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2)

[이재명 배우자 김혜경 논란] ‘갑질’ 치곤 너무나 ‘아더메치’했다

배세태 2022. 2. 6. 14:21

※‘갑질’ 치곤 너무나 ‘아더메치’했다

한 때 ‘아더메치’란 말이 유행한 일이 있었다. “아니꼽고, 더럽고, 메스껍고, 치사하다”는 두문(頭文)의 모임이다.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아내 김혜경씨가 공무원을 개인 ‘집사’로 부려먹고, 이 후보가 도지사로 있는 경기도의 법인카드를 유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이 말이 다시 사용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요 며칠 간의 언론보도의 제목을 보면 “‘황제시중’ 김혜경”, “이재명 대장동 보다 치명타”, “‘경기도 법카’ 부정사용”, “파렴치한 사선후공”, “이재명 친척 추석선물. 차례상(茶禮床)까지 공무원 동원” 등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이 후보가 연 이틀 사과 입장을 내면서 “공관관리 공무원의 일”이라고 선을 긋자, 제보자가 “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나”라고 했다는 제목도 있었다.

보도에 따르면 제보자 A씨는 지난해 3월부터 9개월간 자신에게 각종 심부름을 시킨 이 후보 측근 배모씨(여)와의 대화 내용과 통화를 녹취했다고 한다. A씨는 “어느 순간 내가 다 뒤집어쓸 것 같다는 판단이 돼 통화내역을 다 녹음했다”고 했다. 그는 “의혹 폭로 후 신변에 불안을 느껴 거주지를 옮겨 다닌다“며 ”삶을 포기할 만큼 큰 스트레스를 겪는다“고 측근을 통해 털어놨다고 한다.

SBS가 보도한 바에 의하면 배씨와 A씨의 대화 내용 중에는 이 후보 친척에게 보내는 추석선물과 성묘 차례상까지 공무원들을 동원한 것으로 나온다. 또 A씨가 관사 욕실에 명품 브랜드화장품도 직접 가져다 놨다는 대화내용도 공개됐다. 그러자 이 후보는 ‘갑질과 법인카드 사용 의혹’등에 대해 경기도에 감사해주도록 요청한다고 했다. 그러나 경기도 감사관이 이후보가 임명한 민변 출신이어서 ‘셀프 면죄부 감사’가 될 것이라는 비판이다.

국민들은 이 후보에 대한 ‘대장동 게이트’ 관련 의혹이나, ‘성남 FC 후원금’의혹 같은 천문학적인 비리 의혹에는 오히려 관대한 편인 것 같다. 왜 그럴까? 이 후보가 이런 대형비리 의혹에 연루된 정황은 얼마든지 있으나, 뚜렷한 물증이 확보되지 못한데다가 결정적인 내부고발과 같은 양심선언이 없기 때문일 게다. 하지만 소액이지만 국민세금을 가지고 군것질을 해먹는 치사한 꼴은 그냥 보고만 있지 않는다.

이번에 ‘공무원 집사’ 사건이 드러나자 이 후보 측과 더불어민주당은 처음엔 ‘가짜 뉴스’로 몰아갔다. 그러다가 배씨와 김혜경씨가 ‘자신의 불찰’이라고 사과하자 이를 해명하고 방어하는 데 전전긍긍해했다. 특히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쓸데없이 “한동훈에게 연락한 김건희씨가 더 문제가 많은 것 아니냐”며 가만히 있는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씨를 들먹였다가 엄청난 비난만 자초했다.

A씨가 처음 이 문제를 폭로했을 때는 이 후보 선대위나 송 대표를 비롯한 여당 관계자들은 A씨가 한우 값을 치르면서 무슨 카드를 사용했는지를 몰랐을 것이다. 그러다가 KBS가 특종보도라면서 이 문제를 보도했고, 채널A가 후속보도를 이어갔으며, SBS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관련 속보를 이어가자 더 이상 변명을 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KBS가 특종보도를 했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MBC는 어용방송임이 확실하다는 것을 드러냈다.

이 후보 측의 사과가 나온 것은 첫 보도 후 4일이 지난 후였다. 여야 후보 4명의 첫 TV 토론이 있기 하루 전이었다. 만약 토론이 예정에 없었다면 아마도 좀 더 뭉갰을 개연성이 높다. 하지만 토론이 있게 되자 토론장에서 이 문제가 등장할 것에 대비해 미리 선수를 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받는다. 그래서 김혜경씨가 짤막하게 사과를 했고, 이어 이 후보가 ‘자신은 몰랐다는 점'을 강조하는 사과 아닌 사과를 한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의 사과 방식은 매번 이랬다. 여북하면 그를 ‘사과의 달인’이라 부를까. 그는 얼마 전 그의 정치적 고향인 성남에서 가진 유세 도중 가족사(史)를 들먹이며 눈물을 흘렸다가 오히려 ‘악어의 눈물’을 흘렸다는 비난을 받았다. 거짓 눈물이라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별정직 5급 공무원인 배씨가 7급 A씨를 시켜 김혜경씨의 약을 대신 타오게 하거나 속옷까지 정리하게 하고, 음식 심부름 등을 시킨 평범한 ‘갑질’일 수 있다.

그러나 A씨가 비싼 한우를 살 때 자신의 카드로 먼저 결제한 뒤 경기도청 법인카드로 재 결재하는, 말하자면 ‘법카 바꿔치기’를 했다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일종의 사기수법인 것이다. 그것도 한 두 번이 아니라 장기적이고 상습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상습범의 범법행위인 것이다.

배씨와 A씨는 이 후보가 대선 후보가 되면서 지난해 말 퇴사했다고 한다. 배씨는 이 후보가 변호사시절부터 직원으로 채용됐고, 성남시장 당선 후 성남시 별정직 7급으로 채용됐는데 도지사가 되면서 다시 일약 5급 도청공무원이 되었다. 7급에서 5급이 되려면 정규직의 경우 10년은 걸려야 하는데 어쩌다 공무원이 되어서 그런지 초고속 승진했다. 그래서 배씨가 이 후보에게 잘 보이려고 오버 액션을 했다는 변명이 나온 것 같다.

하지만 약 대리처방은 배씨가 자신이 먹으려고 한 것이라며 김혜경씨를 방어하려했으나 도무지 납득이 안 가는 대목이다. A씨가 배씨 명의로 사온 것이고 자기가 실제로 먹으려 했다는 주장이지만, 그 약은 폐경기 여성들이 처방받아 먹는 것이다. 그렇다면 2016년에 결혼한 배씨가 폐경기도 아닌데 어떻게 그 약을 먹으려 했다는 것인가 말이다. 이 또한 거짓이었음이 명명백백하게 드러난 셈이다.

여하튼 첫 TV 토론에서는 이 문제가 거론되지 않았지만, 오는 8일의 두 번째 토론에서는 분명히 이슈화가 될 것이다. 국민들 입장에서는 법인카드의 부정사용은 법적 처벌 대상이지만, 사용액이 몇 백만 원 대에 그쳐 별 것이 아니라고 할 수도 있겠으나, 피 같은 국민세금을 그런 식으로 횡령했다는 데는 화를 내지 않을 사람이 없을 것이다.

이 후보는 이 문제가 토론장에서 불거질 경우 그의 장기인 현란한 화술(話術)로 슬그머니 넘어가려 하겠지만, 그리 쉽게 넘어가지는 못 할 것이다, 그 때까지 어떤 비리 내용이 더 드러날지 알 수 없을 뿐 더러 야당으로선 이보다 더 좋은 호재(好材)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랏돈 훔쳐 한우 안심과 초밥 셀러드 사먹는 사람이 대장동 개발이라는 꿀단지를 지나칠 리가 있겠느냐”고 다그치면 과연 어찌 빠져나갈지 제 2막이 흥미진진해진다.

출처: 장석영 페이스북 2022;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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