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1)

베이비부머 제2인생 도전에… 신설 법인 사상최대

배셰태 2012. 1. 20. 11:32

베이비부머 ‘창업열풍’

포커스신문 경제  2012.01.20 (금)

 

베이비부머 제2인생 도전에… 신설 법인 사상최대

조선일보 사회 A12면 TOP 2012.01.20 (금)

 

작년 12월에만 6645개 업체 생겨나… 자영업자수도 증가세
은퇴 후 주로 창업 선택, 레저·숙박 업체 늘어
식당 등 영세 자영업은 포화… 개업해도 실패 확률 높아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들이 은퇴 연령에 접어들면서 퇴직한 뒤 창업에 나서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 지난달에는 새로 생긴 법인(法人) 숫자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19일
한국은행은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새로 생겨난 업체가 6645개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이 2001년 1월 신설 법인 통계를 발표한 이후 최대 규모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기가 좋지 않았던 것에 비춰 보면 이례적이다.

한은 관계자는 "정확한 요인은 나중에 따져봐야겠지만 퇴직한 베이비부머들이 창업에 나선 경우가 늘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나 보증재단 등의 창업지원 프로그램이 연말에 집중됐고, 겨울철이 성수기인 레저·숙박업소 창업이 늘었다는 것도 신생 업체가 늘어나는 이유라고 한은은 밝혔다.

계절적 요인도 무시할 수 없지만 연간으로 따져 봐도 작년 한 해 동안 신설 법인 수(6만5110개)가 전년(6만312개)에 비해 8% 늘어나 역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연간 5만개 정도에 머물렀던 신설 법인 숫자가 베이비붐 세대의 본격적인 퇴직이 시작된 지난해 6만개 수준으로 증가된 것이다.

돈 있는 베이비부머들은 법인이라도 차리지만, 대부분의 베이비부머 은퇴자들은 생계형 창업 대열에 합류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현재 50대 이상 자영업자는 310만3000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6만9000명 늘었다. 이 때문에 2006년 5월 이래 줄곧 감소했던 전체 자영업자 숫자도 함께 증가세로 돌아서 지난해 10월엔 10만7000명이 늘어났다. 50대 이상 자영업자가 늘어난 것은 다른 연령대에 비해 인구가 많은 베이비붐 세대들이 은퇴 후 제2의 일자리를 자영업에서 찾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은퇴한 베이비붐 세대들이 선택한 제2의 일자리 전망이 그리 밝은 것은 아니다. 외환위기 직후 구조조정으로 회사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음식·숙박업과 도소매업 등 생계형 영세 자영업에 몰렸던 것처럼 최근 50대 이상의 창업도 같은 직종에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한 달간 50대 이상 음식·숙박업 창업자는 전년보다 2만1000명, 도소매업 창업자 역시 4만3000명 늘었다.

전문가들은 음식·숙박업 등 영세 자영업종 대부분이 이미 포화 상태여서 생계형 창업은 여간해서는 성공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사라진 7만7000개의 자영업 일자리 가운데 77%(5만9000개)가 5인 미만 음식·숙박업과 도소매업, 운수업에 쏠려 있었다.

황수경 KDI(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소자본으로 창업하면 성공하기보다 실패할 확률이 많은데 50대 이상 자영업자는 한 번 실패하면 재기가 쉽지 않다""영세 자영업자들이 출혈 경쟁을 하는 바람에 자영업 전체가 붕괴하는 사태를 막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