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 대선 정국 중대 변수로 부상
펜앤드마이크 2021.12.21 양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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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을 불과 79일 앞둔 지난 20일, 문재인정부의 마지막 사면을 논의하기 위한 사면심사위원회가 열렸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사면심사위는 21일까지 이틀간의 회의를 통해 사면 대상을 확정한다.
정치권에서는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과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사면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치인 사면을 배제해온 문 대통령의 기조가 유지될 것인지 주목된다.
박 장관은 “상당한 규모가 될 것”이라면서도, 이번 사면 역시 기존 기조대로 서민생계형 사범, 특별배려 수형자, 사회적 갈등사범 등 위주로 진행될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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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병 치료차 입원하기 위해 지난 7월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그동안 어깨통증 등의 질환으로 구치소와 외부 병원에서 진료를 받아왔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사면’ 논의 중...정치권에선 박근혜 사면 여론 다양한 관점에서 제기돼
야권에선 두 전직 대통령의 건강이 좋지 않은 점, 임기 말 국민통합이 필요한 점 등을 고려해 문 대통령이 결단을 내리기를 내심 기대하고 있다. 게다가 박 전 대통령이 어깨와 허리 질환 등으로 지난달 22일부터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더욱 주목되고 있다.
하지만 사면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점쳐진다. 청와대 기류가 여전히 부정적이고, 여권 지지층의 이탈이 우려된다는 점에서다. 문 대통령은 올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정치인 사면에 대해 검토한 적 없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이나 형 집행정지의 필요성에 대한 여론이 부상하고 있다. ▶인도주의적 관점 ▶형평성의 원칙 ▶문재인 정부의 내로남불 효과 등 3가지 원칙에 따라, 사면이나 형 집행정지가 시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① 안철수의 국민통합론, “분열의 대선판 반전 위해 두 전직 대통령 ‘형 집행정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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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지난 20일 오전 대구 중구 지하철 2호선 경대병원역 인근에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석방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출근길 시민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지난 2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지금 대한민국에 코로나19보다 더 무서운 것은 국민분열과 진영에 대한 적대적 감정”이라며 “문재인 정권은 지난 4년 반 동안 국민을 편 가르고 갈기갈기 찢어 놓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민분열로 가고 있는 대선판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서, 두 전직 대통령을 석방하라고 요구했다.
안 후보는 대통령의 결단이 요구되는 사면보다 ‘형 집행정지’를 촉구했다. 그는 “70대 이상, 건강 이상 등의 형 집행정지 요건이 법률에 규정돼 있다”며 “박 전 대통령의 경우, 건강이 위중하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부연했다.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형 집행정지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특히 안 후보는 1997년 12월, 15대 대선 사흘 후에 김영삼 대통령과 김대중 당선인이 마주 앉았던 역사적 장면을 소환했다. 바로 그 자리에서 군사반란·뇌물죄로 수감 중이던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이 결정됐기 때문이다. 두 사람 모두 전·노 전 대통령에게 구원(舊怨)이 깊었고, 일부 국민들의 반발도 컸지만 김 당선인은 사면을 건의했고, 두 사람을 구속시켰던 김 대통령도 대승적 결단을 내렸던 것이다.
그러면서 안 후보는 “지금 현재 전직 두 대통령이 그 이전 두 분에 비해서 2배 이상 감옥에 계시고 또 고령이시고 하니까, 국민통합으로 이렇게 이번 대선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서도 이런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② 형평성 위배론, “전두환 전 대통령보다 수감 기간 길고, 건강 문제도 심각”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7년 3월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으로 구속 수감된 지 4년 9개월째를 맞고 있다. 대통령 재임 기간(4년 1개월)보다 더 긴 기간이다. 광주 학살의 주인공인 노태우(768일) 전 대통령, 전두환(751일) 전 대통령보다 훨씬 긴 역대 최장 기록이다. 광주 학살의 원흉인 두 사람보다 더 긴 기간동안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공정과 상식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박 전 대통령은 내년 2월이면 만 70세가 된다. 2017년 3월 31일 구속 이후 어깨·허리 질환으로 여러 차례 치료를 받아온 박 전 대통령은 올해 1월과 7월에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 입원했다. 지난 2019년 9월에도 성모병원에 입원해 어깨 부위 수술을 받기도 했다.
최근에는 정신적인 불안 증세를 보여 이와 관련한 진료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질환명은 공개되지 않았다.
지난달 22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한 박 전 대통령은 내년 초까지 외부 병원에서 지병 치료를 받게 된다. 당초 병원 측 의료진의 소견에 따라 약 1개월간 입원 치료를 받을 예정이었으나, 6주 이상이 더 필요하다는 정형외과·치과·정신건강의학과 등 전문의의 의견에 따라 입원 치료를 계속받을 예정으로 알려진다.
박 전 대통령은 그동안 수차례 허리 디스크로 치료를 받았다. 칼로 베이거나 불에 덴 듯한 통증으로 잠을 못 이루는 것으로 전해진다. 수감 생활이 길어지면서 그만큼 마음의 병도 깊어진 것으로 관측된다.
박 전 대통령의 이런 심적 고통은 다가오는 31일 발간되는 옥중 서신집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박 전 대통령이 그간 수감 생활 중 지지자들로부터 받은 편지 및 이에 대한 답장을 모아서 발간하는 '그리움은 아무에게나 생기지 않습니다'라는 책의 서문에는 "묵묵히 자신의 직분을 충실하게 이행했던 공직자들이 고초를 겪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참을 수 없는 고통이었고, 무엇보다 정치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함께 했던 이들이 모든 짐을 제게 지우는 것을 보면서 삶의 무상함도 느꼈다"고 적혀 있다.
③ 문재인 정부의 내로남불 효과, “문 정부 행태 보고 나니 20년 형을 살 만큼 큰 죄 아냐”
박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에게는 사면이나 형 집행정지의 당위성으로 부각되는 대목이다. 문재인 정부의 5년 동안 그들의 내로남불을 경험한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도대체 박근혜 대통령이 20년 이상의 형을 살 정도로 죄를 지은 게 맞기는 한 건가?”라는 항변이 제기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내로남불에 비하면, 너무나 순진하고 순수하고 애국심 넘치는 대통령이었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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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혁 전 중앙일보 편집국장은 지난 20일 채널A ‘뉴스탑텐’에 출연,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석방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사진=채널A 방송 화면 캡처]
20일 채널A '뉴스탑텐‘에 출연한 김종혁 전 중앙일보 편집국장 역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집권 기간보다 더 긴 기간을 감옥에 들어가 있다”면서 “과연 그 분이 그 정도로 죄를 지은 게 맞는지? 그런 반발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전 국장은 다시는 이런 일이 있어서도 안 되고, 더 이상 이런 불행한 일이 지속되지 않도록 ‘문재인 대통령이 대승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면이 어렵다면, 형 집행정지라도 하면 좋겠다는 뜻을 부연했다. 실제로 정치권 일각에서는 구치소장이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형 집행정지를 건의하는 형식이 단행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기도 한다.
문 대통령과 이재명 후보는 지지층 이탈 우려로 언급 회피
문 대통령의 임기가 6개월 정도 남은 시점에, 정치인 사면을 배제해온 문 대통령이 더 이상 원칙에만 매달려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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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3월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 주최로 열린 '박근혜 구속 만세! 탄핵인용 만세! 박근혜 퇴진 18차 범국민행동의 날' 집회에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하지만 대통령 선거를 80일 정도 앞두고 지지층 이탈을 우려하는 이재명 후보는 박 전 대통령의 사면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국민통합형 사면이나 형 집행정지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내년 대선 이후에 단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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