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2)

■■미국 전문가들, 안보리 대북 추가제재 불발에 “중·러 겨냥 ‘세컨더리 보이콧’ 확대…미한일 군사협력 강화”■■

배세태 2022. 5. 28. 13:14

전문가들, 안보리 대북 추가제재 불발에 “중·러 겨냥 ‘세컨더리 보이콧’ 확대…미한일 군사협력 강화”
VOA 뉴스 2022.05.28 박형주 기자
https://www.voakorea.com/a/659293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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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유엔본부에서 안보리 회의가 열리고 있다.

미중, 미러 갈등이 악화되면서 북한의 불법 도발에 대한 안보리 차원의 대응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미국의 전문가들이 지적했습니다. 미국이 동맹국들과 함께 독자 제재와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특히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한 제3자 제재를 확대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27일 VOA에,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 추가 결의 채택이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된 것과 관련해 “향후 북한의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에 대해서도 안보리가 더 이상 만장일치로 대응하는 것이 불가능함을 각인시켰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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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

특히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과의 경쟁에서 북한을 자산으로 분명히 인식하는 것이 두 나라가 거부권을 행사한 이유라고 진단했습니다. “북한이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고 한국, 일본 등 동맹에 대한 미국의 방어 임무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이 중·러에 이득이 된다고 판단한다”는 설명입니다.

또한 “미중·미러 관계의 급격한 악화가 북한의 영구적인 핵무장국 지위를 막겠다는 목표를 비롯해 다른 쟁점에까지 영향을 준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해도 여기에 강력히 반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북한 비핵화를 위한 오랜 노력의 측면에서 큰 ‘변곡점’으로 비핵화에 대한 작은 희망마저 이제 거의 사라졌다”고 우려했습니다.

26일 유엔 안보리는 지난 3월 24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대응한 미국 주도의 추가 결의안 채택을 시도했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해 부결됐습니다. 중국과 러시아를 제외한 다른 13개 의사국은 결의안 채택에 찬성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는 추가 제재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고 북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 등에 어려움만 가중한다며 반대했습니다.

다른 전문가들도 미중, 미러 관계 악화 속에 중국과 러시아의 북한 비호가 지속되면서 안보리 차원의 추가 제재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다만 핵실험의 경우 여지가 있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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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미 테리 우드로윌슨센터 아시아 프로그램 국장.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와 중앙정보국(CIA)에서 북한 문제를 다뤘던 수미 테리 우드로윌슨센터 아시아 프로그램 국장은 "지정학적 여건이 북한에 우호적인 상황"이라며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는 예견된 일이었다고 평가했습니다.

테리 국장은 중국과 러시아가 추가 대북 제재와 관련해 미국과 협조하지 않을 것이며, 이들 국가는 북한의 최근 ICBM 발사에 대해 비난조차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과 러시아의 이런 행태는 대북 관계보다는 현재 미국과 관계를 의식한 결정으로 풀이했습니다.

테리 국장은 이어 "중국과 러시아에 북한 문제와 관련한 '금지선'이 더는 존재하는지 모르겠다"면서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해도 안보리의 추가 제재 결의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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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 재단 선임연구원.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중국과 러시아는 반복적인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에 따른 추가적인 국제사회의 처벌을 받지 않도록 북한 정권을 또다시 보호했다"고 비판했습니다.

"두 나라는 유엔 안보리에서 거부권을 행사하고, 결의안 수위를 완화하고 더욱 강력한 제재에 저항하고, 북한의 위반 행위에 대한 증거를 부인하고, 북한 기관에 대한 추가 제재 지정을 반대함으로써 북한의 변호인처럼 행동했다는 지적입니다. 그러면서 중국과 러시아의 이번 거부권 행사는 북한 지도자 김정은이 추가 도발에 더욱 대담해지도록 할 것이라고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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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 와츠 전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위원.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로 활동한 닐 와츠 전 위원은 이번 결정이 북한을 향해 "중국과 러시아가 계속 보호할 테니 미사일 발사를 계속해도 괜찮다는 '청신호'를 준 격"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와츠 전 위원은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코로나 확산을 추가 제재 반대 명분으로 제시했지만 각각 타이완 문제와 우크라이나 침략으로 인한 대미 긴장 관계가 반영된 결정일 뿐이라고 해석했습니다.

특히 이번 표결이 타이완 문제에 대한 '강력한 발언'이 나온 바이든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이후 이뤄졌다면서, 중국이 러시아 관련 결의안 표결에서는 '기권'을 행사했지만 북한 문제에서는 '거부권'을 선택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의 무력시위에 대한 '금지선'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핵실험이 포함됐었지만 이제는 핵실험만 남은 것 같다”면서 "핵실험은 너무 나간 행동이기 때문에 북한이 이를 감행한다면 중국과 러시아는 추가 결의를 지지하도록 압박받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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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뉴콤 전 미국 재무부 분석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패널에서 미국 측 대표를 지냈던 윌리엄 뉴콤 전 재무부 분석관은 “중국과 러시아의 이번 거부권 행사가 새로운 핵실험에 대응한 결의안에도 거부할 준비가 됐다는 의미인지 불확실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핵실험을 할 경우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이 내용을 놓고 “길고 질질 끄는 협상”을 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핵실험을 비난해야 한다는 당위에 따라 5개국이 모두 지지할 수 있는 초안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뉴콤 전 분석관은 “중국과 러시아가 (이번 결의안보다) 완화된 추가 제재를 압박할 상당한 지렛대를 갖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럴 경우, 대량살상무기(WMD) 목록을 형식적으로나마 제재에 추가할 가능성이 높지만, 무역과 해상운송에 대한 제재 강화는 다소 가능성이 떨어지고, 사이버 제재는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습니다.

전문가들은 유엔 안보리 차원의 제재 조치가 어려운 상황에서 미국이 동맹국과 독자 제재와 군사 협력을 강화하는 것을 현실적 대안으로 제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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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주재 미국대사(가운데)와 조현 한국대사(오른쪽), 이시카네 기미히로 일본대사가 26일 안보리 회의에서 새 대북제재 결의 채택이 무산된 후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우드로윌슨센터의 수미 테리 국장은 북한의 제재 회피 행위, 특히 불법 금융 거래에 협조하는 중국과 러시아의 기관과 은행을 겨냥한 '세컨더리 보이콧', 즉 제3자 제재 확대를 제안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의회에서 초당적인 지지를 받은 '대북제재강화법' 등 북한의 금융망을 더욱 강력하게 단속할 수 있는 권한과 강력한 도구를 가지고 있는 만큼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라는 주문입니다. 이와 함께 "우리는 이미 미한일 3자 협력 강화를 논의하고 있다"면서 "정보 협력에서 미사일 방어망에 이르기까지 3자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테리 국장은 덧붙였습니다.

와츠 전 위원도 미국 등 각국의 독자제재와 유럽연합의 대북 제재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면서, 불법 금융과 무역 부문에서 제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구체적으론 부결된 결의안에 포함된 북한의 담배 수출 제한을 거론했습니다. 북한은 세계 담배 암시장의 주요 공급원으로 이를 통해 상당한 수익을 올리며, 미국과 한국, 일본 등 동맹과 파트너들이 이를 제한할 수 있는 독자적인 방안을 제안하고 이행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제안입니다.

이와 함께 북한의 해상 불법 활동에 대한 다국적군의 정찰 활동을 강화하고 불법 활동을 단순히 보고하는 차원을 넘어 '차단(disruption)'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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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스 벡톨 미국 앤젤로주립대 교수.

한반도 안보 전문가인 브루스 벡톨 안젤로주립대 교수는 동맹국과 군사적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북한을 압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한 연합 군사훈련을 2018년 이전 수준으로 확대하고, B-52, B-2 전략폭격기 등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배치하며 북한 인접 비행 등으로 확장 억지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와 함께 북한의 끔찍한 인권 상황을 제기하는 것을 포함한 정보 활동도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런가 하면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미국이 한국 등 마음이 같은 국가들과 함께 “북한 비핵화를 위해 더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점을 인식하고 독자적으로 더 새롭고 적극적인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과 한국이 비핵화에 진지하다면, 지금 남은 가용한 유일한 방법은 북한 정권의 안정과 생존을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북한은 자신들의 최대 목표인 정권 보존을 위해 핵무기를 원하는 만큼 “미국과 한국은 북한에 붕괴 위험을 감수하고 핵무기를 유지할지, 아니면 생존을 위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할지 선택하도록 강요하는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