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분석] 선거 압승한 일본 총리, 中공산당에 강경 대응
에포크타임스 2026.02.23 션 쩡(Sean Tseng)
https://www.epochtimes.kr/2026/02/739183.html

2026년 2월 9일 도쿄 자민당(LDP)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자민당 총재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 Franck Robichon / POOL / AFP via Getty Images/연합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2월 8일 조기 총선에서 전후 정치사에서 보기 드문 성과를 거뒀다. 중의원에서 3분의 2를 초과하는 의석을 확보한 것이다.
이번 결과는 대만 문제와 다카이치의 유사시 일본의 군사적 대응권 주장으로 일∙중 관계가 3개월간 악화일로로 치닫는 가운데 나왔다. 일본은 대만 유사시 자국의 생존이 위협받을 경우 군사적으로 대응할 권리가 있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5년 11월 7일 중의원 본회의에서 대만 위기, 예컨대 중국의 전함 파견 등 ‘무력 행사’의 경우 이는 “일본의 생존을 위협하는 상황”이 될 수 있으며, 이 경우 군사적 대응이 정당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베이징은 잇달아 강경 대응에 나섰다. 긴장 고조를 이유로 자국민에게 일본 여행 자제를 권고했고, 수질 검사 미흡을 빌미로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중단했다. 한 중국 외교관은 다카이치의 대만 관련 입장을 문제 삼아 “목을 베겠다”는 위협을 온라인에 올리기도 했다.
도쿄에서는 베이징의 이 같은 반응을 일본의 새 지도자를 압박하고 고립시키려는 시도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베이징의 반응은 오히려 역효과를 낳아 2월 8일 일본 총선은 국가안보를 둘러싼 신임투표의 성격을 띠게 됐다.
집권 자민당은 465석 규모의 중의원에서 316석을 획득했고, 연립 파트너인 일본유신회가 36석을 더해 총 352석을 확보했다. 이로써 다카이치 총리는 대부분의 사안에서 참의원을 무력화하고 주요 안보 법안과 예산 변경을 신속히 처리할 수 있는 장악력을 갖추게 됐다.
복수의 분석가들은 에포크타임스에 이번 승리가 다카이치 총리에게 이미 진행 중인 변화를 가속화할 정치적 명분을 부여했다고 말했다. 방위비 증액, 장거리 무기 확충, 방첩 강화, 미∙일 작전 통합 심화 등이 그 내용이다. 이들은 이러한 행보가 인도∙태평양 안보 지형을 재편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베이징의 최악의 시나리오는 일본의 핵 정책과 미국과의 ‘핵 공유’ 가능성을 둘러싼 정치적으로 민감한 논쟁이 다시 불붙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핵무기 배치까지는 갈 길이 멀지만, 그런 논의 자체가 중국에는 엄청난 부담이라는 것이다.

2024년 1월 7일 일본 지바현 후나바시시 나라시노 주둔지에서 일본 육상자위대 제1공정여단 주관으로 실시된 다국적 합동 군사훈련에 참가한 병사들이 헬기에서 내리고 있다. 영국, 캐나다, 독일, 미국 등 여러 나라 병력이 참가했다. │ Richard A. Brooks/AFP via Getty Images/연합
●냉전형 대립 구도
총선 승리 후 다카이치 총리는 중국과 “건설적이고 안정적인” 관계를 추구하고 대화의 문을 열어두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인도∙태평양전략연구소 소장이자 베테랑 저널리스트인 야이타 아키오는 일∙중 관계가 “지속적인 불신과 전략적 경쟁이 이어지는 장기 냉전형 대결 상태”로 굳어질 수 있지만, 추가 악화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그는 “오히려 양측, 특히 중국이 체면을 세우면서 한발 물러날 방법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단기적인 안정 요인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4월 중국 방문 계획을 꼽았다. 미∙중이 정상회담을 앞두고 우호적인 분위기를 원한다면, 베이징이 단기적으로 도쿄를 압박할 유인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대만 국립정치대학 국제관계학 교수이자 일본 연구 대학원 주임인 리스후(李世暉)는 베이징이 일본 국내 정치의 구조적 문제에도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자민당의 오랜 연립 파트너이자 종종 온건한 역할을 해온 공명당이 2025년 10월 연립 정권에서 이탈했다.
리스후 교수는 에포크타임스에 베이징이 공명당을 자민당 주도 정부와의 비공식 소통 채널로 활용하며 때로는 정책을 제어하는 창구로 써 왔다고 말했다.
리 교수에 따르면, 공명당이 빠지고 연립 정권이 국방 문제에 더 적극적인 일본유신회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베이징은 일본 정계 내에서 활용할 수 있는 익숙한 ‘손잡이’가 줄어들게 됐다.
그렇다고 도쿄가 돌출 행동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 개헌이 참의원의 문턱을 넘지 못하더라도 베이징이 반기지 않는 정책들을 더 빠르게 밀어붙일 수 있게 됐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2026년 1월 27일 일본 고베에서 열린 선거 유세 집회에서 공명당 대표 사이토 데쓰오(가운데)가 당 후보들과 손을 잡고 있다. 자민당의 오랜 연립 파트너이자 종종 온건한 역할을 해온 공명당은 2025년 10월 연립 정권에서 이탈했다. │ Buddhika Weerasinghe/Getty Images
●재무장 가속화
대만 국방안보연구원(INDSR) 원장 수쯔윈(蘇紫雲)에 따르면, 가장 큰 변화는 방향이 아니라 속도다. 그는 에포크타임스에 일본의 방위 정책이 이미 ‘전수방위(専守防衛)’ 기조에서 ‘적극적 방위’로 방향을 전환 중이라고 말했다. 장거리 미사일 도입, 반격 능력 개발, 미국 및 여타 파트너국과의 긴밀한 통합이 그 내용이다.
그에 따르면, 이 중 상당 부분은 헌법 개정 없이도 가능하다. 예산 편성, 무기 도입 결정, 작전 기획, 기존 법령의 해석 변경을 통해 적극적 방위를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 방향을 명확히 밝혀 왔다. 그녀는 1월 24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일본이 주도적으로 방위 능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하는 것이 필수”라고 밝히며, 중국∙북한∙러시아를 위협 요인으로 지목했다.
다카이치 내각은 이미 2026 회계연도 방위비로 9조 엔(약 58조 원) 이상의 역대 최대 예산을 승인했다. 이는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2%로 끌어올리려는 5개년 계획의 일환이다. 예산에는 장거리 ‘스탠드오프’ 미사일, 드론, 일본 남서쪽 도서 지역 인근의 공격을 억제∙격퇴하기 위한 무기 구입비가 포함돼 있다. 대만 유사시 이 지역은 즉각적인 전략적 요충지가 된다.
다카이치 총리는 또 일본 국가안전보장전략을 개정하고, 무기 수출 규제 완화에도 속도를 내겠다고 약속했다.

대만에서 약 111킬로미터 떨어진 일본 최서단 유인도 요나구니섬. 2022년 4월 13일 촬영. 일본 남서쪽 도서 지역은 대만과 인접해 있어, 대만 유사시 일본의 해상 교통로, 영공, 주일 미군 기지가 위협받을 수 있다. │ Carl Court/Getty Images/연합
다카이치 총리는 1월 9일 기자회견에서 “전략 3문서를 일정보다 앞당겨 개정하고 안보 정책을 근본적으로 강화하겠다. 스스로를 지키려는 의지가 없는 나라를 도와줄 나라는 없다”고 말했다.
중의원 3분의 2 의석을 확보한 다카이치 총리는 참의원이 법안을 저지하려 해도 수월하게 통과시킬 수 있다. 일본 국회는 양원제로, 대부분의 법안은 양원 모두의 승인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참의원이 중의원 통과 법안을 부결하거나 수정할 경우, 중의원이 재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재의결해 이를 번복할 수 있다.
예산의 경우는 사정이 더 유리하다. 참의원은 예산을 저지할 수 없고 지연시킬 수만 있다.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한 달 후 중의원 안이 자동으로 확정된다.
개헌은 다른 문제다. 다카이치 총리는 2월 9일 개헌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히며 일본의 군사적 역할에 가해진 법적 제약을 바꾸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러나 개헌은 양원 모두 3분의 2 이상 찬성, 이후 단순 과반 국민투표를 거쳐야 한다. 중의원 재의결로 참의원을 무력화할 수 없어, 다카이치 총리로서는 2028년으로 예정된 참의원 선거에 승부를 걸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수쯔윈 원장은 베이징의 문제는 일본의 방위비 규모만이 아니라, 그 능력이 대만과 동중국해를 둘러싼 군사력 균형을 어떻게 바꾸느냐에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일본이 통합 방공∙미사일 방어 체계를 운용하고, 장거리 화력을 투사하며, 정치적 제약 없이 미군을 지원할 수 있게 되면 중국의 강압 행위에 더 큰 대가를 치르게 하고, 위협의 실효성을 떨어뜨린다.
그는 베이징이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을 비난하고 나올 것은 거의 확실하지만, 서태평양 지역 불안정의 더 직접적인 원인은 중국 자신의 군비 증강과 강압적 외교라고 주장했다.

2025년 10월 21일 도쿄 중의원에서 자민당 총재 다카이치 사나에가 총리로 선출된 후 의원들의 박수를 받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2월 8일 중의원 조기 총선 압승에 이어 2월 18일 의회에서 총리로 재선출됐다. │ Tomohiro Ohsumi/Getty Images/연합
리스후 교수는 아베 신조 전 총리 집권 이후 10년간의 군 현대화를 통해 일본이 노후 장비 교체를 넘어, 새로 갖춘 전력을 실제 유사시에 어떻게 운용할지 고민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특히 일본 영토에 대한 직접 공격 없이도 일본의 이익이 위협받는 시나리오에 주목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카이치 총리의 과제는 고성능 전력을 실질적이고 검증된 억지력으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미∙일 동맹의 작전 능력 통합
야이타 아키오는 다카이치의 승리가 워싱턴이 수년간 추구해 온 목표에도 힘을 실어준다고 말했다. 미∙일 동맹을 정치적 관계에서 실질적인 연합 작전 체계로 전환하는 것이다.
그는 다카이치 총리가 동맹국의 분담 확대를 요구해 온 트럼프 대통령의 기조에 맞춰 방위비를 늘릴 것으로 전망했다. 또 트럼프 행정부가 동북아시아 주둔 미군을 감축할 경우, 일본에 더 많은 역할을 요구하는 압박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구조적 기반은 이미 일부 마련돼 있다. 일본은 2025년 육∙해∙공 자위대를 더 긴밀히 통합하기 위한 통합작전사령부를 창설했고, 미군 당국은 주일미군의 전투 역량 강화를 위한 개편 작업에 착수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 기조를 확고히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선거 후 이르면 3월 미국을 방문해 동맹을 축으로 한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이를 일본 안보 전략의 핵심으로 규정했다.
야이타는 워싱턴의 전략적 셈법은 간단하다고 말했다. 일본이 더 많이 지출하고, 더 많은 역량을 갖추고, 더 큰 지역적 역할을 맡으라는 것이다. 그 대가로 미국은 주둔 규모를 비례적으로 늘리지 않고도 억지력과 영향력을 유지한다.
리스후 교수는 그 결과를 동맹 내 역할 재조정, 즉 일방적인 안보 보장에서 벗어나 공동 작전 체계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2024년 1월 7일 일본 지바현 후나바시시 나라시노 주둔지에서 영국, 캐나다, 독일, 미국 등 여러 나라가 참가한 가운데 열린 합동 군사훈련에서 일본 병사들이 전투 대형을 갖추고 있다. │ Richard A. Brooks/AFP via Getty Images/연합
●제1도련선 조이기
일본 남서쪽 도서 지역은 대만과 인접해 있어, 대만 유사시 일본의 해상 교통로, 영공, 주일 미군 기지가 즉각 위협받는다. 이 같은 지정학적 현실 때문에 대만 문제는 일본 정치의 주류 의제로 자리 잡았고, 베이징이 일본의 대만 안보 발언에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국과의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교도통신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다카이치 총리의 지지율은 약 70%까지 상승했다. 같은 조사에서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경우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를 지지한다는 응답이 48.8%, 반대가 44.2%로 팽팽하게 나뉘었다.
수쯔윈 원장은 도쿄∙타이베이∙워싱턴의 전략적 목표가 일본-대만-미국을 잇는 ‘방어선’을 강화하고, 필리핀과의 협력 확대를 포함해 제1도련선을 따라 접근∙기지 선택지를 늘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사시 미군이 더 많은 선택지를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일본에서 대만을 거쳐 필리핀으로 이어지는 제1도련선은 중국 군사력을 연안에 가둬두는 역할을 한다.
수쯔윈 원장은 베이징의 시각에서 보면 이는 단순히 ‘일본이 강경해지는 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일본-대만-미국과 필리핀 중 한 당사자에게 압박을 가하면 나머지 나라들이 공조하고, 더 많은 정보를 공유하며, 작전 계획을 긴밀히 조율하는 촘촘한 지역 방위 체제를 구축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 역학 구도는 베이징이 파트너국들을 각개격파할 여지를 줄이고, 어떤 강압적 행동도 더 광범위한 연합 대응을 촉발할 위험을 높인다.

2025년 6월 20일 일본 가고시마 인근 해상에서 실시된 훈련에서 미국 해안경비대 함정(왼쪽)이 일본 해상보안청 지원함 옆을 지나고 있다. 이번 합동훈련은 역내 분쟁 수역에서의 중국 활동에 맞선 연대 과시로 평가된다. │ Richard A. Brooks/AFP via Getty Images/연합
●정보∙경제∙공급망의 탈중국화
리스후 교수는 가장 중요한 변화 중 일부는 미사일이 아니라 레버리지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간첩 활동, 정치적 영향력 공작, 경제적 의존을 통해 파고들 수 있는 취약점을 차단하는 것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정보 역량 강화와 민감한 정보∙기술 보호 강화를 촉구해 왔다. 국가정보국 창설과 방첩 강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며, 이는 동시에 워싱턴 및 여타 안보 파트너와의 협력을 심화하기 위한 것이다.
리스후 교수는 정보 보호가 강화되지 않으면, 정보 유출 위험 때문에 파트너국들이 민감한 정보를 일본과 공유하는 데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본의 정보 보호 체계가 강화되면 미국과의 심층 정보 교류가 가능해지는 동시에, 중국 입장에서는 침투 시도에 더 높은 비용이 요구된다.
경제안보도 또 다른 전선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첨단 반도체를 국가안보 문제로 규정하고 반도체 공급망을 전략적 우선 과제로 삼아 왔다. 선거를 며칠 앞두고 대만의 반도체 기업 TSMC는 일본에서 3나노 첨단 반도체를 생산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수쯔윈 원장은 희토류도 또 다른 사례로 꼽았다. 일본은 중국의 희토류 지배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미나미토리시마 인근 심해 광상 개발을 모색해 왔다.
이 프로젝트들은 결실을 맺기까지 수년이 걸리더라도, 베이징이 공급망을 무기화할 수 있는 능력을 줄이겠다는 일본 정부의 의지의 표현이다.
리스후 교수는 도쿄의 조용한 정치적 변화도 짚었다. 10년 전과 비교해 일본 재계가 정부에 대중국 관계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낮추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들이 공급망을 동남아시아∙인도 등으로 다변화하면서 중국 의존도가 낮아졌고, 이는 베이징이 일본을 압박하는 데 써온 전통적인 레버리지 중 하나가 약해졌음을 의미한다.

2026년 2월 5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오른쪽)와 TSMC 웨이저자 회장(왼쪽)이 면담하고 있다. │ Kazuhiro Nogi/POOL/AFP via Getty Images/연합
●베이징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
리스후 교수는 가장 민감한 문제, 베이징이 가장 불안하게 지켜보는 사안은 일본의 핵 정책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일본은 유독 취약한 처지에 놓여 있다. 핵 보유국인 중국∙북한∙러시아 세 나라에 인접해 있으면서, 이 문제를 혼자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현실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1월 24일 시정연설에서 세 나라를 모두 거론하며 이들의 군사력 증강이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고 경고했다.
수십 년간 일본의 해법은 미국의 핵우산이었다. 핵무기 보유∙제조∙반입을 금지하는 강력한 국내적 원칙과 함께 유지돼 온 것이다. 이 원칙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러나 중의원 선거 압승을 바탕으로 도쿄는 핵무기를 완전히 배제하는 현재의 정책을 고수하는 것도, 전후 비핵 규범을 완전히 뒤엎는 것도 아닌, 그 사이 어딘가에 있는 옵션들을 더 공개적으로 논의할 수 있게 됐다고 리스후 교수는 말했다.
야이타 아키오는 아베 전 총리가 퇴임 후 제안한 NATO식 개념인 ‘핵 공유’가 다카이치 정부 들어 새로운 주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카이치 총리가 역대 일본 지도자들보다 이 문제를 더 열린 자세로 논의해 왔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5년 11월 이 논란에 더욱 불을 지폈다. 핵 비보유∙비제조∙비반입의 일본 ‘비핵 3원칙’을 안보 전략 개정에서 재확인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밝힌 것이다.

2025년 9월 3일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린 군사 퍼레이드에서 핵 탑재가 가능한 DF-31BJ 탄도미사일이 이동식 발사대에 실려 공개되고 있다. │ Kevin Frayer/Getty Images/연합
수쯔윈 원장은 일본이 이미 미국의 핵우산, 즉 확장억제에 의존하고 있음을 강조하며, 실질적인 의미에서 ‘핵 공유’란 일본이 핵 위협을 받을 경우 미국이 얼마나 신뢰할 수 있게 보복할 것인가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일본이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으면서도 중국군으로부터 더 멀리 떨어진 해역에서 작전할 수 있는 핵추진 잠수함을 추진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리스후 교수는 베이징을 자극할 수 있는 또 다른 정치적으로 실현 가능한 방안으로 미국 핵잠수함의 정기 기항을 꼽았다. 핵미사일 탑재가 가능한 잠수함의 가시적 존재는 일본 영토에 핵무기를 상시 배치하지 않고도 억지력을 강화할 수 있어, 도쿄로서는 국내 비핵 원칙과 상충하지 않는다고 주장할 여지가 있다.
그에 따르면, 이것이 일본의 비핵 원칙상 허용 가능한지는 논란이 될 수 있지만, 일본의 새로운 정치 환경에서 이전보다 현실적인 논의가 됐다.
워싱턴은 역사적으로 동아시아 동맹국의 독자적 핵무장에 소극적이었지만, 핵추진 잠수함은 지원할 가능성이 높다.
그는 그러나 베이징 입장에서는 이 논의가 지속되는 것 자체가 전략적으로 부담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군비 증강과 강압적 태도가 주요 이웃 국가로 하여금 핵무장이라는 금기를 재검토하고, 미국의 공약을 더 확실히 묶어두는 방안을 모색하게 만들고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세계 안보 지형
다카이치의 승리는 각 지역의 안보 상황이 서로 맞물리는 흐름이 강해지는 시점에 나왔다. 일본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각국으로 하여금 러시아와 중국을 연계해 사고하도록 만드는 가운데, 유럽 파트너들과의 안보 유대를 강화하고 NATO와의 교류를 늘려 왔다.
수쯔윈 원장은 역량이 강화된 일본이 워싱턴에 선택지를 준다고 말했다. 미국이 대중국 경쟁이라는 더 큰 과제에 집중하는 동안, 동북아시아에서 더 많은 책임을 일본에 맡길 수 있다는 것이다.

2025년 10월 28일 일본 요코스카 미 해군 기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미 해군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함에 탑승하고 있다. │ Andrew Caballero-Reynolds/AFP via Getty Images/연합
역량이 강화된 일본은 미국이 과도하게 전력을 분산하지 않고도 러시아에 대한 압박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유럽 동맹국들에게 보여주는 역할도 한다. 일본이 인도∙태평양 쪽 판을 안정시켜 주기 때문이다.
수쯔윈 원장은 미국∙대만 및 여타 인도∙태평양 파트너들에게 돌아오는 이점은 더 명확한 대중 억지력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역량 강화, 동맹 통합 심화, 정보 협력 강화, 그리고 베이징이 겁을 주거나 균열을 내기 어려운 지역 네트워크가 그것이다.
그는 반면 위험도 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이 일본 인근에서 군사 활동을 늘리거나, 무역 규제를 강화하거나, 강압적 메시지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
야이타와 수쯔윈 원장은 이번 선거의 교훈은 베이징이 구사한 압박 전술이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여론을 강경하게 굳히고, 친중 목소리를 약화시키며, 정작 베이징이 막으려던 안보 변화를 가속화했기 때문이다.
리스후 교수는 선택은 베이징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계속해서 이웃 국가들을 압박으로 복종시키려 한다면, 오히려 반대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높다. 동아시아 전반에 걸쳐 더 긴밀한 반중 연대와 더 높은 방위비로 이어질 뿐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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