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다 뺏아 간다"..잘가나는 공유기업 곳곳에서 갈등
조선일보 2013.09.16(월)
장면 1#
지난 6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는 수백 대의 택시가 경적을 울리며 시청 주변을 뱅글뱅글 돌았다. 차량 공유 업체 ‘사이드카’, ‘리프트’, ‘우버’를 당장 규제하라는 항의성 집회였다. 윌리컴 로스 LA택시협회 총괄 이사는 “차량 공유업체들은 면허도 없이 도시 규정을 따르지 않는 택시 도둑”이라고 맹비난했다.
장면 2#
서울 택시업계는 모바일 차량 예약 서비스 앱 ‘우버’가 불법 택시 영업을 한다고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제기했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우버가 유상 운송과 운전자 알선 행위를 금지한 것인지 검토에 들어갔다. 우버가 지난 8월 1일 한국 서비스를 개시한 지 한 달 만이다.
‘나눔’이라는 선한 얼굴로 등장한 공유경제 기업들이 전 세계 곳곳에서 기존 산업과 충돌하고 있다. 규제 당국과의 마찰도 계속 일어나고 있다. 공유 기업이 규모를 키우면서 기존 산업 질서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유경제에 맞는 규제와 제도도 없어 갈등은 점점 커지는 형국이다.
많은 사용자를 확보한 공유 기업은 신(新)기술이 나타나 기존 산업이 무너지는 실리콘밸리 특유의 ‘파괴적 혁신’을 일으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컨설팅업체 알티미터 그룹은 2013년 공유 경제 시장 규모는 지난해보다 25% 커진 260억달러(약 28조원) 규모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 모바일 차량 예약서비스 우버가 8월 1일 한국에 진출했다. 유명인을 앞세운 마케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사진은 구자철 선수(볼프스부르크)가 우버를 이용하는 모습/우버 제공
◆ “규제해라, 세금 내라, 지역기업 보호해라”
① 밥그릇을 빼앗겼다
공유 기업과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기업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법적 소송도 불사하며 산업계 전체가 동원되는 일도 허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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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세금을 안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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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또 글로벌 대기업만 배를 불린다
공유 기업이 크게 주목받았던 이유 중 하나는 지역 경제가 활성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이었다. 물론 에어비앤비에 방을 내놓고 임대료를 톡톡히 챙기는 주민들의 주머니가 다소 두둑해졌지만, 중개 수수료는 고스란히 미국업체인 에어비앤비가 챙긴다.
‘위 제너레이션’의 저자 레이첼 보츠먼은 “공유 기업이 20세기 글로벌 대기업을 닮아가는 것은 걱정”이라면서 “공유 기업들이 지역 주민과 기업의 권한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조산구 코자자 대표는 “유럽 각 도시에서도 지역에 기반을 둔 공유 기업이 성장하기보다는 글로벌 공유 기업이 지역 시장을 접수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한국에서도 에어비앤비가 브랜드와 자금력을 앞세워 도시 민박 시장을 잠식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① 규모 엄청나게 커졌지만, 중개업이라 시설 투자는 ‘제로’
공유 기업이 논란을 빚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공유 모델의 파괴력이 크다는 것을 방증한다. 기술의 발달로 공유의 범위가 엄청나게 넓어졌고 덕분에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 문제를 해결하기도 손쉬워졌다.
가령, 만성적인 허리 통증에 시달렸던 A씨는 크고 작은 심부름을 대행해 줄 인력을 찾아주는 ‘태스크래빗(taskrabbit)’에 “오늘 매트리스에서 한 2시간 정도 뛰어 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주문을 올렸다. 이런 황당한 주문에도 용돈이 필요한 여러 사람이 입찰했다.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공유 기업 대부분은 중개업만 할 뿐 시설 투자라는 것이 없다는 점. 전 세계 190여 개국 3만 개 도시의 숙박을 제공하는 에어비앤비는 숙박 시설이 하나도 없다. 우버도 택시와 손님을 연결시킬 뿐 택시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 수요자와 공급자를 중개해주는 것만으로 엄청난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고 기존 산업을 위협하고 있다.
② 빅데이터 분석으로 더욱 정교해지는 서비스
소셜네트워크(social network)의 실명 정보, 위치(Location) 관련 기술, 언제 어디서나 접속 가능한 모바일(Mobile) 기술 덕분에 온라인 공간과 오프라인 공간이 완전히 연결돼 있다. 이 덕분에 운전자나 승객, 주인과 숙박객 등이 서로 신분과 평판을 조회할 수 있어 낯선 사람에게 차와 집을 빌려주고 공유한다.
몇몇 공유 기업은 이렇게 수집한 각종 정보를 바탕으로 빅데이터 분석에도 나서고 있다. 차량 공유업체 우버에 소속된 박사급 수학자들은 우버 택시가 늘어날수록 쌓이는 교통 정보와 GPS 데이터를 분석해 별도 내비게이션을 만들고 있다. 서울과 같은 복잡한 도시에서도 5분 내 차량 배차시키는 기술을 쌓고 있다. 통근 버스 공유업체 라이드팔(ride pal)도 통근자를 수송할 최적의 노선을 매일 업데이트하는 별도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
③ 또다른 기업과의 제휴가 더 무섭다
우버는 최근 미국 사모펀드 텍사스퍼시픽그룹과 구글벤처스로부터 3억 6120만달러(약 4027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지했다. 투자 소식이 나온 지 얼마 안 돼 우버는 구글의 무인 자동차 ‘GX3200’을 사들이겠다고 밝혔다.
GX3200은 구글이 만드는 3세대 무인자동차. 무인 자동차는 자동차 판도를 뒤엎을 제품으로 꼽히는 데 거대한 교통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우버와 만나면 파괴력은 더 커질 수 있다. 우버는 투자받은 자금으로 중국을 비롯해 전 세계 100대 도시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주로 공유 기업을 투자하는 이덕준 디쓰리쥬빌리(D3Jubilee) 대표 파트너는 “차량 공유가 빈번한 동네의 경우 보유 차량이 예년보다 7대당 1대 정도로 줄었다는 조사가 있다”면서 “에어비엔비 때문에 호텔이 사라지는 일은 없겠지만, 지역 호텔 업계의 매출이 줄어드는 것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호텔 수가 줄면 타월과 비누, 전기 등도 호텔이 많이 소비한 제품 수량도 줄어들 수 있는 등 산업 내 연쇄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유 기업의 성장에 대비해 기존 회사들이 적극적으로 제휴하거나 인수합병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올 1월 세계 최대 렌터카 회사인 에이비스(Avis)는 차량 공유업체 집카(Zipcar)를 4억9100만달러(약 5300억원)에 전격 인수했다.
→ 키워드
공유경제란 옷·자동차·집·경험 등을 나누는 새로운 경제 트렌드로 협력적 소비라고도 부른다. 숙박 공유업체인 ‘에어비앤비’ ‘코자자’ ‘비앤비히어로’, 차량 공유 서비스인 ‘우버’ ‘집카’ ‘그린카’ ‘쏘카’, 각종 공구 공유업체인 ‘테크숍’, 환자들이 병력 정보를 공유하는 의료 커뮤니티 ‘페이션즈라이크 미(Patients like Me), 빈 사무실을 공유하는 ‘루스큐브(Loosecubes)’ 등 줄잡아 전세계 수천 개 기업(주로 스타트업)이 공유경제 기업으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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