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세계는 지금 인공지능 열풍 6조달러 블루오션 한국은 ‘꽝’
매경이코노미 2014.07.11(금)
2025년 6조달러 시장 예상, 의료·금융·교육 등 활용 분야 무한대
구글·페이스북·IBM·바이두…인공지능 연구개발에 ‘미래 걸었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터미네이터’ ‘매트릭스’ 같은 인공지능을 다룬 영화는 ‘비현실적인 얘기’로 들렸다. 지금은 다르다. 세계는 지금 인공지능(생각과 학습·판단을 할 수 있는 컴퓨터 시스템) 열풍에 휩싸여 있다.
감정을 이해하는 로봇이 화제인가 하면 인공지능 식별 테스트인 ‘튜링테스트(잠깐용어 참조)’를 64년 만에 통과한 프로그램도 등장하면서 난리가 났다. ‘트랜센던스’ ‘Her’ ‘로보캅’ 등 극장가도 인공지능이 점령했다.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은 “올 한 해 인공지능은 가장 중요한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했다.
두 가지로 구분되는 인공지능
강한 인공지능과 약한 인공지능
‘인공지능’이란 용어가 등장한 지는 벌써 70년이나 됐다. 현재는 그간의 연구 결과가 모아져 성과를 내기 직전의 단계다. 인공지능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강한 인공지능과 약한 인공지능이다. 인공지능을 이해하려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는 개념이다.
강한 인공지능은 ‘사만다’와 같이 우리가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인공지능이다. 자유의지가 있고 감정을 느낀다. 인간과 비슷한 수준의 지능을 자랑한다. 목표를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도 않는다. 가령, 인공지능에 “무슨 일이 있어도 살아 남아야 한다”고 명령했다고 하자. 만약 어떤 사람이 도끼로 그 기계를 부수려고 하면 강한 인공지능은 바로 반항할 것이다. 자신의 생존을 위해 그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인공지능은 강한 인공지능이다. 실현 가능성은 아직 아무도 확답 못 한다. 전자공학, 뇌과학, 전산학 등 학계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절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과거와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실현 가능성은 50 대 50 정도?
김대식 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과 교수는 “개인적으로 50~100년 안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약한 인공지능은 자아나 자유의지, 감성이 존재하지 않는 인공지능 시스템이다. 사람 흉내는 내지만 이는 모방에 가깝다. 전문가들은 약한 인공지능의 경우 기술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이르면 10~20년 내 상용화될 전망이다.
김현기 ETRI 지식마이닝연구실장은 “인간의 지적 노동력을 보조해 도와줄 수 있는 차세대 인공지능 기술이 2020년 무렵 등장할 것이다. 인간과 기계 간 대화가 가능해지면서 관련 산업이 확 피어날 것”이라고 전망한다.
약한 인공지능을 구현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먼저 수많은 ‘규칙(혹은 경우의 수)’을 컴퓨터에 심는 방법이다. “A상황이 발생하면 B처럼 행동하라”는 식으로 무수히 많은 규칙을 입력하면 어떤 상황에도 대응할 수 있는 인공지능 시스템이 갖춰진다. 아무리 복잡한 문제도 입력한 규칙에만 걸리면 해결할 수 있다. 전통적인 인공지능 구현 방식이다. 최근 튜링테스트를 통과한 ‘유진 구스트만’, 1997년 세계 체스 챔피언에 오른 인공지능 컴퓨터 ‘딥블루’도 이렇게 만들어졌다. 그러나 이 방법은 새로운 분야에 인공지능을 적용하려면 새로운 규칙을 매번 심어줘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당연히 활용 범위가 제한적이다.
두 번째는 ‘뇌’를 모방해 ‘학습’ 위주로 인공지능을 구현한 시스템이다. 인간의 후천적인 학습 능력을 그대로 본떠 만들었다. 학습 기능이 있는 기계는 끊임없이 스스로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려고 한다. 학계에선 ‘딥러닝(Deep Learning)’ 또는 ‘기계학습(Machine Learning)’이란 용어를 쓴다. 좀 더 ‘진짜’ 인공지능에 가깝지만 아직 미완성이다. 현재 기술로는 한계가 크다.
음성 인식, 얼굴 인식 등도 모두 인공지능 연구에서 비롯된 기술이다. 애플 ‘시리’는 규칙을 기반으로 만들어져 인식률이 다소 떨어진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조만간 좀 더 진화된 ‘코타나’라고 하는 음성인식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구글, 페이스 북 등은 얼굴(이미지) 인식 프로그램도 개발 중이다. 앞으로 등장하는 서비스들은 모두 ‘규칙’이 아닌 ‘학습’을 기반으로 만들어질 것인 만큼 한 단계 수준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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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인재 모시기 사활
각 분야 수많은 부가가치 창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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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IT 기업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인공지능 개발에 뛰어든 이유는 간단하다. 무한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이나 모바일 혁명과 비교가 안 될 정도라는 평가다. 컨설팅 전문업체 매킨지는 2025년 인공지능을 통한 ‘지식노동 자동화’의 파급 효과는 연간 5조2000억~6조7000억달러가 될 것으로 분석했다.
활용 방법도 다양하다. 가장 많이 연구되는 분야는 의료다. 의료 데이터는 엄청나게 늘고 있지만 의사들이 새로운 의료 정보를 흡수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인공지능 컴퓨터는 의사를 보조해서 새로운 지식을 조사하고 분석해 제공한다. 여러 정보를 통해 다양한 치료 방법 중 어떤 게 효과적이며, 부작용은 없는지 종합적인 진단 결과도 제시한다. 고부가가치 노동도 인공지능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에도 인공지능은 널리 활용된다. 인공지능은 폭넓은 정보와 빠른 의사결정을 통해 금융상품 추천, 주식 투자 컨설팅, 자산 관리 등을 도와준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앞으론 교수가 점점 줄어들지도 모른다.
이처럼 세계가 인공지능 활용 방법에 고심하고 있지만, 한국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전용 국책 연구소도 없다. 기업들도 인공지능 개발에 인색하다. 인공지능은 기본적으로 소프트웨어 기술이 융합돼 만들어진다.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인프라는 여전히 ‘최하위’ 수준이다. 국내 인공지능학계 ‘대부’로 불리는 김진형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장은 “소프트웨어는 개방, 공유, 참여, 나눔이 일상화된 사회에서 발전한다. 지금 우리처럼 경쟁 중심 사회에서는 창의력을 발휘하기 힘들다. 교육도 문제다. 세계 유수의 국가들은 ‘코딩’ 등을 어릴 때부터 배운다. 우리는 대학에 들어가서도 배우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세계 석학들 잇따른 우려
인류 마지막 발견 될 수도
모든 신기술에는 ‘명암(明暗)’이 존재한다. 대부분 기술의 ‘암(暗)’은 웬만하면 극복 가능한 수준이다. 인공지능은 다르다. 대응 방식에 따라 미래는 정말 ‘암흑(暗黑)’이 될 수 있다.
두 가지 가능성을 구분해서 생각해야 한다. 먼저 약한 인공지능 시대가 도래했을 때다. 시기를 두고 이견이 있지만 언젠가는 구현될 수밖에 없는 미래다.
에릭 브린욜프슨 미국 MIT 디지털비즈니스센터 연구소장은 최근 앤드루 매카피 MIT 교수와 ‘제2의 기계 시대(The Second Machine Age)’란 책을 냈다. 책에서 저자들은 인류 문명사에서 획기적으로 생산성이 높아진 시기가 두 번이라고 말한다. 18세기 산업 혁명기와 지금이다. 1차 기계 혁명에서 기계들은 인간의 팔다리를 대체했다. 2차 기계 혁명은 두뇌까지 아우른다. 1차 기계 혁명으로 블루칼라 노동자들이 사라졌다면 이젠 화이트칼라 노동자도 위협받는다. 교수, 법률가, 의사, 회사원이 필요 없어지고 현재 직업 절반 이상은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 남는 직업은 사람과 직접 일해야 하는 감성 노동자, 인공지능 기계를 설계하고 만드는 사람, 일부 서비스 직종 등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대식 교수는 “인공지능에 대해 경제학자들도 걱정하기 시작했다. 경제 시스템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불과 200년 전만 해도 사람들은 대부분 농부였지만 지금은 거의 없다. 마찬가지로 앞으론 100명 중 95명은 다른 일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약한 인공지능의 등장은 준비만 제대로 하면 대비가 가능하다. 더 큰 문제는 강한 인공지능 기계가 나타났을 경우다. 이때 미래는 예측 불가다. 스티븐 호킹 박사는 “(강한) 인공지능이 인류 문명에 가져올 혜택과 위험성을 예측할 수 없다. 대비가 시급하다”고 우려한다. 엘론 머스크 테슬라 회장도 “인공지능 발달로 영화 터미네이터 같은 시나리오가 현실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기계가 사람 수준의 지능이 생기는 순간, 기계는 사람을 뛰어넘는다. 그들은 사람과 달리 용량에 제한이 없다. 작업 처리 속도는 인간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빠르다. 수명에 제한도 없다. 한마디로 ‘슈퍼 지능’이 된다.
거기다 기계가 자유와 의지까지 갖는다는 것은 인간 입장에서 굉장히 골치 아프다. 인간은 기계가 항상 자신들의 노예이길 바란다. 하지만 강한 인공지능을 보유한 기계는 그것에 대해 반드시 ‘왜’라는 질문을 할 것이다. 인간보다 똑똑한 기계들이 과연 인간 말을 들으려고 할까. 기계는 인간과 달리 논리적이다. 기계가 “인간이 과연 세상에 필요한 존재인가”라는 의문을 갖는 순간, 인류 존재도 위협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한스 모라비치 미국 카네기 멜론대 인공지능학 교수는 “강한 인공지능이 등장하면 인류를 불필요한 존재로 생각해 멸종시킬 것이다”라고 경고한다. 물론 일부 전문가들은 강한 인공지능이 등장해도 기계는 말 잘 듣는 ‘하인’에 불과하며, 인간과 화목하게 잘 살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인류의 미래와 상관없이 강한 인공지능은 인류의 마지막 발명품이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이후 발명은 인공지능이 대신 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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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용어 *튜링테스트
영국의 천재 수학자 앨런 튜링이 제안한 인공지능 시험 방법이다. 심사위원들은 5분간 컴퓨터 프로그램과 채팅을 한다. 진짜 인간이라고 믿는 심사위원이 30%를 넘으면 인공지능이 있다고 판정한다. ‘유진 구스트만’은 33%를 기록해 64년 만에 처음으로 튜링테스트를 통과했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유진이 나이 어린 외국인(우크라이나)으로 가정했다는 점에서 완벽히 튜링테스트를 통과하진 않았다고 입을 모은다.
[강승태 기자 kangst@mk.co.kr / 일러스트 : 정윤정]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765호(07.09~07.1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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