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2)

■■윤석열의 용서와 대인배 리더십...이제 비로소 ‘정치인’이 되다■■

배세태 2022. 1. 9. 15:32

윤석열의 용서와 대인배 리더십
데일리안 2022.01.07 글/정기수 자유기고가

https://m.dailian.co.kr/news/view/1071174/

다 죽은 이준석 살려주면서 리더십과 2030 표도 되찾는 용단
노인은 버리고 젊은이는 독 안에 든 쥐로 활용하는 모양 긍정적
.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이준석 대표가 경기도 평택 냉동창고 화재 진압 중 순직한 소방관들 빈소를 방문하기위해 차량 동승을 제안하자 윤석열 후보가 엄지를 치켜세우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강성 보수 지지자들은 지난 6일 오후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당 대표 이준석 사퇴 결의가 임박하자 앓던 이가 드디어 빠지게 됐다며 기립박수를 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대통령 후보 윤석열이 의총장에 재등장, 다 된 밥에 코를 빠뜨렸다. ‘의원들의 다수 의사가 이러하니 대표도 대선 승리 대의를 위해 이제 결심을 해주시라’고 말해주길 이준석 반대자들은 기대했었다.

그의 입에서는 전혀 예상 밖의 말이 튀어 나왔다. 이준석을 내치지 않고 껴안아주는, 참으로 윤석열다운 관용과 대인배 풍모였다. “모든 게 제 탓이다. 선거 승리라는 대의를 위해 다 잊어버리자. 이 대표는 우리가 뽑았다. 모두 힘을 합쳐서 승리로 이끌자.”

뜻밖의 선언에 모두가 놀랐다. 현장에 있던 국회의원들은 물론 전국, 해외에서 중계방송을 보고 있던 정권교체 열망의 보수우파 지지자들이 순간 멍해졌다.

가장 놀란 관객은 아마도 이준석 본인이었을 것이다. 자신을 공격하는 상대편의 장수가 덜컥 자기 목숨을 살려주겠다고 하니 너무나 고마우면서 ‘아, 이 분에게는 이제부터 정말로 충성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면, 그는 사람이 아니다.

윤석열은 이로써 ‘리더십 재시험’(데일리안 [정기수 칼럼] 1월3일자)을 100점 만점으로 합격, 통쾌하게 통과했다. 자신의 치명적 실수와 책임 회피로 윤석열에게 해고된 뒤 악담과 저주를 퍼부은, 나잇값 못하는 ‘뒤끝작렬’의 80대 소인배 김종인, 소인배라는 말 붙이기도 아까운 용렬한 경선 불복자 홍준표와는 비교도 안 되는 큰 그릇임을 증명했다.

내부 총질 죄목으로 이준석은 이날 막다른 궁지에 몰리자 사과하고 죄송하다는 말을 여러 번 했다. 윤석열이 그를 용서한 뒤 한 말씀 하시라고 기회를 주니 “세 번째로 가출하면 사퇴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 약속을 지켜야 하는 시점이 의외로 빨리 올 수도 있다.

윤석열로서는 더 이상 완벽할 수 없는 시나리오대로 포용의 연기를 한 셈인데, 당 대표 축출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법적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의원들이 탄핵 결의를 하더라도 선언적 의미에 그쳐 구속력은 없다.

이준석이 버티면 내홍(內訌, 내부에서 저희끼리 일으키는 분쟁)만 몇 날 며칠 언론에 집중 부각되는 악몽이 기다리고 있었다. 윤석열은 새 선거 대책 팀을 꾸려 출근길에 90도 절도 하며 새출발을 하려고 했지만, 이준석의 결사항전 보도에 가려 계속 단신 처리되고 말았을 것이다.

그러므로 그의 정치적 생명을 공식적으로 유지해주면서 관용과 인내의 리더십도 보여주고 당 내분 모습도 더 이상 보이지 않도록 하는 일석이조 전략은 윤석열만이 취할 수 있는 회심의 일격이었다. 그의 선거 운동 참여는 큰 기대를 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하더라도 이준석이 2030 세대에 갖는 영향력만큼은 어느 정도 현실이다.

윤석열은 김종인으로부터 독립하고 이준석을 독 안에 든 쥐로 두고 함께 가는 정치력 발휘로 그에게 답답해하고 실망한 젊은이들과 중도 무당층 표를 적지 않게 회복하게 됐다. 그 효과가 플러스냐 마이너스냐 제로냐 하는 것은 향후 2주 내에 판가름 날 것이다.

이준석은 다 죽었다가 살아난 목숨을 얼마 동안 지킬 수 있을까? 제 버릇 개 못 주는 법, 그는 윤석열에 고마워한 마음을 얼마 못 가서 잊고 본전 생각을 하게 될 것이라고 보는 게 합리적인 예상이다.

그는 자기 당 대통령 후보를 애초부터 존중하지 않았고, 윤석열에 의한 정권교체에는 도무지 흥미가 없었다. 그의 멘토 유승민이, 아니면 필요에 따라 자기를 몹시도 편들어주는 홍준표라도 경선에 승리했다면 신이 나서 뛰었을 것이다.

윤석열은 이준석에게 학력, 경력, 덩치, 인격에서 열등감을 느끼게 하는 대상이다. 그래서 한사코 뭘 모르는 정치신인으로 그를 깎아내린다. ‘연습문제’를 내주는 시건방을 떨며 가르치려들기도 한다. 그는 자기애(自己愛)가 매우 강하고 권력욕이 놀랍도록 센 30대 ‘젊은 꼰대’ 정치인이다. 세 번 낙선하고 배신과 탈당을 하며 권력 투쟁, ‘세대포위론’ 따위 견강부회(牽强附會) 말장난 같은 못된 정치만 배웠다.

그가 개과천선(改過遷善)해 윤석열의 지지율이 상승하도록 지속적으로 선거를 돕는 모습을 보일 경우, 지금까지 이준석을 옹호해왔던 집권당과 정부는 ‘성상납’ 수사로 그를 압박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윤석열과 이준석 모두에게 파렴치범 이미지를 덮어씌우기 위해서다. 이준석은 성 접대를 받지 않았다는 말은 하지 못한 채 그걸로 인해 수사 받은 적이 없다고만 말했다. 떳떳하지 못한 상태다.

이준석과 윤석열 측은 대선일에 동시 실시되는 서울 종로, 서초를 비롯한 전국 6개 지역구 보궐선거 공천 문제로 거의 확실하게 충돌하도록 돼 있다. 이준석이 퇴진 요구에 2030 지지를 무기로 버티는 이유가 이 보선과 대선 후 있을 지방선거 공천권 행사라는 데 이견이 없다. 그는 그래서 욕심이 노정치인 뺨친다는 얘기를 듣는다.

윤석열은 어쨌든 이준석의 목숨을 연장해줬다. 일단 지지율도 일부 반등하고 카리스마 회복도 하는, 잃을 것 없는 포용 장사다. 이준석의 목숨이 얼마나 오래 연장되느냐 하는 문제는 이제 윤석열 아닌 다른 사람들 손에 달려 있게 됐다. 이준석은 한식(寒食)에 살았다가 청명(淸明)에 죽는 운명을 맞이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