 바로 옆의 점원이 웃으며 한마디 거든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누구도 모른다. 불과 3, 4년 전 이곳 중관춘의 모든 휴대전화 판매점 매대를 점령했던 업체는 노키아였다.” 섬뜩한 말이었다.

 

흔히 최근 중국의 변화를 ‘차이나 3.0’이라 부르기도 한다. 중국 마오쩌둥(毛澤東)의 혁명시대를 ‘1.0시대’, 자체 기술 없이 외국의 기술을 빌려 제조를 하던 덩샤오핑(鄧小平)의 개혁개방 시대를 ‘2.0시대’, 세계 2위 경제규모를 자랑하는 지금이 ‘3.0시대’라는 것이다. 3.0시대 중국의 특징으로 꼽히는 것이 고부가가치, 기술의 생산과 대규모 소비경제로의 변화지향이다. 이날 현장에서 느낀 변화는 어떤 보고서에 쓰여져 있는 것보다 급격했다. 중국 업체들은 보편적 기술을 바탕으로 한 저가 상품시장을 이미 장악했으며 조금씩 고급기술을 요구하는 고부가가치 상품시장으로 치고 올라오고 있었다. 중국이 이미 3.0시대를 넘어 ‘차이나 3.5시대’에 들어서고 있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중략>

 

물론 국제 경제가 중국의 의도대로 진행되지만은 않는다. 그러나 2013년 3월 정식으로 출범한 시진핑(習近平)-리커창(李克强) 지도부는 외교와 경제에서 ‘안정적 성장 속에 경제구조 개혁’이라는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조금씩 앞으로 나가고 있다. 지금까지 이에 대한 국제시장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19일 뉴욕에서 ‘상장 대박’을 낸 중국의 인터넷 유통업체 알리바바다. 공모 당일 주가가 38%가량 급등한 것은 미국이나 유럽 투자자들 역시 ‘차이나 3.5’ 업그레이드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문형 산업연구원 베이징지원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사실 어떻게 보면 중국 덕에 그동안 한국이 편하게 돈을 벌어왔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이 혁신을 거듭하면서, 한국 등 주변국과의 경제관계에도 변화 요인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지원장은 “이 변화에 제때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설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왕징 케어병원 옆 ‘샤오미’ 수리센터는 중국 업체의 또 다른 변화를 보여준다. 서비스 질의 변화다. 23일 이곳은 중국의 다른 서비스센터와 달리 고객들로 붐비지 않았다. ‘1시간 내 서비스 완료’라는 모토에 따라 수리 시간을 최대한 단축했기 때문이다. 서비스센터 내에서는 샤오미의 스마트폰과 TV 등 각종 신제품도 체험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