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1)

언제까지 ‘요소수 대란’ 같은 사태를 겪어야 하나?

배세태 2021. 11. 12. 06:20

※언제까지 ‘요소수 대란’ 같은 사태를 겪어야 하나?

마스크 대란 때나 일본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 때와 어쩌면 그렇게도 판박이일까? “인공 때는 난리도 아니다”라고 할 정도로 큰 시련들을 연거푸 겪고서도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해 이번에도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고난’을 또 한 번 겪고 있다. 이제는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릴 만도 한데 지금처럼 ‘무지’ ‘무능’한 정권은 처음 본다. 이름도 생소한 ‘요소수대란’을 두고 하는 말이다.

중국의 수출 봉쇄에서 비롯된 이번 ‘요소수대란’은 며칠 사이에 물류뿐 아니라 산업계 전반으로 그 피해가 확산되는 형국이다. 특히 소방. 응급차의 운행차질과 같은 국민안전에 대한 우려마저 커지고 있어 그 심각성이 매우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얼마나 다급했으면 군 비축용까지 풀었을까.

‘요소수대란’에 휩싸이게 된 것은 그 근본 원인이 배기가스 규제기준 때문이다. 배기가스 규제기준인 ‘유로 6’가 적용된 2014년 이후 생산되는 모든 디젤엔진에는 SCR(선택적 촉매환원)장치를 구비하도록 되어있다. 그래서 여기에는 요소수가 필수품목이 된 것이다.

다음은 중국의 갑작스러운 요소의 해외반출 규제 때문이다. 배경은 이렇다. 중국이 호주와의 이런저런 갈등 국면에서 호주산 석탄 수입을 금하자 이를 원료로 하던 중국내 요소 추출 공장의 가동률이 현저히 떨어졌다. 그러니 중국도 자국 내 사용분 외에 크게 여유가 없게 됐던 것이고 수출 금지에 이른 것이다.

요소수 품귀는 대부분 디젤차인 대형화물차량을 멈춰 서게 했고, 그로 인해 물류대란이 일어났다. 2년 가깝게 코로나를 겪으면서 거의 모든 영역에서 ‘배달’이 생활화 되어버린 상태에서 ‘물류대란’은 ‘생활대란’으로 이어질 것이 뻔하다.

‘요소수대란‘의 징조는 지난여름부터 보였다. 중국과 외교 마찰을 빚은 호주가 대(對)중국 석탄수출을 줄이자 석탄에서 추출하는 요소 국제가격이 몇 개월 전부터 급등했다. 그러자 중국정부는 지난달 11일 요소, 인산 등의 품목을 별도 검역이나 검사 없이 수출하지 않겠다고 발표했고 나흘 뒤부터 곧바로 수출 중단 조치에 들어갔었다.

정부는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데도 3주일이나 지난 이달 초에야 상황 파악에 나섰다. ‘요소수대란‘의 전조(前兆)가 보였을 때 선제적으로 대처했다면 오늘 같은 큰 위기로 번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청와대는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고 하면서도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신속히 내놓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중국에 대고 큰 소리 한 번 못 쳤다.

2년 전 일본이 반도체 소재 등의 수출규제에 나섰을 때는 청와대는 물론 정부. 여당 할 것 없이 모두 나서서 일본에 대해 초강경 목소리를 냈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폐기 카드까지 동원됐고, 조국 민정수석은 자신의 페이스 북에 동학농민혁명 및 항일의병을 소재로 한 노래, ‘죽창가’를 유튜브 동영상에 올렸다.

그러던 정부가 중국에 대해서는 입 다물고 선처만 기다리는 보기 민망할 정도의 자세를 취했던 것이다. 문 정권의 고질적인 ‘대(對) 중국 저자세‘를 보여준 것이다. 문제는 요소수로 불거진 원자재 대란이 다른 품목으로 확산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마그네슘, 실리콘 등 필수 원자재 값이 치솟고 있으며, 품귀현상마저 보인다.

더욱이 수입품목 중 하나는 특정국가 의존도가 80%를 넘어 공급차질 때 대응이 어렵다고 한다. 그 때문에 글로벌 공급망의 위기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제2의 요소수대란’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는 요소의 경우 소비량의 98%를 중국에 의존한다. 따라서 중국이 요소의 수출을 규제하면 화물차부터 버스, 건설장비 등이 모두 멈춰서야 하고, 요소 비료를 쓰는 농가까지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이다.

이번 사태의 완전 해결은 언제가 될지 모른다. 다행이 한국기업들이 계약해 놓고도 중국의 수출 규제로 묶여 있던 요소 1만8천700t이 순차적으로 국내로 반입된다고 한다. 일단 급한 불은 끄게 됐지만 요소수의 부족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본다.

우리는 중국의 고도성장에 힘입어 오랜 기간 중국 특수(特需)를 누렸다. 그 결과 전체 수출물량의 25.8%, 수입의 23.3%를 중국이 차지할 정도로 중국 의존도가 높아졌다. 미국이 탈(脫) 중국 공급망을 추진하면서 이젠 ‘차이나 프리미엄’ 대신 ‘차이나 리스크’가 덮쳐올지도 모른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이런 와중에 중국 매체들은 “한국이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의 지위를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는 등 ‘요소수 외교’로 공공연히 압박하는 지경이다. ‘사드’보복사태 때를 연상시킨다. 요소뿐 아니라 특정국가 의존도가 80%가 넘는 수입품은 3941개나 되고, 그 중 거의 절반인 1850개 품목이 중국산이라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중국이 마음만 먹으면 우리 산업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제라도 일본처럼 수입처 다변화를 통해 이런 제품들의 중국 의존도를 낮춰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왜냐하면 이런 작은 품목 하나에 한국경제가 타격을 입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물론 희귀 금속이나 광물자원의 국산화도 서둘러야 한다. 그게 당장은 불편해도 중장기적으로 보면 경제는 물론 국가안보에 도움이 되는 길이어서다.

출처: 장석영 페이스북 2021.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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