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전투표 보이콧의 함정..이제 빠져 나올 때"
파이낸스투데이2026.05.29 인세영 대표
https://www.fn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85242

6·3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오전 울산 남구 신정2동 행정복지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용지에 기표하고 있다.
●부정선거를 막기 위해 사전투표를 하지 말고 당일투표만 하라는 주장이 있어왔다.
이번 6.3 지방선거와 보궐선거에서도 사전투표는 어김없이 시작됐고, 같은 주장이 반복되고 있다. 그러나 이 방식은 그럴듯해 보일 뿐 현실에서는 작동하지 않았다. 일부만 사전투표에서 빠지는 구조로는 결과에 영향을 주지 못했고, 오히려 이후 대응 논리만 약화시켰다. 실제로 사전투표에서 특정 정당에 표가 쏠리는 결과가 나오더라도, 스스로 보이코트를 주장했던 입장 때문에 이를 강하게 문제 삼기 어려운 상황을 자초해온 것이다.
그동안 선거무효소송 과정에서 사전투표용지에서 비정상적인 투표지가 다수 발견된 것도 사실이고, 사전투표와 당일투표 결과 간 괴리가 반복되면서 의혹이 커진 것도 부정하기 어렵다. 이런 점에서 사전투표 참여를 줄이면 조작 가능성도 낮아진다는 논리 자체는 일정 부분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핵심은 실행 가능성이다. 이 전략이 의미를 가지려면 국민 다수가 실제로 사전투표에 참여하지 않아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단순히 일부 이탈에 그칠 뿐, 결과에는 영향을 주지 못한다.
실제 지난 선거들에서도 같은 패턴이 반복됐다. 보이코트 주장은 있었지만 전체 참여 구조를 바꾸지 못했고, 결국 결과는 그대로 유지된 채 문제 제기의 설득력만 떨어지는 상황이 이어졌다.
일부 뜻있는 시민들이 사전투표를 보이콧하고 당일투표를 했지만, 상황은 더욱 악화된 셈이다. 딜레마라고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이 방식은 소득은 없고 결국 벌어진 현상에 대한 대응 논리만 박살이 난 셈이었다.
"너희들이 사전투표 하지 말라고 선동해놓고, 이제와서 사전투표에 민주당 몰표가 나왔다고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는 거야?" 라는 질문에 일반 대중들은 쉽게 답변을 하지 못한다.
●이번 선거에서는 분위기가 다르다.
사전투표를 하지 말자는 주장 자체가 훨씬 미미해졌고, 이를 확산시키던 스피커들의 숫자도 줄어들었다. 자유와혁신 등은 본격적인 부정선거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정당을 창당하고 이번 6.3선거에 직접 후보를 내고 있지만, 정당 차원의 목적과 일반 시민단체 차원의 진상규명 활동과는 접근하는 방식과 온도가 다르다.
상당수 2030 사이에서는 “부정선거에 대한 우려는 있지만 당일투표 시간이 안되면 사전투표라도 참여하자”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대형 보수 유튜버들 사이에서도 절대 사전투표 말고 당일투표를 하자는 목소리는 거의 없다.
이미 제1야당인 국민의힘에서도 공식적으로 사전투표 참여를 독려한 상황이며,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쪽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지난 선거와 달리 사전투표 보이코트 목소리는 사실상 힘을 잃은 상태다. 당일투표를 전제로 어쩔수 없을 경우 사전투표를 하라는 원론적인 메시지인 것이다.
어쨌든 이번 선거에서 사전투표 보이콧 목소리가 확연히 줄어든 것이 체감상 느껴진다. 만약 이번에도 사전투표와 당일투표 결과의 괴리율이 크게 벌어진다면 이를 설명해야 할 측의 부담은 오히려 더 커지게 됐다.
특히 사전투표 기피 흐름이 상당부분 줄어든 이번에도 민주당으로 몰표가 쏟아지는 결과가 나온다면, 이는 이전보다 훨씬 설명하기 어려워진다. 그만큼 의혹 제기도 더 명확해질 수밖에 없다.
●결국 핵심은 제도다.
논란을 반복할 것이 아니라, 사전투표 제도 자체를 어떻게 할 것인지 결론을 내려야 한다. 제도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지 않는 한 같은 논쟁은 계속 반복된다.
이를 위해서는 방향이 분명해야 한다. 사전투표 제도에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면, 그 제도 자체를 없애는 방향으로 전략을 짜야 한다. 어렵더라도 입법을 통해 제도를 바꾸고, 권력을 통해 구조를 재편하며, 선거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압박과 검증을 병행해야 한다.
이 지점에서 해외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0년 대선 이후 부정선거를 강하게 주장했지만, 당시에는 사법부와 각 주 정부, 선거관리 시스템 전반이 얽혀 있는 구조 속에서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소송은 대부분 기각됐고, 제도 자체를 바꾸는 데에도 실패했다.
그러나 이후 정치적 기반을 유지하며 재도전에 나선 끝에 다시 권력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고, 그 이후에야 선거 시스템 전반에 대한 재검토와 조사, 제도 개편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흐름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그 과정조차 단순하지 않다. 미국은 주별로 선거 제도가 다르고, 국가정보국(DNI), 중앙정보국(CIA), 연방수사국(FBI), 그리고 사법부까지 서로 다른 권한과 이해관계로 얽혀 있다. 하나의 사안을 규명하는 데에도 기관 간 충돌과 조정이 불가피하며, 실제로는 장기적인 시간과 단계적 접근이 요구된다.
이 사례가 보여주는 것은 분명하다. 문제 제기만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제도를 바꾸고 진상을 규명하려면 결국 권력, 시간, 그리고 정교한 전략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상황 역시 비슷해 보인다. 기존의 전략이 부족했거나 현실적이지 못했다고 판단되면 쇄신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제도를 바꿀수 있는 힘이다. 그 힘을 만들기 위해서는 단계적인 전략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참고로 나는 당일투표를 할 것이다. 그러나 내가 당일투표를 하는 것과 남에게 "여러분 당일투표만 하시라"고 권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일이다.
아뭏튼 사전투표 보이콧 목소리가 확연히 잦아든 이번 선거에서 사전투표와 당일투표 결과 사이의 괴리가 얼마나 발생할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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