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두 국가론’은 평화가 아니다…자유통일 흔드는 압박 프레임
자유일보 2026.06.12 곽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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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북핵 종식이 1차 목표”…통일보다 비핵화 우선하는 워싱턴 기류
- 전문가들 “北 두 국가론, 대남 강압 선택지 정당화 위한 포석”
- 韓 내부 ‘평화적 두 국가론’ 논란…헌법상 통일 원칙 흔들 우려
- “자유민주 통일만 북핵·인권 문제 해결”…정보 유입 재개 필요

'두 국가론'을 강조하고 있는 북한 김정은. /연합
북한 김정은 정권이 헌법에서 통일 표현을 삭제하고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것은 단순한 통일 포기 선언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이를 핵무장 독재정권이 한국을 향한 군사·정치적 강압을 정당화하기 위해 만든 새로운 전략 프레임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한국 내부에서도 ‘평화적 두 국가 관계’라는 표현이 등장하면서 자유민주주의 통일 원칙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11일 미국의소리(VOA)는 ‘한반도 두 국가 논쟁’ 심층 보도를 통해 북한의 헌법 개정과 미국의 대북정책, 한국 내 평화공존 논쟁을 분석했다. 백악관 당국자는 VOA 질의에 “미국 대북정책의 1차 목표는 북한 핵무기 프로그램을 끝내는 것”이라고 밝혔다. 미 국무부 대변인도 “미국은 전제 조건 없이 북한과의 대화에 열려 있으며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계속 전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미국의 공식 대북정책 우선순위가 현재로서는 통일 담론보다 북핵 위협 관리와 비핵화에 맞춰져 있음을 보여준다.
수전 손턴 전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대행은 “미국 정책에 공식 변화는 없지만, 통일이라는 이상적 장기 목표는 최근 미국 정책결정자들의 초점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단기 목표가 안정과 위협 감소, 특히 핵 프로그램 대응에 집중돼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통일 담론이 약화될 경우 북한의 전략에 말려들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시드니 사일러 전 미국 국가정보위원회 북한담당관은 “통일은 우리가 원하는 최종 상태이며, 이는 비핵화를 동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 정권에 대해 “인권을 유린하고 강압적이며 위험한 도발 행위자”라고 규정하며 김정은 정권을 인정하거나 존중할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사일러 전 담당관은 북한의 두 국가론을 단순한 통일 포기가 아니라 “한국을 향한 강압적 선택지를 계획하고, 정당화하며, 실행하기 위한 기반”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북한이 앞으로 한국을 같은 민족이 아닌 적대국으로 규정해 도발 명분을 넓히려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에반스 리비어 전 미 국무부 동아태 수석부차관보도 북한의 새 노선이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와 맞물려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북한이 더 이상 한국의 지원이나 미북 대화 중재 역할에 가치를 두지 않으며,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이 한반도에서 북한 우위를 만들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한국 정부의 대응에 대해서도 비판적 시각을 보였다. 그는 “서울은 마지못해 북한의 새로운 남북관계 접근을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인다”며, 한국의 진보 정부가 기존 대북 화해 노선의 종말을 인정하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고 평가했다.
북한의 두 국가론은 내부 통제 목적도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레그 스칼라튜 미국 북한인권위원회 대표는 김정은이 한국의 경제·군사·정치·문화적 우월성을 알고 있으며, 특히 젊은 북한 주민들이 K팝과 한국 문화에 끌리는 현실을 두려워한다고 설명했다. 스칼라튜 대표는 “김정은은 두 국가 정책을 통해 북한을 한국의 영향으로부터 더 차단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한반도 전체에 대한 패권 추구를 포기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단기·중기적으로 정권 생존을 위한 임시 처방이라고 분석했다.그는 또 “한국이 자체적인 두 국가 정책을 내놓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자유롭고 민주적이며 번영하는 대한민국 주도의 통일만이 북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이다.
북한 고위 관료 출신 리정호 씨도 VOA와의 통화에서 김정은의 두 국가 노선이 내부 엘리트들에게도 낯선 변화라고 진단했다. 그는 북한이 오랫동안 ‘우리민족끼리’와 조국통일을 김일성·김정일의 유훈처럼 교육해 왔는데, 김정은이 갑자기 한국을 같은 민족이 아닌 적대국가로 규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리 씨는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한국에 대한 기대와 동경이 커지는 흐름이 김정은 정권의 위기의식을 키웠다고 분석했다. 한국에 경도되는 주민들을 차단하기 위해 아예 한국을 적으로 규정했다는 설명이다.
결국 북한의 두 국가론은 평화를 위한 현실주의가 아니다. 핵무장 독재정권이 한국의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문화적 영향력을 차단하고, 대남 강압 전략을 정당화하기 위해 만든 정치적 장치에 가깝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내부에서 ‘평화적 두 국가’라는 표현이 확산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과 구별된다는 설명에도 불구하고, 자칫 대한민국 헌법의 평화통일 원칙과 자유민주주의 통일 비전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김정은 정권의 언어에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북핵 폐기와 북한 주민의 자유, 자유민주주의 통일이라는 원칙을 분명히 세우는 일이다.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한국의 군사력만이 아니라 자유와 번영, 그리고 외부 정보의 유입이다. 따라서 한미 양국은 북한 주민을 향한 라디오 방송과 정보 캠페인 등 자유의 메시지를 다시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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