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1)

한·중 FTA 서두르는 진짜 이유

배셰태 2011. 11. 29. 08:23

[MK모닝] 한중 FTA 서두르는 진짜 이유

매일경제 경제 2011.11.29 (화) 

 

`레버리지(leverageㆍ지렛대) 효과`. 금융권에서 흔히 통용되는 이 경제용어는 쉽게 말해 차입한 돈을 지렛대 삼아 투자 수익률을 높이는 것을 말한다. 이 개념이 우리 정부의 `동시다발적 자유무역협정(FTA)` 전략에서도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한ㆍ유럽연합(EU) FTA 협상 때가 대표적 사례다
. 2007년 4월 한ㆍ미 FTA 협상 타결 후 불과 한 달 만인 2007년 5월 우리 정부는 EU와 FTA 협상 개시를 선언했다. `한ㆍ미 FTA 타결`이라는 레버리지를 활용해 다급해진 EU 측을 압박해 양보를 끌어낼 수 있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뜻밖이었다. 한ㆍ미 FTA 협상은 개시부터 타결까지 총 10개월이 걸린 반면 EU와는 2년2개월이 걸렸다. 자세를 낮출 것 같았던 EU는 "한ㆍ미 FTA와 같은 조건으로 한ㆍEU FTA를 맞춰달라"며 오히려 역공을 취했다. 바로 `코러스 패리티(KORUS Parity)`였다. 한ㆍ미 FTA를 의미하는 `코러스(KOR-US)`와 `패리티(Parityㆍ동등성)`를 합친 이 표현을 EU 측은 협상 내내 입에 달고 살았다. 거꾸로 EU가 레버리지 효과를 활용한 셈이다.

한ㆍ중 FTA에 신중했던 정부가 요즘 부쩍 협상 개시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중국을 견제해야 하는 미국 처지에서는 한ㆍ중 FTA 진행 상황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가급적 한ㆍ미 FTA보다 느슨한 수준으로 중국과의 FTA 협상이 진행되기를 바랄 것이다. 반면 우리 정부는 한ㆍ미 FTA 발효 이후 미국과 만나 투자자국가소송제(ISD) 재협상을 벌여야 한다. 어떻게든 ISD 관련 미국의 양보를 얻어야 하는 상황에서 한ㆍ중 FTA 협상은 미국을 압박하는 레버리지인 것이다. 한ㆍ미 FTA에 대한 여론의 관심도 미국에서 중국으로 바뀔 수 있다.

정부는 물론 상당수 경제ㆍ통상 전문가가 한ㆍ중 FTA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다만 개방에 따른 파급효과가 워낙 큰 탓에 협상 개시 `타이밍`을 쉽게 가늠하지 못하고 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묻는다. `설마 ISD 재협상 부담 때문에 지나치게 한ㆍ중 FTA 협상을 서두르는 건 아닌지…`라고. 레버리지 효과를 기대했지만 이를 간파한 반격 논리로 상대의 숨통을 더 세게 죄는 게 국가 간 협상의 실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