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훈 칼럼] '헌법의 아버지'들이 상상도 못했을 이재명
조선일보 2024.06.15 박정훈 논설실장
https://www.chosun.com/opinion/column/2024/06/15/GAHQ23YCKFDHZIDSUZVVNZYTW4/
오로지 한 사람의 범죄 처벌을 막고 한 사람이 대권으로 가는 길을 열기 위해 법치를 교란하고
헌정 질서를 흔드는 위헌 폭주를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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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표가 14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선거법 위반 재판에 출석하면서 취재진 앞에서 입장을 말하고 있다. 이 대표는 주 1~2회 꼴로 재판정에 서고 있다./연합뉴스
논란 중인 ‘헌법 제84조 문제’는 대통령의 불소추(不訴追) 특권에 기존 재판도 포함되느냐의 이슈다. 헌법 84조는 내란·외환죄를 빼고는 재임 중 대통령을 형사 소추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에 당선되는 순간 범죄 혐의가 있어도 기소하지 못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으나 이미 진행 중인 재판도 중단되느냐를 놓고선 해석이 팽팽히 엇갈린다. 가장 명확해야 할 헌법 조문이 불확실성에 휩싸인 것이다.
이 조항이 이제 와서 문제 된 것은 지금까지 없던 전혀 새로운 유형의 정치인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7개 사건 11개 혐의로 4개 재판을 받고 있거나 받을 예정인 형사 피고인이 거대 야당을 발판 삼아 대권을 두드리는 초유의 상황이 펼쳐졌다. 2017년 대선 때 홍준표 후보 출마 사례가 있으나, 그는 2심 무죄 판결을 받은 상황이었고 당선 가능성도 낮아 별 논란이 되지 않았다. 반면 이재명 대표는 선거법 위반, 위증, 배임, 제3자 뇌물 등의 중범죄 혐의로 기소된 데다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유력 후보다. 대선이 다가올수록 ‘84조 문제’는 나라를 두 쪽 낼 핵폭탄으로 폭발할 수 있다.
대통령 불소추 특권의 역사는 길다. 1948년 제헌 헌법도 제67조에서 토씨 하나 거의 다르지 않게 규정하고 있으니 건국 이래 76년간 대통령을 위한 안전장치로서 기능해온 셈이다. 이 조항을 누가 고안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제헌 헌법의 기초 자료였던 ‘유진오 초안’이 내각제로 돼있던 것을 이승만 당시 국회의장이 개입해 대통령제로 바꿨다는 사실로 미루어 이승만의 의지가 반영됐을 것으로 추측만 할 뿐이다. 이승만은 미국식 민주제도의 이상을 헌법에 담으려 했다. 여기에 유진오가 모델로 삼은 바이마르헌법과 옛 관료 그룹이 차용한 메이지헌법 요소, 그리고 1919년 임시정부 수립 때부터 한민족이 나아갈 방향이 ‘민주 공화제’임을 간파했던 독립운동가들의 염원이 어우러져 대한민국의 뼈대인 제헌 헌법이 탄생했다.
건국을 설계한 ‘헌법의 아버지’들은 헐벗은 해방 공간에서 대통령이 강력한 리더십을 쥐고 신생 대한민국을 건설해 가길 바랐다. 대통령에게 불소추 특권을 부여한 것도 처벌 걱정 없이 소신껏 국가 운영을 하라는 뜻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대통령 직무의 안정성을 위한 것이지, 범죄 혐의자에게 사법 리스크의 면죄부를 쥐여 주려는 취지였을 리 없다. 재판받는 형사 피고인이 대통령에 출마하고 그런 사람이 당선될 수도 있다는 것은 상정(想定) 밖 일이었다. 그런 상황이 벌어지리라곤 헌법의 설계자들이 상상조차 못 했을 것이다.
‘제헌 헌법의 아버지’들이 대한민국을 설계하며 고민했을 상상력의 한계를 이재명 대표는 훌쩍 뛰어넘었다. 명문 조항은 없지만 법적·도덕적 문제 있는 사람은 공직을 맡지 말아야 한다는 게 민주 공동체를 지향하는 우리 헌법의 취지다. 이 대표는 이런 헌법 정신은 물론, 정글 같은 정치판에서 그나마 통용되던 최소한의 금기마저 모조리 깼다. 대선에서 패배한 사람이 곧장 국회의원 선거에 나가고 당대표까지 되어 방탄 특권을 몸에 둘렀다. 반대파를 제거해 전통 깊은 야당을 1인 사당(私黨)으로 만들더니 168명 소속 의원들을 방탄 부대로 앞장세웠다. 헌정 질서의 근간인 의회 제도를 개인 범죄 방어에 악용하고 있는 것이다.
행정·입법·사법부가 견제하며 균형을 이루라는 것이 헌법 정신이다. 이 대표와 민주당은 검찰을 겁박하고 법원을 압박함으로써 삼권분립의 기초를 흔들고 있다. 이 대표 사건을 수사하는 검사들 신원을 공개해 공격 좌표를 찍고, 수사팀을 겨냥한 특검법이며 탄핵을 추진하겠다 한다. ‘술판 회유’ 거짓말까지 해가며 재판을 질질 끌던 측근 이화영의 유죄 판결로 법원이 이 대표의 관여 혐의를 인정했는데도 “조작”이니 “창작”이니 하며 사법부 판단마저 불복할 태세다, 심지어 영장 판사를 자기들이 고르고 재판부를 선출로 뽑겠다고까지 한다. 법치의 보루인 사법 시스템을 정치 난장판으로 만들려 하고 있다.
지금 이 대표와 민주당이 벌이는 일은 단순한 정치 공세가 아니다. 그것은 헌정 질서를 흔드는 헌법 교란이자 위헌적 폭주에 다름없다. 이 모든 것이 이 대표 한 사람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오로지 한 사람의 범죄 처벌을 막고 그 한 사람이 대권으로 가는 길을 열기 위해 검찰·법원을 협박하고 “민주적 통제” 운운하면서 사법을 방해하고 있다. 입법 폭주와 특검 남발, 탄핵 협박으로 행정부를 겁박하며 의회 민주주의를 왜곡시키고 있다.
과거 독재 정권은 헌정을 뒤집기 위해 군사 쿠데타를 일으키거나 헌법 자체를 고쳤다. 이 대표와 민주당은 형식적 합법을 가장했지만 실제론 법치와 사법부 독립, 삼권분립, 의회 제도의 헌정 질서를 흔드는 엄청난 일을 하고 있다. 이런 날이 오리라고는 ‘헌법의 아버지’들이 꿈도 못 꾸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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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84조/헌법 제 68조 2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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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m.munhwa.com/mnews/view.html?no=20240611010731110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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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84조/헌법 제 68조 2항] 대통령 직을 피고인 도피처로 착각 마라
이재명 대표의 최종 목표는 무엇일까? 차기 대선 때까지 자신에 대한 모든 재판의 확정판결을 피해 대통령이 되는 것일 게다. 지금까지 그가 보여준 재판지연 전술이나 당과 국회를 ‘이재명의 지배’아래 놓는 과정을 보면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 대표는 형사 피고인이다. 그것도 혐의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아마도 정상국가라면 그런 꿈은 백일몽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한마디로 우리나라 헌법 84조는 범죄 피고인에게 도피처를 마련해주려고 만든 규정이 아니다. 왜냐하면 그건 헌법원리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요즘 왜 이 헌법 규정을 두고 때 아닌 논쟁이 가열되고 있는 것일까? 이재명 대표가 모든 형사재판의 확정판결을 지연 시킨 뒤 대통령에 출마해 당선될 경우를 가정하는데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한다. 이 대표를 지지하는 측은 만약 이 대표가 확정판결이 나지 않은 상태에서 대통령에 당선되기만 하면 재판은 중단되고, 셀프 사면권을 통해 모든 혐의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착각하는 모양이다.
그런 해석은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는 규정이 피고인에게 특권을 부여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애써 부정하려는 것이다. 물론 괘변에 지나지 않는다.
헌법 84조는 자유로운 정치지도자가 국민의 위임을 받아 대통령 직을 수행하는 동안 국정의 안정을 위해서 형사상 불(不)소추권을 인정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내란 또는 외환과 같은 반(反) 헌법적인 중범죄를 범한 때에는 헌법을 지키기 위해서 소추(訴追)를 허용한 것이다.
대통령의 재직 중 형사상의 불(不)소추권을 규정한 나라는 범죄 피고인이 대통령이 되는 것 자체를 상정하지 않는다. 그런 엉뚱한 생각을 하리라고는 상상 조차 않는 것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법치 선진국에서는 형사 피고인은 아예 공직선거에 입후보조차도 허용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자유민주국가에서 헌법 해석의 일반 원칙은 통치권의 기본권 기속 성을 지키기 위해 국민의 기본권은 되도록 넓게 해석한다. 하지만 통치기관의 특권과 권한은 가능한 한 좁게 해석한다. 이런 원리에 비춰 보더라도 대통령의 재직 중 형사상 특권 규정은 확대 해석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평등의 원리에 비춰 봐도 축소 해석하는 것이 헌법 이념에 부합한다. 따라서 헌법이 평등의 원리를 구현하기 위해 특수 계급의 창설을 금지한 규정은 대통령의 형사상 불(不) 소추권 해석에서도 존중해야 한다.
헌법이 전혀 상상하지 못한 일이지만, 재판 중인 형사 피고인이 설령 대통령이 되는 때에도 재판은 당연히 계속 돼야 하고, 유죄 확정 판결을 받으면 대통령 직을 상실하는 게 맞다.
그래서 헌법도 대통령 당선자가 판결 기타의 사유로 그 자격을 상실할 때에는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뽑도록 한 것이다. 헌법 제 68조 2항의 대통령의 보궐선거 규정은 “궐위 시에는 ‘대통령’으로 되어 있고, 자격 상실 사유에서는 ‘대통령 당선자’라고 표기해서 명백히 구별하고 있다.
그렇다면 헌법질서의 확립과 법치주의의 실현을 위한 가장 바람직한 길은 무엇일까? 재판 중인 형사피고인이 대통령에 입후보 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그 열쇠는 사법부가 쥐고 있다.
이를테면 사법 당국은 스스로 위법적인 재판 지연을 하지 말고, 공직선거법과 위증교사 관련사건과 같이 이미 공판 절차를 마친 사건부터 하루 속히 1심 판결을 해야 한다. 항소심과 대법원도 집중심리를 통해 대선 전에 확정판결을 해야 함은 물론이다.
특히 법관의 편향적 정치이념이 재판에 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한 법관의 독립을 악용하는 일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만일 재판지연으로 재판 중인 범죄 피고인이 대통령이 되는 상황이 온다면 헌법해석의 차원을 넘어 사법부는 심각한 문제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헌법의 소추 규정을 두고 재판의 포함 여부를 따지는 것 자체가 잘못이다. 소추는 수사부터 기소까지 뜻한다는 것은 사법절차의 기초적인 상식이기 때문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사법부가 국민의 신뢰를 잃는다면 그런 사법부는 존재 이유가 없다. 사법부는 이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출처: 장석영 페이스북 2024.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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