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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기업 세대교체, TGIF의 구글과 애플도 "Sell"

배셰태 2011. 5. 23. 12:38

IT기업 세대교체, TGIF의 구글과 애플도 "Sell"

머니투데이 경제 2011.05.23 (월)

 

글로벌 정보기술(IT) 산업에 대규모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지각변동의 핵심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즉 인간관계를 지원하는 기술 서비스이다. 미국 직장인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회사인 링크드인의 성공적인 기업공개(IPO)는 이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링크드인은 지난 19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 상장한 첫날 주가가 94.25달러로 마감하며 공모가 대비 두 배 이상 올랐다. 링크드인의 주가 급등은 뉴욕 증시에 1990년대 닷컴 버블이 재연되고 있다는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하지만 링크드인에 대한 투자자들의 폭발적인 관심에서 진정 주목해야 할 것은 IT산업의 화두가 SNS로 바뀌고 있다는 사실이다. 기술 혁명의 핵심은 PC에서 모바일로 산업 주도권의 이동이 아니라 기술에서 인간으로 산업 주제의 변화라는 점이다.

◆SNS 혁명, TGIF의 멤버 구글조차 위협한다
1980년대 이후 IT 산업의 중심은 PC였고 PC시대의 주인공은 윈텔(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인텔)이었다. 인터넷이 등장한 이후로도 IT 산업의 중심은 PC였다. 인터넷을 가능하게 해주는 기반이 PC였기 때문이다. 아마존과 이베이가 윈텔의 벽을 깨고 IT산업의 혁신 리더로 부상할 수 없었던 이유도 여기 있었다.

이러한 흐름에 변화를 가한 것이 1998년 설립된 구글이었다. 구글은 강력한 검색엔진을 기반으로 혜성처럼 등장해 인터넷 시대에 진정한 정보 혁명을 일으켰다. 구글은 애플이 주도하고 있는 스마트폰 모바일 시대에는 윈텔을 대체하는 지암(구글의 G+ARM)으로 대처하고 있다. 지암이란 구글의 모바일 운용체제 안드로이드와 영국의 반도체칩 설계업체 ARM의 연합을 뜻한다.

덕분에 구글은 스마트폰 시대의 4대 강자, TGIF(트위터-구글-아이폰-페이스북)에 포함됐지만 SNS 시대에 가장 먼저 추락할 IT기업으로 지목되고 있다. 미국의 투자전문지 인베스터스 비즈니스 데일리는 "인터넷이 미디어와 음악산업을 바꾼 것처럼 소셜 미디어는 컨텐츠에 접근하고 정보를 검색하는 방법, 즉 구글의 핵심 사업을 바꿀 것"이라고 밝혔다.

◆SNS는 가입자간 관계와 선호도까지 파악
SNS 기업들은 가입자들의 기본적인 인적 정보뿐 아니라 가입자간 관계와 선호도 등 구글은 도저히 접근할 수 없고 검색할 수도 없는 세세한 정보들까지 확보하고 있다. 이 방대한 정보들은 사람들이 교제하는 방법, 기업과 고객이 교류하는 방법, 기업이 직원을 뽑는 방법 등 인간사회의 전반적인 소통 방식을 바꾸고 있다.

예를 들어 링크드인은 미국 기업들이 직원을 채용하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소프트웨어 회사인 심플리파이드의 에릭 올덴 최고경영자(CEO)는 "링크드인은 직원을 채용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며 "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 필요한 사람이 어디 있는지 아는 것이 중요한데 링크드인이 이런 정보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IT 리서치 회사인 스트래터지&인베스트먼트의 빌 와이먼 애널리스트는 "SNS의 대표주자 페이스북은 단순한 소셜 네트워크가 아니라 인터넷 그 자체를 구성하는 거대한 부분집"이라며 "수많은 인터넷 이용자들이 SNS를 통해 연결되면 인터넷 자체가 SNS 중심으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시가총액 2위 애플, 성장세 이어갈까
TGIF에서 G의 구글이 추락하고 있다면 아이폰의 I를 나타내는 애플은 어떨까. 주가 흐름으로 보면 구글은 윈텔의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처럼 내림세를 타고 있지만 애플은 변동성만 커졌을 뿐 여전히 가장 시가총액이 큰 IT기업의 총아이다.

하지만 투자 전문사이트 마켓워치의 IT 칼럼니스트 존 시널은 거침 없이 "애플을 팔고 링크드인을 사라"고 조언한다. 시널은 "애플은 이미 7년간 랠리를 이어오며 시가총액이 3120억달러에 달한다"며 미국 시가총액 2위 기업이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널은 특히 최근 주가가 급락하고 있는 과거 한 때의 IT 스타 시스코 시스템즈를 애플에 비유했다. 시스코는 2000년 3월28일 시가총액이 5550억달러으로 기술기업 1위였지만 현재 시가총액이 910억달러로 쪼그라들었다. 기업의 내적 성장세가 주가를 상승 견인해주지 못했던 것이다.

미국 기술기업의 상징 인텔이 PC시대가 가고 있다는 이유로 최근 골드만삭스에 '매도' 의견을 받고 시스코는 네트워킹 장비 수요가 줄며 주가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새 성장 동력을 찾아 인터넷 전화회사 스카이프를 인수했지만 투자자들의 환호를 얻지 못했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의 기술 칼럼니스트 데이브 캔서스는 이들 기술기업의 주가가 뉴욕 증시 평균보다도 싸다며 한 때 성장주로 각광 받던 대형 기술기업들이 가치주가 되어 버렸다고 지적했다. 다만 역사가 오랜 기술기업 중 유일한 예외가 애플이라고 덧붙였다.

◆SNS 혁명의 본질은 기술이 아니라 인간관계
그렇다면 애플은 SNS 혁명의 시대에 살아 남을까. 아니면 시널의 불길한 예언처럼 애플도 시스코와 같은 몰락의 길을 걸을 것인가. 답은 인간에 대한 이해에 달려 있다. SNS 혁명의 핵심이 기술이 아니라 인간관계에 대한 이해에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더욱 그렇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 CEO는 지난해 1월 아이패드, 5월 아이폰4, 지난 3월 아이패드2 발표회 때마다 관중들에게 똑 같은 사진 하나를 소개했다. '기술(Technology)'과 '인문학(Liberal Arts)'이라고 적힌 두 갈래 길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찍힌 사진이다. 잡스는 이 사진을 가리키며 "애플의 DNA는 기술만이 아니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리의 DNA는 기술과 인문학의 결혼이다"라고 말했다.

애플이 윈텔만큼 오랜 기술기업이면서 윈텔이나 휴렛팩커드, 심지어 젊은 기업 구글보다 더 각광 받는 이유는 현재 진행 중인 IT 혁명의 본질은 기술이 아니라 인간 그 자체라는 사실을 이해했기 때문이다.

SNS 혁명의 주역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이클 저커버그 CEO는 지난해 시사주간지 '타임'의 '올해의 인물'로 선정된 뒤 인터뷰에서 "나는 컴퓨터 과학을 전공한 사람이지만 동시에 심리학도 함께 전공했다"고 말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 있는 페이스북 본사에는 '우리는 기술기업인가?'라고 묻는 표어가 붙어 있다. 페이스북 본사에 붙어 있는 이 표어야말로 현재 진행되고 있는 IT 혁명의 본질을 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