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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통신망 갈등, 끝없는 터널로 들어서다

배셰태 2012. 4. 27. 08:06
 

 

 

 

고속도로를 깔아놓은 A업체가 그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를 만든 B업체에게 도로 통행료를 내라고 한다면 정당한 요구일까?  반대로 고속도로가 B업체 자동차로 넘쳐 제대로 달릴 수 없다면 이용자들은 그 불편함을 A업체와 B업체 중 어디에 따져야 옳은 것일까? 두 가지 질문에 대답하기는 쉽지 않다.

 

첫 번째 질문은 통행자들이 돈을 내는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고, 두 번째도 아직 항상 막히는 고속도로가 없기 때문에 응답자의 사고에 따라 각기 다른 대답들이 나올 수 있다. 애매한 질문에는 정답이 없다.

 

하지만 최근 통신사업자와 콘텐츠, 플랫폼 사업자 간 불거지고 있는 통신망과 관련된 갈등에서 자주 빗대어지는 질문들이다. 통신사업자는 돈을 엄청나게 들여 유무선 통신망을 까는 쪽이고, 콘텐츠나 플랫폼사업자는 도로에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무임승차한다고 통신사업자들로부터 맹비난을 받는 쪽이다. 정보통신기술(ICT) 발전으로 이미 예견돼 왔던 양측의 갈등은 통신시장 성장에 따른 과실을 맛보는 동안에는 수면 아래 머물러 있었지만 이제 사정이 다르다. 경쟁과열로 통신업체 경영상황이 팍팍해지면서 시급히 풀어야 할 숙제가 됐다.

 

 

 

 

 

통신업체 실력행사가 세간의 관심은 끌었지만…
지난 2월 중순 KT가 급작스레 나흘간 삼성전자 스마트TV의 인터넷접속을 끊자 통신망 이용대가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됐다. 지난 2006년 LG파워콤이 하나로텔레콤의 TV 포털 ‘하나 TV ’를 차단한 이후 사실상 이용자들을 볼모로 한 통신업체의 첫 실력행사였기 때문이다. KT의 차단은 정부가 올해부터 가동하기 시작한 ‘망 중립성 가이드라인’에도 반기를 든 조치였다.

 

망 중립성 가이드라인 5대 원칙 가운데 우선 스마트TV 접속을 전격적으로 막아 인터넷 이용자의 합법적 콘텐츠, 애플리케이션, 서비스망에 해가 되지 않는 기기 및 장치를 자유롭게 이용하고 이를 차단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항을 어겼다. 또 LG 스마트TV는 차단하지 않아 삼성 제품 사용자의 권리만 침해했다는 점에서 불합리한 차별 금지조항도 지키지 않았다.

 

물론 일시적인 과부하 등 망 안정성을 해칠 것으로 판단될 경우 망 사업자의 트래픽 관리를 허용하는 조항도 있지만 비난의 화살은 제조업체보다는 통신사업자로 향한 것이 더 많았다. KT는 결국 닷새 만에 접속차단을 해제했는데 KT가 이 분쟁에서 패배한 것일까? 분명 아니다.

 

가이드라인은 말 그대로 법적 강제력보다는 지침에 가깝다. 전기통신사업법에서 역무의 제공(제3조), 이용자의 이익을 저해하는 행위를 금지(제50조) 등을 규정하고 있어 망 차단에 대한 제재도 가능하다. 하지만 통신관련 업계 간 자율적인 합의에 의해 문제해결을 기대하는 점은 정부라고 다르지 않다.

 

결국 통신사업자는 데이터 트래픽 증가와 망 대가 문제에 망 사용사업자가 미지근한 태도를 보일 경우 언제든지실력행사에 나설 수 있다는 경고를 보내고 그 효과도 입증한 셈이다. 또 차단강행으로 삼성전자를 협상 테이블에 끌어들이는데도 성공했다. KT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지만 앞으로 정부와 통신관련 업계가 꾸려갈 망 중립성 정책자문위원회에서 원만한 해결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일각에서는 결국 통신사업자와 망 사용사업자들이 적당한 수준에서 수익배분 방식의 타협을 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가령 스마트TV 제조업체나 메신저 사업자가 수익을 얻게 되면 깔린망이 기여한 만큼의 수익을 나눠 갖는 방식이다. 하지만 국내외에서 망 사용사업자에게 인터넷망 사용료를 물리는 사례가 많지 않은데다 수익 배분이 이뤄지더라도 기준이 애매하고 사업자가 지불하는 이용대가를 결국 사용료 인상 등 소비자에게 전가시키는 부작용이 예상돼 논란은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망 이용대가의 합의, 끝이 보이지 않는 여정
KT와 삼성의 갈등은 빙산의 일각이다. 통신료에 부담을 느끼는 사용자들은 통신사들이 모바일인터넷전화(mVoIP)를 전면 허용할 것을 요구한다. 지난해 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진보 네트워크는 일부 이동통신업체들이 모바일인터넷전화를 제한하고 있다며 고발한 바 있다. 모바일인터넷전화는 음성통화료가 무료에 가까워 이동통신사들이 매출 잠식을 우려해 아예 차단하거나 일정요금제 이상 가입자에게만 열어두고 있다.

 

모바일인터넷전화 차단을 반대하는 소비자, 시민단체들은 이동통신사들이 표면적으로 내세우는 트래픽 과부하를 지적하며 실제 망에 부담을 주고 있는지 트래픽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망 중립성 요구가 거세질수록 통신사업자들은 방어적 차원에서 콘텐츠, 플랫폼 사업자를 공격하는 전술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최근 스페인바르셀로나에서 열렸던 세계최대 모바일 전시회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도 국내는 물론 전 세계 이동통신사들이 한목소리로 콘텐츠, 플랫폼 업체들을 성토했다. 전시회 기간 중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 이사회는 통신 사업자들이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 만든 통신망에 대해 적절한 이용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애플, 구글 같은 사업자들만 이득을 얻고 있다면서 이에 대한 대응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글. 박현욱(서울경제 정보산업부 기자)

 

 

 

 

 

 

 

 

출처 : 두루누리의 행복한 상상
글쓴이 : 방송통신위원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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