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후계 혼란’ 지켜본 중화권 평론가들 “중국도 같은 리스크”
에포크타임스 2026.03.18 남창희
https://www.epochtimes.kr/2026/03/742449.html
- 시진핑, 권력 독점 과정서 독립성 갖춘 집단 약화
- 권력 공백 시 혼란 수습할 당내 구심점 부재

2026년 3월 12일, 중국 군사 대표단이 전국인민대표대회 폐막식 참석을 위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 도착했다. | Kevin Frayer/Getty Images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제거된 이후, 이란 권력구조가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중화권에서는 이를 계기로 중국 공산당의 권력 승계 문제를 되짚어보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명확한 후계 구도를 마련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돌발 상황 발생 시 권력 공백과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가 공산당 특유의 집단지도체제를 약화하고 혁명 원로 세력까지 견제해 온 상황에서, 유사시 후계자를 선출할 권력집단이 마땅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란에서는 하메네이의 아들 모즈타바가 최고지도자로 지명된 것으로 전해졌지만, 취임 이후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건강 이상설과 권력 장악력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모즈타바 선출 전까지 군부 강경파와 온건 진영 사이에서 치열한 권력투쟁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모즈타바는 하메네이가 생전에 측근들에게 알린 잠재적 후계자 명단(3명)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하메네이가 사망하며 발생한 권력 공백 속에서 군부의 지지를 등에 업고 급부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관측통들은 그가 이란혁명수비대의 지원 아래 전면에 나선 ‘관리형 지도자’일 가능성을 제기한다. 실권은 군부와 다른 권력집단이 쥐고 있다는 의미다.
대만의 정치평론가 두정은 현지 매체 ‘상보’ 기고문에서 이러한 상황을 중국과 비교하며, 시진핑 역시 후계자를 공개적으로 지정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유사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 주석이 갑작스러운 건강 악화나 군사 충돌 상황 등으로 권력에서 이탈할 경우, 중국 공산당 내부에서 권력 투쟁이 격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지도자의 건강 문제는 어느 국가에서나 중요한 이슈이지만, 권력이 고도로 집중된 체제에서는 지도자 건강이 곧 체제 안정성에 직결되기 때문에 더욱 민감한 정보로 다뤄진다. 지금까지 시진핑의 건강 상황이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는 없지만, 중요 행사에 불참하거나 일정이 축소될 때마다 건강 이상설이 불거졌다. 공식석상에서 거동이 불편한 모습이 포착된 사례도 있다.
특히 현재 중국 권력 핵심부는 복수의 계파가 얽혀 있는 상태다. 중국공산당 중앙서기처 서기 차이치(시진핑 비서실장 격)가 이끄는 이른바 ‘푸젠계’가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국무원 총리 리창을 중심으로 한 ‘저장계’도 세력을 키우고 있다. 부총리 딩쉐샹 등 이른바 ‘차세대 주자군’ 역시 존재감을 보이고 있지만, 계파 간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단일한 권력 승계 구도가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시진핑이 집권 기간 기존 계파들을 대거 타격하면서 확실한 권력을 쥔 계파들이 사실상 사라졌다는 점도 후계 구도의 불안정을 심화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두정은 “시진핑 체제에서 기존의 집단지도 체제가 약화되고 의사결정 조정 메커니즘이 사실상 해체됐다”며 “지도자가 사라질 경우 이를 중재할 구조가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그동안은 혁명 원로 세력들이 중재자 역할을 맡았지만, 시진핑이 강하게 견제하면서 권력 균형이 무너졌다는 것이다. 내부 충돌 가능성이 그만큼 커졌다는 게 두정의 분석이다.
중국 시사평론가 원자오 역시 유사한 전망을 내놨다. 그는 “중국과 이란 모두 장기간의 강압 통치로 조직화된 반대 세력이 약화된 상태”라며 “정권 변동은 결국 엘리트 내부 권력투쟁의 결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는 “모즈타바는 혁명수비대가 후계자로 내세운 인물”이라며 “과거 아버지 하메네이 밑에서 혁명수비대 및 정보기관과의 연계를 담당했던 만큼, 혁명수비대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반면 종교 지도자들 사이에서는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어 권력이 온전하지 못하다”고 평가했다. 군부가 실권을 쥐고 있다는 점에서 이란과 중국 공산당 체제가 유사하다고도 지적했다.
원자오는 시진핑이 권력 장악 과정에서 정치적 적대 세력을 광범위하게 만들었다는 점도 변수로 꼽았다. 그는 “예기치 못한 정치적 충격이나 건강 문제로 권력 공백이 발생할 경우, 후계 구도가 불안정해 장기적인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또한 “왕후닝, 차이치, 리창 등 현 지도부 주요 인사들이 검증된 능력보다는 시진핑에 대한 충성 경쟁으로 부상한 인물들”이라며 “위기 상황에서 체제를 안정시킬 구심점이 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도자 1인에 권력이 과도하게 집중된 구조에서는, 그 공백이 곧 체제 리스크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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