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던 걸음을 그대로 갈 것인가, 아니면 되돌아 나갈 것인가. 한·미 FTA의 운명이 이렇다. 정부의 바람대로 우리 국회가 비준을 한다면 한국은 EU에 이어 미국이라는 거대경제권과 FTA를 맺게 됩니다.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한·미 FTA가 한국경제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라 강조합니다. 비준이 늦어질수록 손해라는 뜻입니다.
무역·일자리 등 경제효과 외 교류확대 등 비경제적 효과 무시 못해
한·미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처음 개최된 것은 2006년 6월이었습니다. 양측이 합의안에 당도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2007년 4월 2일까지 8차례의 공식협상과 고위급 협상을 통해 협상안을 마련했고 그해 6월엔 협정에 양국이 서명을 했습니다. 하지만 곧 발효될 것으로 짐작되던 한·미 FTA는 국내외적인 환경변화에 따라 마무리되지 못했습니다.
협정안이 타결된 지 4년3개월 만인 지난 10월 12일(미국시각), 고착 상태의 한·미 FTA는 중대한 전환점을 맞았습니다. 미국 의회가 한·미 FTA를 비준한 것입니다. 이로써 한·미 FTA의 운명은 고스란히 우리의 몫이 됐습니다. 우리의 결정에 따라 발효가 되느냐 마느냐가 판가름나는 것입니다.
<한·미FTA는 양국의 교역량 확대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한국의 경우
수입보다 수출이 늘어 흑자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사진은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댄 '2011 CES'의 LG전자 부스.>
당초 정부가 한·미 FTA를 추진한 것은 개방이 우리의 미래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해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특성상 교역이 늘어야 추가 성장을 도모할 수 있습니다. 보호무역은 더 이상 한국경제의 미래를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 10개 국책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미 FTA의 경제적 효과는 지대합니다. 장기적으로 GDP가 5.66퍼센트 증가하고 35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됩니다. 소비자들의 편익도 향상됩니다. 미국산 제품이 저렴한 가격에 수입되는데다 종전보다 다양한 제품이 들어와 선택의 폭도 넓어집니다. 그 결과 장기적으로 3백21억 달러의 소비자후생이 창출될 것으로 국책연구원들은 전망했습니다.
한·미동맹, 군사·안보에서 경제로 확장
교역도 크게 늘어납니다. 대미 수출은 발효 후 15년간 연평균 12억9천만 달러, 수입은 11억5천만 달러 불어납니다. 수입보다 수출증가량이 많아지면서 무역수지는 연평균 1억4천만 달러 개선됩니다.
수치로 표현되지 않는 효과도 있습니다. 우선 선진적인 경제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기여합니다. 미국과 협정을 맺기 위해서는 우리의 법과 제도를 글로벌스탠더드에 맞게 고쳐야 고쳐야하는데요, 이를통해 우리의 경제 시스템은 글로벌스탠더드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집니다.
정치 외교적인 기대도 있습니다. 먼저 한·미 양국 간의 다원적 전략 동맹이 강화됩니다. 기존의 군사 안보적인 동맹에 경제 동맹의 성격이 더해집니다. 양국의 경제가 좀 더 끈끈하고 유기적이며 전면적으로 연결되기 때문이죠.
FTA의 경제적인 효과는 기 체결돼 실시되고 있는 다른 지역과의 FTA를 보면 짐작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눈길을 잡는 것은 교역량의 변화입니다. FTA를 체결한 지역과 교역은 예외 없이 큰 폭의 상승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2004년 FTA가 발효된 칠레의 경우 발효 전과 2010년을 비교해 보면 수출은 4백62퍼센트, 수입은 2백18퍼센트 불어났습니다. 싱가포르의 경우 수출 1백6퍼센트, 수입 48퍼센트 증가를 나타냈습니다.
아세안, EFTA, 인도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습니다. 걱정했던 부작용은 크지 않았습니다. 칠레와 첫 FTA를 맺을 당시 무엇보다 걱정은 농업이었습니다. 농업 강국인 칠레의 농산물이 한국의 식탁을 집어삼킬 것이란 으스스한 예언이 난무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비관적인 예측은 큰 차이로 빗나갔습니다.
포도, 키위 등 특히 우려했던 품목의 경우 한국에서 재배면적이 오히려 넓어졌습니다. 생산량도 당연히 많아졌는데 가격은 오히려 비싸졌습니다. 돼지고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칠레산 돼지고기 수입이 늘어났지만 국내산 돼지의 사육두수도 많아지고 가격도 올랐다. 칠레 농산물로 인한 피해가 적었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국내 농업의 경쟁력이 강해졌기 때문입니다. 피해농가의 시설을 현대화해 생산성과 품질을 높인 것이 주효했습니다.
칠레, 싱가포르 등과 FTA를 실시하며 경험을 쌓은 정부는 미국과 FTA 협정을 진행하면서 ‘국내보완대책’을 동시에 수립했습니다. FTA 취약 업종의 피해를 보전하고 경쟁력을 강화해 장기적인 자생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입니다. 지난 8월에는 한·미 FTA에 대비해 기존보완대책을 확대 보완하는 등 한·미 FTA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비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비준 1년 늦어지면 연 15조여원 손실
한·미 FTA의 경제효과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과 정부의 보완대책에도 불구하고 한·미 FTA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산업 선진국과의 FTA여서 농업만이 아니라 이번에는 중소기업과 서비스업 등도 타격을 입을 것이란 목소리입니다. 지금까지의 FTA와는 격이 다른, 전혀 다른 양상의 FTA가 될 수도 있다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는 한·미 FTA를 조속히 비준해야 한다고 주문합니다.
한·미 FTA 비준이 늦어질수록 우리에게 득이 될 것이 없다는 주장입니다. 중국이나 일본 등 경쟁국이 우리보다 먼저 미국과 FTA를 맺으면 시장 선점의 기회를 잃는 것은 물론 보다 힘든 상황에서 경쟁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비준이 1년 늦어지면 연간 15조2천억원의 기회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분석했습니다.
김익주 무역협정국내대책본부장은 “발효 지연에 따라 한·미 FTA의 기대이익이 상실되지 않도록 이행법률의 제·개정을 차질없이 마무리할 것”이라며 “농어민과 소상공인 등 한·미 FTA로 인해 피해를 보는 분들에 대해서도 충분한 대책을 마련해 집행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글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행하는 위클리공감(10. 26일 발행, 131호)에 실렸습니다.☞ 위클리공감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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