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2)

‘문재인 대 윤석열’구도 된 대선 판 바람직한가?

배셰태 2022. 2. 12. 00:19

※‘문재인 대 윤석열’구도 된 대선 판 바람직한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문재인 정부 ‘적폐’에 대한 수사를 언급한 것은 불필요한 일이었다. 왜냐하면 누구든 불법과 비리가 있다면 법에 따라 수사하고 처벌하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문재인 대통령이 여기에 강력한 분노를 표한다며 사과를 요구한 것은 더 이해가 가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 인사들 또한 윤 후보의 ‘전(前) 정부 적폐 수사‘ 발언을 ’정치보복‘으로 규정하고 거세게 반발했다. 그들은 윤 후보에 대해 “깡패” “미친 사람” “막가파 DNA” 등 원색적 표현까지 동원해 비난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 도중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일도 다시 거론했다.

그러나 윤 후보는 문 대통령의 사과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대신 “윤석열의 사전에 정치보복이라는 단어는 없다”면서 “우리 문 대통령이 늘 법과 원칙에 따른 성역 없는 사정을 강조해 오셨는데 그런 면에선 저와 똑 같은 생각이다. 다만, 나는 대통령이 되면 그런 수사에 일절 관여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윤 후보는 ‘정치보복’을 하겠다고 말한 적이 없고, 국민적 요구 역시 권력이 힘으로 덮은 수많은 대형비리사건을 그냥 넘어가지 말라는 것”이라며 “오히려 문 대통령의 부당한 선거 개입”이라고 응수했다. 민주당이 윤 후보의 발언 취지를 곡해(曲解)해서 정치보복 프레임을 씌우려 들더니 대통령과 청와대가 가세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번 사건의 발단은 윤 후보가 지난 9일 한 언론인터뷰에서 “집권하면 문 정권에 대한 적폐 수사를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해야지요,”라고 하면서 “민주당 정권이 검찰을 이용해 얼마나 많은 범죄를 저질렀는가?”라고 한데서 비롯됐다. 이날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매우 부적절하고 불쾌하다. 아무리 선거 때라도 선을 지키자”고 했다.

이 문제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처음부터 직접 나선 것이 아니다. 문 대통령은 하루가 지나서 “강력한 분노” “대답하라” 등의 표현을 써가며 윤 후보를 비판 했다. 문 대통령은 윤 후보를 향해 그간 비판은 물론 언급조차 자제해 왔었다. 괜히 정치적 논란을 부를 수도 있고, 윤 후보를 서울중지검장과 검찰총장 직을 연이어 맡긴 장본인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청와대는 예정에 없던 긴급 브리핑을 열고 윤 후보를 향한 문 대통령의 발언을 공개했던 것이다. 그러면서 “ 5년 동안 검찰 중립과 독립을 시키기 위한 문재인 정부의 노력이 완전히 부정당한 모욕감을 느낀다.”고 했다. 그렇다면 문 정권이 검찰의 중립과 독립을 위해 노력해 온 게 사실인가?

문 대통령은 후보시절 대선을 앞두고 ‘적폐청산’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문제가 있다면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줄곧 해왔었다. 그리고 당선 뒤로는 임기 5년 내내 야권을 적폐로 몰아붙여 보복만 했다. 전직 대통령 2명을 포함해 감옥에 보낸 사람이 200여명이 넘는다. 그런데 자신에 대한 적폐수사에는 불같이 화를 낸 것이다.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다.

그 뿐인가. ‘조국 사태’로 온 국민을 서초동파와 광화문파로 분열시켰다. 그래 놓고 임기 말이 되자 여기저기서 “우리나라 민주주의에서 남은 마지막 과제는 통합과 화합인데 오히려 선거 시기가 되면 거꾸로 가는 것 같아서 걱정스럽다”고 했다. 이거야말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게 아닌가.

문 정권은 ‘적폐’ 그 자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울산시장선거개입 의혹을 비롯해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조작 의혹, 라임. 옵티머스 펀드사기, 환경부 블랙리스트, 김학의 전 법무차관 불법출국금지. 유재수 전 부산 부시장 비리 등 정권 차원의 각종 불법행위가 넘쳐났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정권 차원의 비리 수사를 노골적으로 막아왔다. 그 과정에서 검찰의 중립이나 독립은커녕 검찰을 죽이려만 들었다.

울산시장선거개입 의혹의 경우 윤 후보가 검찰총장이던 2020년 1월 수사팀은 송철호 울산시장 등 13명을 불구속 기소한 뒤 그해 여름 인사에서 윤 총장과 대립하던 추미애 법무장관의 주도로 해체됐다.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청와대 압수수색을 시도했으나 청와대 측의 자료제출 거부로 실패했고, 이광철 전 대통령 민정비서관 등의 휴대전화 압수 수색도 불발 됐다.

월성원전 사건의 경우는 윤 후보가 2020년 11월 대전지검에 대대적인 수사 착수를 지시한 뒤 추 전 장관이 검찰총장에 대한 직무배제 결정을 내려 수사지휘를 방해했다. 이후 이른바 친여 검사들을 앞세워 검찰총장을 징계했고, 수사에 참여했던 검사들은 2차 인사에서 유배시켰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출금 금지’의 경우는 친여 검사의 불법행위가 이렇게까지 해도 되는가 하는 분노마저 일었다. 2019년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 소속이었던 이규원 검사는 ‘윤중천 면담보고서’를 허위로 조작한 뒤 피의자 신분이 아니었던 김 전 차관을 불법으로 출국금지 시켰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의 완전 박탈)‘ 이란 말이 이후로 생겼다.

윤 후보의 말대로 문 대통령은 ‘성역 없는 수사’를 강조하지 않았던가?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 적폐수사’ 발언을 ‘정치보복’으로 몰아가는 것은 자가당착(自家撞着)이다. 윤 후보의 발언은 어디까지나 문 정부를 범죄 집단으로 규정하고 집권 시 대대적인 강압수사를 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은 ‘정치보복’이 아닌 ‘수사원칙’을 뜻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속담에 “도둑이 제 발 저리다.”는 말이 있다. 죄 지은 자가 그것이 드러날까 걱정되어 지레 겁을 먹는 태도를 말한다. 또 “방귀 뀐 놈이 성질낸다.”는 말도 있다. 잘못을 저지른 자가 먼저 나서서 큰 소리 치거나 화를 내며 사람들을 헷갈리게 하여 비난을 모면하려는 것을 말한다. 요즘 대선 판에서 여권이 야권을 향해 싸움을 거는 모습과 흡사하다.

대선 공식선거운동을 닷새 앞두고 현직 대통령과 제1 야당 후보의 충돌로 대선구도가 출렁거린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더구나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분노를 표시하고 사과를 요구한다는 것은 자칫 '대선개입'이라는 빌미만 줄 뿐 아무런 소득도 없다고 본다. 특히 야당의 주장처럼 ‘도둑이 제 발 저린 것 아니냐’는 비난만 들을 것이다. 자제해야할 일이다.

출처: 장석영 페이스북 2022.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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