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2)

■■[미사일 전문가 인터뷰] 밴 디펜 전 수석부차관보 “미국 정보 당국, ‘북한 ICBM 재진입 기술 확보’ 평가…기술 고도화, 외부 지원■■

배세태 2023. 2. 24. 15:06

[미사일 전문가 인터뷰] 밴 디펜 전 수석부차관보 “미 정보 당국, ‘북한 ICBM 재진입 기술 확보’ 평가…기술 고도화, 외부 지원 확실
VOA 뉴스 2023.02.24 조은정 기자
https://www.voakorea.com/a/6976429.html

반 밴 디펜 전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 담당 수석부차관보를 VOA 조은정 기자가 화상으로 인터뷰했다.

미국 정보 당국은 북한이 대기권 재진입체 기술을 진작 확보한 것으로 오랫동안 평가해왔다고 전 미국 고위 관리가 밝혔습니다.

반 밴 디펜 전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23일 VOA와의 영상 인터뷰에서 북한은 ICBM의 명중률보다 재진입 성공률을 높이는 설계 방식을 택해왔다고 설명했습니다. 고체연료 ICBM 완성을 위해선 남은 실험이 많지만 외부 지원이 확실히 들어간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국가정보국장실 대량살상무기 담당관 등을 지내는 등 미국 정부에서 34년간 대량살상무기를 다룬 미사일 전문가 밴 디펜 전 수석부차관보를 조은정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북한이 1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을 발사했습니다. 관심이 집중됐던 화성-17형 대신 왜 화성-15형을 발사했다고 보십니까? 화성-15형이 북한의 주력 ICBM일까요?

밴 디펜 전 수석부차관보) 항상 그렇듯 북한의 의도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화성-15형을 시험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습니다. 화성-15형은 2017년에 실전 배치됐을 텐데, 현장에 배치된 부대는 임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미사일을 시험 발사합니다. 화성-15형 시험 발사는 성공한 적도 있고 실패한 적도 있는데요. 미사일의 신뢰성을 위해 다시 시험했을 수 있습니다.

기자) 화성-15형 이외에 화성-17형도 실전 배치됐습니까? 아니면 여전히 개발 단계인가요?

밴 디펜 전 수석부차관보) 확실하진 않지만 북한이 인민군 창건 75주년 열병식에 화성-17형 이동식발사차량(TEL)을 11~12기 동원한 것은 화성-17형을 실전 배치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신호입니다. 북한은 또 화성-17형 운용부대도 창설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따라서 실전 배치됐을 수 있지만 확실하진 않습니다.

기자) 화성-15형과 화성-17형 모두 실전배치 혹은 그 직전 단계인 것으로 판단하시는 것 같은데요. 둘 다 시험 발사를 몇 번 하지 않았죠. 그런데 이미 실전배치 됐다면 더 이상 시험 발사를 할 이유가 있을까요?

밴 디펜 전 수석부차관보) 정치적인 측면 외에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는 데는 두 가지 기본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미사일을 개발하거나 개량하기 위해서이고, 또 다른 이유는 작전 부대가 현장에서 병력을 훈련시키고 숙련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입니다. 최근 시험 발사된 화성-15형과 화성-17형은 모두 첫 시험발사 때보다 향상된 개량형입니다. 추진체, 추진체 연결부, 탄두부 모양 등을 개량했죠.

기자) 북한은 이번 화성-15형 발사가 기습발사 훈련이었다면서 명령에서 발사까지 몇 시간 밖에 안 걸렸다고 했습니다. 우려할 만한 진전인가요? 또 북한이 주장했던 사전 연료 주입 체계, 즉 앰풀 방식을 이용했을까요?

밴 디펜 전 수석부차관보) 우리는 북한의 발표만 들었을 뿐 명령이 내려졌을 때 미사일과 발사 부대가 실제로 어떤 상태였는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흥미로운 건 북한이 몇 년 전 언급한 앰풀을 다시 거론했다는 것입니다. 북한이 뭘 말하는지 정확히 알 순 없지만, 공장에서 미사일 연료를 주입 한 뒤, 배치 과정 내내 미사일에 연료가 채워져 있다는 것을 의미할 것입니다. 액체연료 미사일은 고체연료 미사일에 비해 연료 주입 시간이 길고, 연료 주입을 하는 동안에는 공격에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앰풀화를 하면 그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뜻하죠. 반면 미사일에 연료가 항상 채워져 있으면 운송 때 매우 무겁고, 상당한 안전 문제가 따릅니다

기자) 북한이 소련의 옛 기술을 다수 갖추고 있고, 연료 앰풀도 소련이 수 십년 전 개발한 기술임을 감안하면 북한도 앰풀화를 한 것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밴 디펜 전 수석부차관보) 하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이런 미사일에 사용되는 추진체는 수년 간 미사일에 장착될 수 있도록 소련이 특별히 설계했죠. 부식성이 매우 강한 다른 추진체들과는 다르죠.

기자) 미 전략사령부는 지난 9일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기지에서 미니트맨3를 시험발사한 뒤 재진입체가 비행하는 모습을 공개했는데요. 공개된 사진에서는 미니트맨3의 재진입체가 온전한 형태를 보였습니다. 이에 반해 일본 항공자위대 전투기가 촬영한 화성-15형의 재진입체 추정 물체는 여러 조각이 난 형태인데요. 두 미사일을 비교할 때 북한이 과연 재진입 기술을 갖췄다고 볼 수 있을까요?

밴 디펜 전 수석부차관보) 아마도 일본 사진에서 본 것은 재진입체가 아닌 2단 추진체 재진입 모습이었을 것입니다. 또 카메라 차이도 있습니다. 미국은 미사일 실험을 관찰하기 위해 특별히 개발한 카메라들로 사진을 찍습니다. 따라서 미국의 사진은 매우 초점이 잘 맞고 선명하죠. 북한이 ICBM 재진입체를 작전 궤도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킬 수 있는지 확신할 수 없지만, 대부분의 분석가들과 미국 정보 당국은 오래 전부터 북한이 그렇게 할 수 있다고 평가해왔습니다. 북한은 탄두부가 더 크고 무겁고 뭉툭한 옛날 기술을 사용해 대기권 재진입 성공률을 높일 것입니다. 미국은 ICBM의 정확도를 최대한 높이려고 합니다. 하지만 북한처럼 도시에 핵무기를 떨어트리는 것이 목표라면 그 정도로 정교한 재진입체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또한 북한의 미사일은 충분히 크기 때문에 (열을 견딜 수 있는) 무거운 재진입체를 달아도 괜찮습니다.

기자) 북한은 지금까지 ICBM을 고각으로만 발사했는데도 재진입 기술을 실험할 수 있었을까요?

밴 디펜 전 수석부차관보) 아마도 고각발사만으로도 충분하다고 결정했을 것입니다. 북한은 전통적으로 미국, 소련, 그리고 지금의 러시아와 매우 다른 방식으로 실험을 진행해왔습니다. 북한은 상대적으로 실험을 별로 많이 하지 않고, 실험이 미사일의 실행 역량을 완전히 반영하지 못하더라도 실전 배치할 수 있다고 판단합니다.

기자) 북한 인민군 창건 75주년 열병식에 화성-17형 ICBM이 12기 동원됐는데요. 미국의44개 지상발사요격미사일 등 미사일 방어망을 무력화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평가하십니까?

밴 디펜 전 수석부차관보) 미군 작전참모(planner)인지 북한군 작전참모인지에 따라 다른 판단을 할 것입니다. 미군 작전참모라면 각 미사일 당 요격미사일을 4개씩 사용하면 11개만 막을 수 있고 12번째 적국 미사일은 통과할 것이라고 가정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여러 조건을 고려해 내리는 판단입니다. 재래식 전투 중 북한의 미사일 발사대 12개가 하나도 파괴되지 않았고, 미사일 12개가 모두 성공적으로 발사돼 대기권에 재진입했다는 것을 상정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에서 우리는 많은 기술적 문제들을 확인하곤 했습니다. 또한 미사일 하나 당 요격 미사일을 4개 배치할 것이라고 가정한 경우이죠. 북한군 작전참모라면 이런 불확실성 때문에 아직 미국 미사일 방어망을 확실히 무력화할 수 없다고 판단할 것입니다. 하지만 북한은 궁극적으로 발사대와 미사일, 탄두를 충분히 만들어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를 압도할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도 미사일 방어체계는 북한의 셈법에 여러 불확실성을 제기한다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또 미사일 방어체계는 소규모 공격, 우발적 발사, 특정 대상의 우선적 방어에 유용합니다. 따라서 미사일 방어는 미국 확장억제의 신뢰성을 강화하는데 큰 역할을 합니다.

기자) 북한 미사일이 미국으로 날아올 때 미국이 지상발사요격미사일만 동원하지는 않겠죠?

밴 디펜 전 수석부차관보) 가능성이 가장 큰 시나리오는 위기가 재래식 전쟁으로 바뀌고, 어느 순간 북한이 핵무기 사용 결정을 내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재래식 전쟁 단계에서 미국과 한국은 정상적인 전투 작전의 일부로서 무엇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대를 파괴하려 할 것입니다. 따라서 북한군 작전참모는 재래식 전투 과정에서 일부 ICBM이 파괴될 것이라고 가정해야 하죠.

기자) 북한이 개발 중인 고체연료 ICBM을 올해 안에 시험 발사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한국 군 당국은 보고 있습니다. 북한은 고체연료 기술을 어느 정도 진전시켰습니까?

밴 디펜 전 수석부차관보) 북한은 고체 추진체 개발에서 큰 진전을 냈는데 어떻게 가능 했을까요? 거의 확실히 외국 기술을 얻었을 것입니다. 아마도 러시아나 중국으로부터 얻었겠지만, 누구로부터 언제 무엇을 얻었는지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북한은 KN-23, KN-24, KN-25 등 차세대 고체연료 단거리탄도미사일 개발에서 큰 성과를 냈습니다. 또 대출력 고체연료엔진 지상분출시험을 했는데 고체추진 ICBM의 1단 추진체가 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큽니다. 북한이 언제 고체연료 ICBM 비행시험을 할 기술력을 갖추고 정치적인 결정을 내릴 지는 알 수 없습니다. 북한이 아직 실시하지 않은 실험도 많습니다. 고체연료 ICBM의 2단, 3단 추진체의 지상실험, 이번 열병식에서 보인 발사관 직립장치 실험 등은 아직 우리가 보지 못한 부분입니다.

기자) 북한 미사일에서 외국 기술의 흔적이 보입니까?

밴 디펜 전 수석부차관보) 물론입니다. KN-23은 러시아의 이스칸데르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매우 비슷합니다. 무수단 중거리 미사일은 옛 소련의 SSN-6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과 매우 비슷하죠. 그런 방식으로 흔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에 더해 수년간 러시아와 옛 소련, 중국의 기술이 북한으로 들어간 징후가 많습니다. 또한 북한은 고체연료 추진 미사일 개발에 성공적이었는데요. 고체연료 추진 미사일 개발에는 전문적인 제작 기술이 필요한데 미사일이 커질수록 더 어려워집니다. 지금까지 북한의 성공은 스스로 이뤘다고 믿을 수 없습니다.

기자) 북한은 20일 발사한 600mm 급 초대형 방사포를 전술핵 공격수단이라고 주장했는데요. 초대형 방사포에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밴 디펜 전 수석부차관보) 북한이 초대형방사포라고 부르는 것은 KN-25 단거리 탄도미사일입니다. 이 미사일은 핵탄두를 탑재할 만큼 충분히 큰 것으로 여겨져 왔고, 북한은 이 무기를 소위 전술핵무기와 직접적으로 연계해왔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북한이 이 KN-25에 탑재할 만큼 소형화한 핵탄두를 개발했는지 알 수 없습니다. 또 북한이 보유한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핵무기를 핵무기 탑재가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모든 운송 수단에 어떻게 할당할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기자) 우리가 살펴본 대로 북한은 ICBM과 단거리 미사일 역량을 모두 고도화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미사일 기술 증진이 미국의 확장억제를 약화시키지 않을까요?

밴 디펜 전 수석부차관보) 그 문제는 항상 있었습니다. 북한이 ICBM을 처음 시험발사하고 화성-15형을 실전배치하기 시작한 2017년부터 우리는 이미 그러한 환경에 놓였습니다. 미국은 북한에 대해 엄청난 핵 우위를 가지고 있으며, 북한이 파괴할 수 없는 장소에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미한 동맹은 북한보다 재래식 전력도 월등합니다. 따라서 확장억제의 토대가 매우 견고하죠. 냉전 당시 소련은 미국과 핵균형을 이루고 있었고, 나토에 대해서는 핵 우위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유럽에 대해 확장억제를 유지했고 냉전도 승리했습니다. 우리는 현재 상황에서 재래식 전력과 핵전력에서 북한보다 우위를 갖고 있기 때문에 실효적인 확장억제를 유지할 수 있다고 낙관할 수 있습니다.

반 밴 디펜 전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 담당 수석부차관보로부터 북한의 미사일 역량과 외부 지원 의혹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조은정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