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전막후] 윤석열 대통령과 대립각 세워야 살아남는 ‘한동훈식 정치공학’
펜앤드마이크 2024.09.26 이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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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산된 독대요청, 김건희여사 문제 둘러싸고 ‘도발계속’ 가능성

여당의 차기주자에게는 현직 대통령과 차별화를 해야만 하는 숙명이 있다.
노태우 대통령에게 김영삼이 했던 것을 이회창이 김영삼 대통령에게 되돌려주었고, 김대중 대통령에게 노무현, 노무현 대통령에게 정동영이 그랬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은 원래부터 ‘친이-친박’으로 나눠져 대립하던 사이였지만, 행정수도 이전 등 여러가지 문제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은 여당의 차기주자 시절 이명박 대통령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또한 지난 대선과 총선 때 인적정리를 통해 문재인 계파와 완전히 다른 자신의 세력을 구축했다.
진영을 막론하고, 여당의 차기주자가 빠짐없이 보여준 이런 행보는 현직 대통령과 정부를 향한 국민들의 비판여론과 피로감을 극복하기 위한 목적이 컸다.
차기 대권주자 결정권이 현직 대통령에게 있었다면, 그렇게 못했을 것이다. 전두환 대통령 집권 7년동안 후계자 노태우 대통령이 했던 모습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5공화국의 절대 권력자 전두환 대통령은 재임중 자신의 후계자로 노태우 만을 염두에 뒀던 것은 아니었다.
결국 후계자 자리는 육사 동기이자 1979년 12·12 때 결정적인 공을 세운 평생의 친구 노태우에게 돌아갔지만, 막상 노태우 본인은 전두환 대통령 집권 7년동안 단 하루도 편한 날 없이 가슴을 졸였다.
각종 비사(祕史)와 당사자 증언 등을 종합하면, 전두환 대통령이 재임시 노태우 말고도 자신의 후계자감이라고 생각하고, 당사자 또는 주변에 그런 이야기를 한 사람으로는 노신영 전 안기부장, 11 12 14 15대 4선 국회의원을 지낸 이세기 전 국토통일원 장관, 이종찬 현 광복회장 등이 있다.
전두환 대통령은 노신영 안기부장에 대해 직업 외교관 출신으로서 보여주는 세련된 매너와 행정경험 등을 높게 평가했다.
이세기 전 장관은 학계의 촉망을 받는 고려대의 엘리트 교수로 정치학 및 남북문제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비전으로 5공에 참여했는데, 전두환 대통령은 이따금씩 “다음 대통령은 이세기 같은 사람이 해야된다”고 말하곤 했다.
육사 출신인 이종찬 광복회장은 중앙정보부 근무 중 10·26으로 중앙정보부장을 겸직하게 된 전두환 보안사령관과 인연을 맺었다. 전두환 대통령은 민정당 창당 때 그가 보여준 실력과 독립운동 명망가의 후손이라는 점에 대해 일종의 ‘부채의식’을 가졌다고 한다.
전두환 대통령은 허삼수 허화평 같은 5공출범의 결정적 공신(功臣)들이 집요하게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최종적으로 선택한 것은 친구와 의리, 노태우를 선택했다.
전두환 대통령은 후계자 노태우가 망설이는 대통령 직선제를 통한 민주화, 즉 6·29 선언을 자신이 직접 결단해 노태우가 한 것처럼 밀어줬다. 그리고 “나를 밟고 가라”는 유명한 말로 자신과의 차별화를 권유하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로 1987년 13대 대선을 좌우한 것은 김영삼 김대중의 동시출마, 즉 양김 등 민주화세력의 분열이었다.
1987년 6월항쟁, 민주화운동의 뜨거운 열기가 이어진 13대 대선은 민정당의 노태우 후보와 통일민주당의 김영삼 후보, 평화민주당 김대중 후보, 신민주공화당의 김종필 후보 등 ‘1노3김’이 맞붙은 4자대결 구도로 치러졌다.
노태우 후보가 36.6%, 김영삼 후보가 28.03%, 김대중 후보가 27.04%를 득표했으니, 김영삼 김대중, 양김씨가 단일화만 했다면 무조건 이기는 선거였다.
당시 민정당 선대본부장을 지낸 이춘구 전 민자당, 신한국당 대표는 “혹시나 김대중 후보가 중도 포기를 해서 야권분열 구도가 깨지는 것을 막기위해 김 후보측 후원금 계좌에 거액의 돈을 넣어주기도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문재인 정권의 오만과 독선, 내로남불 정치에 염증을 느끼며 정권교체를 바랬던 많은 국민들은 문재인 정권에 가장 치열하게 맞서 싸운 윤석열 검찰총장을 차기 대통령으로 선택했다.
1987년 13대 대선에서 노태우 후보가 37%도 안되는 득표를 한 것은 국민들의 민주화 염원과 더불어 전두환 대통령에 이은 군 출신 대통령의 재탄생을 바라지 않는 민심이 반영된 결과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집권 3년차에 접어 들면서 지지정당에 상관없이, 보수성향의 국민들 조차 또다시 검사출신 대통령을 원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때문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여당 차기주자로서 향후 윤석열 대통령과 더 예리한 대립각을 세워야만 하는 ‘정치공학적 숙명’을 안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는 전두환-노태우 같은 운명공동체이거나, 스타일이 딱맞는 ‘찰떡궁합’은 아니다. 그렇다고 한동훈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따로 드릴 말씀이 있는데 시간을 좀 내주십시오”라고 전화를 못할 사이는 아니다.
의대증원 문제나 김건희 여사 문제에 대해 한동훈 대표가 할 이야기가 뻔하다고 해서 윤석열 대통령이 여당 대표한테 “만나서 뭘해”라고 말할 수 있는 자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한동훈 대표와 그 측근들은 ‘독대무산’ 문제를 철저하게 국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쇼’로 활용하는 모습이다. 장동혁 김종혁 같은 한동훈 대표의 ‘최측근’들이 기본적으로 쟁점이 되기 어려운 이 문제를 반복적으로 꺼내는 것에서 알 수 있다.
의사 증원은 어차피 민주당 이재명 대표까지 찬성 입장을 밝힌 바 있고, 국민도 지지하는 만큼 정부 여당의 뚝심이 필요한 사안이다. 김건희 여사 문제는 윤 대통령이 사과를 안한 것도 아니고, 특검이 될 만한 일도 아니다.
김건희 여사 특검을 수용할 경우, 민주당의 목적대로 윤석열 정부의 식물화와 함께 한동훈 대표의 차기행에도 큰 문제가 생긴다는 것을 한 대표측도 모르는 것 같지는 않다.
한동훈 대표는 당내 기반이 취약한 상태다. 비대위원장에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총선을 이끌었지만 패배했고, 직접 공천한 국회의원도 정치적 무게감이 미미한 비례대표 몇 명에 불과하다.
과거 이회창 총재가 총선때 국회의원 공천을 통해 측근을 만들어 대세몰이를 했던 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당내, 국민의힘의 다수를 이루고 있는 영남지역 의원들 사이에서는 이같은 한동훈식 정치공학에 대해 “ 어줍잖다”, “섣부르다”는 반응이 나온다. 경남 서부지역의 한 국회의원은 “당원들은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하고 잘 싸우라고 한동훈 대표를 뽑았는데 윤석열 대통령하고 싸운다”고 말할 정도다.
차기 경쟁자인 홍준표 대구시장이나 오세훈 시장쪽은 이런 상황을 즐기는 모습이다. 처음부터 한동훈의 등장을 막으려 했던 홍 시장은 한 대표에 대한 비난강도를 높이고 있다. 오세훈 시장과 친한 인사들의 ‘정모’에 참석하는 여당 의원들의 숫자도 하나둘 늘고있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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