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뉴스 2013.07.22(월)
우리가 알고 있는 프린터란 모니터에 나타난 글자와 그림을 종이에 그리는 기계로만 알고 있었다. 컴퓨터를 열어 글이나 사진 파일을 펴놓고 ‘인쇄’ 버튼을 누르면 종이에 똑같이 그려내는 것이 우리가 대부분 알고 있는 프린터의 전부다.그러나 3차원 프린터는 특정 소프트웨어로 그린 3차원 설계도를 보고 입체적인 물건을 인쇄한다. 놀랍게도 이 진기한 기계는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신전에 개발되어 벌써 서른 살이 훨씬 넘었다. 1980년대 초반, 미국 3D시스템즈사는 플라스틱 액체를 굳혀 물건을 만드는 프린터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무엇을 표현하고자 3D 프린터가 만들어 진 것일까? 3차원 프린터를 만든 목적은 신 상품을 내놓기 전 시제품을 만들기 위해서였다는 것이 첫번째 이유다. 값싸고 성형하기 쉬운 재료로 똑같이 생긴 시제품을 만들면 실제 상품에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예전부터 대기업과 공장에서는 3차원 프린터를 사용했다. 특히 건설업계나 자동차 제조 공장에서는 처음부터 3차원 설계를 하기 때문에, 시제품을 인쇄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았다.
동일한 물건을 여러 번 ‘찍어내는' 일반 기계와는 달리 3차원 프린터는 매번 색다른 디자인의 물건을 인쇄한다. 버튼 한 번 누를 때마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물건이 나오는 것이다. 영국 워릭대에서 3차원 프린터를 연구하고 있는 크리스 라이얼 교수의 말에 의하면 “3차원 프린터는 한 마디로 ‘산타클로스 머신’ 이라고 표현하고 있다.이어 라이얼 교수는 “지금의 프린터처럼 집집마다 1대씩 갖게 되는 날이 머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3차원 프린터는 어떤 원리로 물건을 인쇄할까가 궁굼하다. 3차원 프린터는 입체적으로 그려진 물건을 마치 미분하듯이 가로로 1만 개 이상 잘게 잘라 분석한다. 그리고 아주 얇은 막(레이어)을 한 층씩 쌓아 물건의 바닥부터 꼭대기까지 완성한다(쾌속조형 방식). 잉크젯프린터가 빨강, 파랑, 노랑 세 가지 잉크를 조합해 다양한 색상을 만드는 것처럼 3차원 프린터는 설계에 따라 레이어를 넓거나 좁게, 위치를 조절해 쌓아 올린다.
지금까지 개발된 3차원 프린터는 1시간당 높이 2.8cm를 쌓아 올린다. 레이어의 두께는 약 0.01~0.08mm로 종이 한 장보다도 얇다. 쾌속조형 방식으로 인쇄한 물건은 맨 눈에는 곡선처럼 보이는 부분도 현미경으로 보면 계단처럼 들쭉날쭉하다. 그래서 레이어가 얇으면 얇을수록 물건이 더 정교해질수 밖에 없다.
3차원 프린터에 들어가는 재료는 주로 가루(파우더)와 액체, 실의 형태다. 가루와 액체, 그리고 녹인 실은 아주 미세한 한 겹(레이어)으로 굳힌다. 이 겹들을 무수히 쌓아 올려 물건을 만드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 빛깔의 컵을 만들려면 먼저 보라색 레이어를 여러 겹 쌓아 둥근 바닥을 완성하고 남색부터 빨간색까지 벽을 쌓아 올린다. 이 과정을 좀 더 자세히 알아보면, 나일론이나 석회를 미세하게 빻은 가루를 용기에 가득 채운 뒤 그 위에 프린터 헤드가 지나가면서 접착제를 뿌리는 것이다. 가루가 엉겨 붙어 굳으면 레이어 한 층이 된다.
레이어는 가루 속에 묻히면서 표면이 가루로 얇게 덮인다. 다시 프린터 헤드는 그 위로 접착제를 뿌려 두 번째 레이어를 만든다. 설계도에 따라 이 동작을 무수히 반복하면 레이어 수만 층이 쌓여 물건이 완성된다. 인쇄가 끝나면 프린터는 가루에 묻혀 있는 완성품을 꺼내 경화제에 담갔다가 5~10분 정도 말린다.
한 겹씩 쌓아 올리는 대신 커다란 덩어리를 둥근 날로 깎아 물건을 인쇄하는 프린터도 있다(컴퓨터 수치제어 조각방식). 쾌속조형방식에 비해 곡선부분이 매끄럽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컵처럼 안쪽으로 들어간 모양(언더컷)은 날이 안쪽까지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만들기 어렵다. 한 덩어리에서 물건 하나가 나와 단색이라는 한계도 있다. 그래서 모양이 복잡하고 알록달록한 물건은 쾌속조형방식으로만 인쇄할 수 있다.
이처럼 3차원 프린터는 우리 인간이 생각하고 있는것보다 더 정교하게 3차원의 설계도만 있다면 신제품을 생산해 낼 수가 있다.
가령 우리들이 기계를 이용하여 쇠나 돌을 깎는 데는 한계가 있다. 쇠는 수직으로 깎을 수밖에 없고, 돌은 잘 부서지기 때문에 세밀하게 깎기 어렵다. 플라스틱으로 뭔가 만들려면 먼저 금형을 만들어야 하는데 금형을 만드는 가격이 생각보다 비용이 많이들어간다. 혹여 디자인을 조금이라도 수정하고 고치려면 금형을 통째로 새로 만들수 밖에 없다. 그런데 3D 프린터는 이런 복잡한 문제들을 쉽게 해결해 준다.만약 우리가 뭔가를 뽑아내려고 시도 한다면 단순히 컴퓨터로 도면만을 수정해서 Ctrl+P만 누르면 간단히 해결할수 있다.
최근 언론을 통해 3D 프린터로 총을 만들어 사격까지 해보여 세상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있는 3D 프린터의 위력은 상상 그 이상이다. 이런것은 어떨까? 가까운 미래에 3D 프린터로 알약을 출력해서 먹는 그런 시대가 올 수도 있다고 한다면 이해할수 있겠는가? 그때가 온다면 우리는 약국에서 파는 비타민과 똑같은 비타민을 집에서 만들어 먹게 될 거라는 조금은 돈키호테식 발상이 현실이 된다는 것이다.
부작용의 대안도 생각을 해야한다. 도깨비 방망이 식으로 신제품을 뚝딱 만들어 낸다고 해서 마냥 즐거워 할것만은 아니다. 스마트폰 케이스 정도는 직접 디자인해서 쓸수도 있다. 공개된 디자인 파일을 수정해서 이니셜을 집어넣는다거나 잘 만든 디자인 파일은 돈을 받고 팔 기도 하고 심지어 스마트폰 카메라로 3D 스캐닝을 해서 도면을 만들고 어떤 제품을 그대로 복제하는 일도 가능하다.
가장 손쉽게 만들수 있는 열쇠고리나 컵, 애들 장난감 같은 건 이제 집에서 언제든지 만들어 일상생활에 사용할수가 있다.그러나 문제는 3D 프린터용 도면 시장이 생겨날 거고 그만큼 해킹이나 불법 복제가 늘어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영국에서는 3D 프린터로 소형 비행기를 제작한 사례도 있다. 미국의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서는 박물관에 전시된 작품들을 3D 프린터로 출력한 진품을 복제한 복제품들로 대체해 전시하고 있어 진품과의 구별이 안될 정도로 똑같다고 한다.
3D 프린터는 소비제품을 생산 판매하는 기업들에게는 별로 반가운 물건이 아니다.만약 실수로 커피포트의 손잡이가 부러졌다면 커피포트를 새로 사야겠지만 집에 3D 프린터가 있다면 적당히 만들어 쓰거나 이미 공개된 도면을 가져다가 출력할 수 있다. 씽기버스라는 3D 프린터용 도면 공유 사이트에는 커피 포트 손잡이부터 시작해서 공룡 뼈대 모형이나 레고에서 팔지 않는 독특한 형태의 블록을 만들 수 있는 도면이 올라 있다. 얼굴 사진을 집어 넣으면 3D 인형으로 만들어주는 버블헤드샵 같은 업체들도 있다.
더욱이 놀라운 것은 3D 프린터로 만들 수 있는 3D 프린터도 있다는 것이다. 영국 바스대의 아드리안 보이어 교수가 공개한 3D 프린터 도면으로 부품의 60%를 만들어 낼 수 있다. 350파운드, 우리 돈으로 62만원만 있으면 된다. 자기 복제라는 의미의 렙랩 프로젝트라는 것도 있다. 보이어 교수는 모든 도면을 오픈소스로 공개하고 있다. 렙랩 프로젝트에서 출발한 얼티메이커라는 완제품 3D 프린터는 1500달러 수준이다.
물론 수준 높은 3D 프린터는 상당한 가격이다. 전통적인 프린터 메이커 휴렛팩커드가 만드는 디자인젯3D는 2만1000달러 수준이다. 3D 프린터는 특수 고분자 물질이나 금속 가루를 뿜어내 0.01~0.08mm의 얇은 막을 쌓아올려서 제품을 만들어 낸다. 3D 프린터의 성능은 얼마나 오차 없이 정밀한 분사가 가능하느냐에 달렸다.
가까운 미래에 철을 녹여서 물건을 만드는 3D 프린터도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HP 등이 프린터를 싸게 팔고 잉크 토너로 돈을 벌었던 것처럼 3D 프린터를 대여하고 원료로 돈을 버는 모델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3D 프린터"는 단순히 상상하는 차원이 아닌, 상상하지 못했던 그 무엇이든 만들어낼 수 있는 무한대의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여 미래를 예측할수 없게 만들고 있다.
'시사정보 큐레이션 > ICT·녹색·BT·NT外'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중국 화제의 중심 `3D 프린터` (0) | 2013.07.23 |
---|---|
젊은 아티스트들의 감성 담은 '소셜 아트 플랫폼' 뜬다 (0) | 2013.07.23 |
[3D프린터 혁명] 위기의 한국 제조업, 돌파구를 찾아라 (0) | 2013.07.23 |
구글코리아 '국내 모바일 소비자의 이해' 조사 결과 발표(`13.07.22) (0) | 2013.07.23 |
[스크랩] 반쪽 짜리 LTE의 진실 (0) | 2013.07.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