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사태가 주는 교훈 TV화면을 통해 전해지는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관문인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은 글자 그대로 아비규환이었다. 1975년 남베트남 패망 당시 미군이 사이공을 떠날 때 벌어진 ‘필사의 탈출’을 방불케 했다. 미국 공군(U.S. AIR FORCE)이라는 글자가 선명한 C-17 수송기가 이륙 중인 가운데 미처 타지 못한 사람들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동체 외벽에 매달렸다. 비행기를 못 탄 수백 명은 ‘혹시라도 비행기가 멈추고 사람을 더 태우지 않을까’하는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활주로를 달리는 비행기 앞쪽과 옆쪽에서 나란히 달렸다. 장면 장면을 보면서 남의 일 같지가 않았다. 그 처참한 현장은 오래된 기억이지만 우리 세대가 겪었던 6.25 동란이 떠올라 다시 한 번 몸서리치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