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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실패 결말 … 블랙베리 5조원 '헐값'에 팔려

배셰태 2013. 9. 25. 08:43

혁신 실패 결말블랙베리 5조원 '헐값'에 팔려

중앙일보 2013.09.25(수)

 

오바마가 애용한 스마트폰 '원조'
5년 만에 몸값 20분의 1로 추락
투자전문사 인수 … 상장 폐지 절차
특허 팔고 '기업 땡처리' 가능성

 

지난 1월 30일 뉴욕에서 신제품 ‘블랙베리 10’을 소개하고 있는 토스텐 하인스 블랙베리 CEO. 당시 그는 “블랙베리가 ‘죽음의 나선’에 빠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결국 투자전문회사에 팔려 상장 폐지 수순을 밟게 됐다. 블랙베리는 23일 47억 달러에 페어팩스금융그룹으로 넘어갔다. [뉴욕 AP=뉴시스]

 

캐나다의 휴대전화 제조업체 블랙베리가 23일 A4 용지 한 장짜리 성명을 발표했다. “페어팩스금융지주가 이끄는 컨소시엄이 주당 9달러, 총 47억 달러(약 5조원)에 우리 회사를 인수하기로 했다.”

1999년 혜성처럼 등장해 스마트폰 시대를 열었던 블랙베리가 14년 만에 받아 든 사실상의 사망 진단서다. 2008년 830억 달러(89조원)에 달했던 블랙베리의 몸값(주식 시가총액)은 5년 만에 20분의 1로 추락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북미 지역에서 진행된 정보통신 부문 대기업 인수합병(M&A) 중 기록적인 헐값”이라고 전했다. 블랙베리 주가는 이날 8~9달러에 머물렀다. 전성기였던 2008년 6월 이 회사의 주가는 147.5달러까지 치솟았었다.

 

블랙베리는 마이크로소프트(MS)에 72억 달러에 팔린 노키아보다 못한 신세가 됐다. 노키아는 MS와 함께 스마트폰 시장에 재도전할 기회라도 있기 때문이다.

 

<중략>

뉴욕타임스(NYT)의 칼럼니스트 조 노세라는 “블랙베리는 정상에 있던 기업이 어떻게 추락하는지 보여주는 전형”이라며 “공동 창업자인 짐 발실리와 마이크 라자리디스의 거듭된 실기가 화를 불렀다”고 분석했다.

99년 문을 연 리서치인모션(RIM·블랙베리의 전신)은 ‘e메일이 되는 휴대전화’ 블랙베리를 선보이며 스마트폰 시장의 막을 올렸다. 블랙베리는 2008년 노키아와 스마트폰 시장을 양분하는 강자로 군림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항상 손에 쥐고 다닌다고 해서 ‘오바마 폰’이란 별명에다, 마약(crack)처럼 중독성이 강하다고 해서 크랙베리란 애칭도 얻었다.

블랙베리는 2007년 등장한 아이폰을 경쟁자로 보지 않았다. 두 창업자는 “쓰기 어려운 터치 스크린 방식의 아이폰은 자판 방식을 쓰는 블랙베리에 비교하면 장난감이다. 어떤 회사도 아이폰을 임직원에게 쓰라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러고는 애플과 삼성이 시장을 파고드는 동안 허송세월했다. 결국 2008년 15.6%였던 시장 점유율이 올 2분기에는 2.8%로 주저앉았다.

..이하 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