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2)

■■미국 전문가들 “북한 ICBM 발사해도 유엔 안보리 공식 대응 어려울 것…지정학적 여건 악화”■■

배세태 2022. 3. 11. 17:00

전문가들 “북한 ICBM 발사해도 안보리 공식 대응 어려울 것…지정학적 여건 악화”
VOA 뉴스 2022.03.11 박형주 기자
https://www.voakorea.com/a/647962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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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 1월 27일 지대지 전술유도탄 시험발사를 진행했다며 사진을 공개했다.

북한의 거듭된 탄도미사일 발사에도 불구하고 공식 대응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는 유엔 안보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ICBM 발사 같은 고강도 도발을 하더라도 현 지정학적인 여건에선 안보리 차원의 대북 조치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진단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민주주의수호재단의 데이비드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9일 VOA와 전화통화에서 미국 등 11개국이 최근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안보리의 침묵’을 거론한 것은 중국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중국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지 않는 등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행동하지 않는 것에 대한 비판이라는 것입니다. 특히 중국은 최근 몇 년간 북한의 대북 제재 회피를 지원하는 것은 물론 안보리의 어떤 대북 조치에도 제동을 거는 등 유엔에서 북한을 지속적으로 비호하고 있다고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중국이 북한 문제 해결에 관심이 없으며, 국제사회의 보편적인 규범을 준수하는 책임 있는 일원이 아니라는 점을 방증한다고 비판했습니다.

맥스웰 연구원은 중국의 이 같은 행태는 북한이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을 재개하더라도 안보리가 이에 대한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따라서 현 상황에서는 핵실험과 ICBM 발사와 같은 북한의 불법 행위에 대해 유엔 안보리가 조치에 나서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올해 들어 중거리미사일(IRBM)을 포함해 9차례에 걸쳐 무력시위를 이어가며 안보리 대북 결의를 위반했고, 안보리는 지금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북한 미사일 문제를 논의했습니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 등의 반대로 제재 결의나 의장성명, 언론성명 등 안보리 차원의 공식 대응은 번번이 무산됐고, 미국과 동맹국 등이 북한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장외 공동성명을 대신 발표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 등 11개국은 지난 7일 안보리 비공개회의 이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각각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안보리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은 북한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유엔 안보리 자체의 신뢰성을 손상시키고 국제 비확산체제를 훼손한다”고 비판했습니다.

미국 외교협회의 스콧 스나이더 한국담당 국장은 11개국의 이 같은 비판은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 미사일 발사 대응에 대한 합의를 이뤄내지 못한 것에 대한 좌절감의 표현으로 해석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의 비협조로 인해 안보리에서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생산적 대응을 하거나 만장일치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가능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미국이 독자적인 대북 조치와 동맹국들이 참여하는 다국적 성명을 모색하는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다고 스나이더 국장을 말했습니다.

스나이더 국장은 또 앞으로 북한의 ‘도발 수위’에 따라 다를 수 있다면서도, 안보리 차원의 일치된 대응 가능성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전망을 내놨습니다. 특히 미-중 패권경쟁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지정학적인 여건으로 인해 “안보리는 북한에 ‘형벌’을 부과하는 기구로서 가용하지 않으며, 북한 문제와 관련해 안보리가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이 훨씬 낮은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통상적으로 북한의 핵실험과 ICBM 발사는 유엔 차원의 대응을 불러왔던 수준의 도발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핵실험과 함께 ICBM 등 북한의 고강도 도발이 집중됐던 2017년 중국과 러시아도 대북 추가 결의안에 동참했던 사례를 언급했습니다. 다만 중국은 결의안 채택 몇 달 동안은 이를 이행하는 듯하다 이후에는 ‘물타기’를 하는 행태를 보여왔다고 지적했습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하지만 최근 미-중, 미-러 관계 악화 등으로 인해 북한이 무슨 행동을 하든 이들 국가들이 대북 추가 결의에 동참할 가능성이 낮아진 상황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이 핵실험과 ICBM 시험을 이어갔던 2017년 유엔 안보리는 대북 제재 결의안 제2356호, 제2371호, 제2375호, 제2397호 등 갈수록 제재 강도를 높여가며 4개의 결의안을 채택했습니다. 당시 북한에 대한 ‘최대압박’ 전략을 구사했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동맹국들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의 참여를 이끌어낸 바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당시 북한에 대한 군사 행동 시사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등이 중국을 움직인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한반도 관련 중국의 우려사안은 미국의 군사행동, 북한 정권의 불안정과 붕괴이며, 당시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무력 사용 가능성을 두려워했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중국은 북한을 처벌하기 위해서가 아닌 미국의 군사 행동 가능성을 막기 위해 대북 제재 결의안에 찬성하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맥스웰 연구원은 주장했습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한국석좌를 맡고 있는 앤드류 여 미 가톨릭대 교수는 “성명에 동참한 11개국은 기존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북한의 계속되는 미사일 도발에 대한 경강심을 일깨우고, 북한의 행동을 규탄해야 하는 유엔 안보리의 의무를 명시하려 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현 정세가 북한의 추가 도발에 대한 안보리의 실질적 대응을 어렵게 할 것이라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앤드류 여 교수는 “이론적으로 유엔 안보리는 제재를 강화하고 기존 제재 이행을 조정하는 더 많은 결의안을 도출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실제로는 다른 두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와 중국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우크라이나 사태를 고려할 때 이런 협력 가능성은 낮다”고 앤드류 여 교수는 진단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