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1)

[통계 조작] 문재인 청와대, 집값 지도 펴고…상승땐 “이게 맞나” 압박 , 하락땐 “피자 쏜다”

배세태 2023. 9. 16. 09:33

靑, 집값 지도 펴고…상승땐 “이게 맞나” 압박 , 하락땐 “피자 쏜다”
조선일보 2023.09.16 정순우 기자
https://www.chosun.com/economy/real_estate/2023/09/16/3KOT6K57HVBHVAVBRZ6T7VDG7Y/

- 실무진이 말하는 당시 靑 대책회의

2020년 12월 11일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경기 화성시 LH 임대주택 100만호 기념단지인 동탄 공공임대주택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와 함께 임대주택 단지를 살펴보며 걷고 있다./연합뉴스

“(청와대) 회의에 들어가면 자리마다 탁자 위에 서울 25구(區) 지도가 한 장씩 놓여 있었습니다. 구마다 색깔이 파란색(하락)이냐 빨간색(상승)이냐에 따라 그날 회의 분위기가 천당과 지옥을 오갔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집값 통계를 조작했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15일 나온 가운데, 당시 업무에 직접 관여했거나 이를 곁에서 지켜본 실무자들 사이에선 청와대가 자신들이 원하는 부동산 수치가 나오도록 국토교통부나 한국부동산원 고위급은 물론, 실무자까지 고강도 압박을 했다는 증언이 쏟아졌다. 예전 ‘탈원전’ 감사에서 드러난 ‘죽을래 과장’ 사태(장관이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에 부정적이던 담당 과장에게 ‘너 죽을래’라고 윽박지른 일) 때와 유사했다는 얘기였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문 정부 청와대는 수시로 부동산 관계 관료들을 불러 논의했는데, 시장이 급등할 때는 주간 단위로 회의를 소집하고 대응 방안을 내놓으라고 다그쳤다. 한 관계자는 “대통령실이 부동산 정책에 관여한 적은 있지만 이렇게 주간 단위 회의까지 하며 압박한 적은 유례가 없던 일”이라고 했다. 부동산 정책 실무자들로선 “회의 소집 자체가 압박이었다”고 했다. 이 회의에 참석했던 한 전직 관료는 “아파트 값이 어떻게 움직였느냐에 따라 청와대 사람들 표정이 천양지차였다”며 “집값이 오를 때에는 ‘제대로 조사한 것 맞느냐’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다가도 대책 발표 후 집값이 떨어지면 ‘피자 쏘겠다’면서 기뻐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7월 기업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부동산 가격을 잡으면 피자 한 판 쏘겠다”고 발언한 후 피자는 공무원에게 무형의 칭찬과 격려로 통했다. 문 대통령은 정권 내내 “집값은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실제 국토부에 피자를 쏜 적은 없다.

그래픽=박상훈

문 정부는 주택 통계 등 부동산 정책이 국토부의 고유 권한임에도 청와대의 입김이 너무 셌다는 의견도 많았다. 당시 고위 관료를 지낸 A씨는 “과거에는 부동산 정책을 두고 청와대와 교감하는 수준이었던 반면, 문 정부는 정부 부처에서 만든 정책을 청와대가 평가하고 고쳐서 최종본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핵심 관계자는 “김현미 전 장관조차도 청와대 사람들 앞에서는 작아지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문 정부 청와대의 과도한 간섭과 무리한 요구로 인해 국토부 내에서 주택 정책 관련 부서는 기피 부서로 전락했다. 국토와 교통이 양대 업무 축인 국토부 내에서 실장급 이상 최고위직으로 승진하기 위해서는 주택 정책 경력이 필수였고, 해당 부서 공무원들의 자부심도 강했다. 그렇기 때문에 높은 업무 강도에도 불구하고 사무관이나 과장급에서 선호도가 높았다. 하지만 문 정부 들어서는 청와대가 하명한 목표에 맞춰 자신도 납득하기 어려운 정책을 짜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부서 위상이 급속도로 추락했다. 인사 시즌이 되면 주택 관련 부서를 피하기 위한 눈치 싸움이 치열했고, 타 부처 파견 발령을 받은 사람은 부러움의 대상이 됐다.

문 정부 말기엔 국토부 실무자들 사이에서 “지금 청와대랑 엮였다가 나중에 적폐로 몰려 곤욕을 치를 수 있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왔다고 한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통계 조작 감사가 시작되면서 최근 국토부 내에서는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라고 한다.
=======================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이미지 출처: 자유일보/차명진 만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