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2)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 유동규, 배임 빠지고 뇌물액 줄고…윗선(이재명) 수사 막혔다

배세태 2021. 10. 22. 14:14

유동규, 배임 빠지고 뇌물액 줄고…윗선 수사 막혔다
조선일보 2021.10.22 김종용 기자
https://biz.chosun.com/topics/law_firm/2021/10/22/37OHINEZANFILORTCBMUITBOG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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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연합뉴스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기소하면서 핵심 쟁점인 배임 혐의는 공소사실에서 빼고 당초 산정한 뇌물수수액도 줄였다. 유 전 본부장의 배임 혐의 적용 문제는 윗선 수사와 직결되는 것으로 대장동 실체 규명이 안갯속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전날 유 전 본부장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부정처사 후 수뢰 약속 혐의를 적용해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지난달 말 수사에 본격 착수한 지 약 3주 만에 이뤄진 첫 기소다.

유 전 본부장은 성남시설관리공단(성남도시개발공사의 전신) 기획본부장으로 근무하던 2013년 대장동 개발 사업을 민관합동 방식으로 원활하게 해준다는 명목으로 정영학 회계사, 남욱 변호사 그리고 부동산 컨설팅 업체 대표 정재창씨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3억52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이 2014~2015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으로 활동하면서 대장동 개발 사업자를 선정하고 사업·주주협약을 체결할 때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에 유리하게 편의를 제공해준 대가로 700억원을 받기로 한 혐의도 적용했다. 구체적으로 공동 경비와 세금을 제외하면 유 전 본부장 몫은 428억원으로 산정됐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을 기소하면 이번 대장동 의혹 사건의 핵심 쟁점인 배임 혐의를 적용하지 못했다. 수사팀은 지난 2일 유 전 본부장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민간 사업자에게 과도한 이익을 몰아줘 성남시에 손해를 끼쳤다는 혐의를 포함한 바 있다. 사업 협약 당시 민간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빼 성남시에 ‘1163억 플러스 알파’의 손해를 끼쳤다는 게 기존 판단이었다.

그러나 검찰이 유 전 본부장 공소장에는 해당 혐의를 적용하지 못하면서 “윗선 수사가 가로막힌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유 전 본부장 기소 후 약 20일 동안 수사를 진행했지만, 혐의 입증 작업이 부실하게 이뤄졌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재 검찰이 정 회계사의 녹취록을 제외하고 자금 추적 결과 등 또 다른 핵심 증거도 확보하지 못한 상태라는 지적도 있다.

검찰은 “공범 관계와 구체적인 행위 분담을 명확하게 한 후 처리하겠다”고 설명했다. 배임 혐의로 유 전 본부장을 섣불리 기소했다가 이후 수사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취지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구속영장에 적시한 혐의가 빠진 채 기소되는 것은 굉장히 이례적”이라며 “이재명 경기지사까지 윗선으로 올라가는 수사도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고 전망한다.

실제로 검찰은 지금까지 4차례 성남시청 압수수색에는 시장실과 비서실은 제외하다가 유 전 본부장 기소 당일 이뤄진 5차 압수수색에서야 시장실에 진입했다. 이를 두고도 “늦어도 너무 늦었다”, “증거인멸의 시간을 벌어준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에게 5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도 이번 기소 대상에서 제외됐다. 수사팀은 유 전 본부장 구속영장 청구 때는 김씨에게서 ‘수표 4억원과 현금 1억원’을 받았다고 했다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 과정에서는 김씨가 현금 5억원을 건넸다고 구성을 바꿔 논란이 되기도 했다.

윗선 수사는 물론 화천대유로부터 50억원을 받았다는 이른바 ‘50억 클럽’의 실체 규명도 어려워진 상황이다.

광주지검 순천지청장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유동규를 기소하면서 배임 혐의를 뺀 것은 공소권 남용 수준이고, ‘이재명 일병 구하기’에 검찰이 총대 메고 배임 혐의 압박으로부터 벗어나게 하겠다는 의도”라며 “구속영장에 있던 것을 빼는 건 매우 이례적”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유 전 본부장의 변호인은 이날 “유 전 본부장의 심약한 성격이라 공직자로 채용된 이후 뇌물에 대한 경계심과 두려움이 남달라 위례나 대장동 사업에서 거액의 뇌물을 받은 적이 없다”며 “김만배씨가 자기에게 수백억원을 줄 것처럼 이야기하자 맞장구치며 따라다니면 얼마라도 챙길 수 있겠다는 생각에 녹음당하는 줄도 모르고 얘기하다 이번 사건의 주범 혹은 키맨으로 잘못 몰린 사건”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