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2)

[한동훈의 삶의 고통과 분리되어 있는 논리] 당대표직의 패션

배셰태 2024. 6. 25. 05:42

※당대표직의 패션

한동훈 국민의힘 전 비대위원장을 처음 본 것은 2017년 5월 박근혜 전 대통령 형사재판정인 서울중앙지방법원 417호에서였다. 필자는 변호인석에 한 위원장은 검사석에 마주 앉아 있었다. 한 위원장은 이원석 현 검찰총장과 함께 공판검사팀을 이끄는 투톱(two top)이었다.

한 위원장의 도회적인 옷맵시는 둔감한 내 눈에도 이미 튀어 보였던 것 같다. 그러나 당시 필자에게 가장 두드러졌던 한 위원장의 면모는 <삶의 고통과 분리되어 있는 논리>라는 느낌이었다. 변호인의 증인신문과 변론을 반박하는 검사의 말 속에서도 내면의 격동이 느껴지는 경우들이 종종 있는데, 박 전 대통령의 공판이 주 4회 매일 12시간씩 진행되었던 약 다섯 달 동안 필자는 한 위원장에게서 감정의 동요를 본 기억이 없다.

어제 국민의힘 당대표직 출마 기자회견을 하는 한 위원장을 보며 그때의 기억을 다시 떠올리게 되었다. 아름다운 말과 수려한 단어들이 연설문을 가득 메우고 있었지만 정작 진정한 삶의 고통과 상처, 눈물과 피땀, 그와 함께 있는 열정과 헌신의 드라마는 느껴지지 않았다. 모든 것이 너무나 정연하고 너무나 형식논리적이었다.

그러나 우리의 삶은 형식적인 논리보다 훨씬 복합적이다. 일례로 한 위원장이 주도한 (경선통과자들에 대한) 공천취소가 국민의힘 총선 결과에 끼친 영향에 대해서는 여러 평가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취소가 국민의힘 지지자들 상당수에 초래한 절망과 상처는 대구경북 지역의 저조한 투표율에서 보듯 명백한 것이다. 그럼에도 한 위원장은 총선 패배 후 두 달만에 다시 당대표직 출마를 선언하는 시각까지도 그 상처를 직시하고 대면할 생각과 용기를 가지지 못했다.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다루는 정치 세계에서 한 위원장이 멋의 경지로까지 끌어올린 형식논리적 정연함과 삶의 복합적인 면모를 과감히 생략하여 결론을 향해 증거를 짜맞추어가는 기술의 예술화는 둘 다 극히 위험하다. 모세는 눌변이었고, 사도 바울은 말을 더듬었으며, 조계종을 창립한 선사의 법명은 ‘눌변의 가치를 앎’을 뜻하는 지눌(知訥)이었다.

당대표직에 도전하는 한 위원장은 패션(Fashion)이 아니라 패션(Passion)을 추구했어야 한다. 자신이 빛나는 보석으로 두드러져 보이기보다, 열정으로 인한 수난을 겪어낼 진정성을 보여주었어야 한다. 대통령의 탄핵, 임기단축 개헌, 체제변성적인 주장이 공공연히 거론되고 추진되는 광대(狂大)야당의 현실 앞에서 <대통령보다 더 멋있어 보이는 여당 대표>란 ‘삶의 관점’에서 얼마나 허망한 것인가.

한 위원장이 보여준 새로운 경지와 어려운 시기 단기필마로 활약했던 수많은 기여들은 그것대로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나 <범죄자 대 그를 상대하는 정의로운 검찰> 같은 몰역사적이고 추상적인 틀 위에서는 “보수혁신”과 “실용”의 구호를 아무리 정교화해도 대한민국 국민들이 실제 부딪히고 있는 피눈물나는 삶의 전투를 겉돌게 될 뿐이며, 우리 공동체를 위협하는 거대한 실제의 위험에 이용당하고 잡아먹히게 될 뿐임을 경고하지 않을 수 없다.

패션(Fashion)이 아니라 패션(Passion)을 추구하는 국민의힘 당대표가 절실히 필요한 이유이다.

출처: 도태우(변호사) 페이스북 2024.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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