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2)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5년 만에 중국 찾았다… 양국 충돌 막을 ‘가드레일’ 논의

배세태 2023. 6. 19. 00:13

美 국무장관, 5년 만에 중국 찾았다… 양국 충돌 막을 ‘가드레일’ 논의
조선비즈 2023.06.18 베이징=이윤정 특파원
https://biz.chosun.com/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2023/06/18/NS6BLYQTZVAO3NJEY6HOZMEE5Q/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18일 미 국무장관으로는 5년 만에 중국을 방문했다. 양국간 갈등의 골이 깊은 만큼 이번 블링컨 장관의 방중을 계기로 양국 관계가 극적으로 개선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블링컨 장관의 방중을 통해 양국간 충돌 방지를 위한 ‘가드레일(안전장치)’이 구축되고, 이를 계기로 미중 정상회담이 추진된다면 만큼 양국 관계가 안정 국면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블룸버그통신,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은 이날 오전 7시 30분쯤 베이징에 도착, 오후 2시부터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친강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담했다.

블링컨 장관은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2021년 1월 이후 중국을 방문한 첫 미국 최고위급 인사다. 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2018년 6월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국무장관 이후 미국 현직 국무장관으로는 5년 만의 방중이다. 블링컨 장관은 당초 지난 2월 중국을 방문할 계획이었지만, 중국 ‘정찰풍선’ 사태가 발생하자 일정을 무기한 연기했었다.

토니 블링컨(왼쪽) 미 국무장관과 친강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오른쪽)이 18일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회담 장소로 이동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이번 회담이 미중 간 전략경쟁이 점점 심화하는 상황에서 이뤄진 만큼, 블링컨 장관과 친 부장은 두 나라의 갈등이 무력 충돌로 비화하지 않도록 하는 가드레일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블링컨 장관은 양국간 소통 채널 구축을 요청한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블링컨 장관은 지난 16일(현지시각) 중국으로 출발하기 직전 “이번 중국 방문 목표는 강력한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구축하고, 중국 정책에 대한 미국의 솔직한 우려를 제기해 기후 변화 및 거시경제 안정을 포함한 글로벌 문제에 대한 협력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들은 미국이 중국을 반도체 등 핵심 산업 공급망에서 배제하는 개념인 ‘디커플링(분리)’ 대신 대중국 의존도 완화를 뜻하는 ‘디리스킹(위험 제거)’ 의미에 대해서도 논쟁을 벌였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중국은 미국이 주장하는 디리스킹에 대해 “용어만 바꾼 것”이라며 중국을 기만하고 있다고 의심해왔다. 이 외에도 대만 해협의 긴장 고조 상황 등 양국간 ‘마지노선’을 재확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블링컨 장관의 방중이 당장 미중 관계에 돌파구를 가져다줄 가능성은 적다. 이번 회담에 배석한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국무부 동아태차관보는 베이징으로 출발하기 전 “양국이 서로를 대하는 방식에 돌파구나 변화를 일으키려는 의도로 베이징에 가는 것은 아니다”라며 “우리는 현실적이고 자신감 있는 접근 방식과, 가능한 한 가장 책임있는 방식으로 경쟁을 관리하기 위해 베이징에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블링컨 장관의 중국 방문이 미중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계기로 작용하면 양국 간 긴장이 다소 완화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도 17일 “앞으로 몇 달 내에 시 주석을 다시 만나 양국 간 합법적 차이점과 어떻게 서로 잘 지낼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미중 정상회담의 순조로운 추진을 위해선 블링컨 장관이 시 주석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2018년 폼페이오 당시 국무장관은 중국을 찾아 시 주석과 만났지만, 이번 블링컨 장관과 시 주석의 면담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미중 관계의 향방은 향후 한중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근 한국과 중국은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베팅 발언’ 후 감정의 골이 급격히 깊어지고 있다. 다만 미중 갈등이 완화되면 중장기적으로 한중 외교 공간도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