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2)

■■미국 전문가들 "북한, 현재 미국과 핵 협상 의사 없어…한국 압박해 보상 얻으려 해"■■

배셰태 2021. 10. 1. 17:44

미 전문가들 "북한, 현재 미국과 핵 협상 의사 없어…한국 압박해 보상 얻으려 해"
VOA 뉴스 2021.10.01 조은정 기자
https://www.voakorea.com/a/625247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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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한국 서울역에 설치된 TV에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시정연설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김정은 위원장의 시정연설에 대해 북한이 현재 미국과 핵 문제를 두고 협상할 의사가 없다는 것이 명백하다고 분석했습니다. 한국 문재인 정부의 남은 임기 동안 한국을 통해 보상을 얻으려 한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9일 시정연설을 통해 바이든 정부를 비난하고 나선 데 대해 미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국의 대화 제안을 분명히 거부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북한, 미국과 관여 의사 없어... 핵 문제 논의 원치 않아”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보는 30일 VOA와 전화통화에서 “김정은의 셈법이 무엇인지 분명하지 않지만, 명백한 것은 북한이 현재 미국과 관여할 의사가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1990년대 북한과 제네바 핵 협상과 미사일 협상 등에 나섰던 아인혼 전 특보는 “김정은이 왜 이렇게 미국과 관여하는 것을 꺼리는 지 모르겠지만, 그는 소위 ‘미국의 적대정책’이라는 핑계를 계속 대며 관여를 피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인혼 전 특보는 또 바이든 정부가 역대 미 행정부들이 추구해 온 적대시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는 김 위원장의 주장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과 그의 보좌진은 매우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협상 자세로 북한과 관여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고 반박했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담당 수석부차관보도 VOA에 “북한은 명백히 미국과의 대화를 서두르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미국이 비핵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것을 북한은 알고 있고, 북한은 그 주제에 대해 대화하는 데 관심이 없기 때문에 서두르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도 “미국이 북한에 대해 소위 적대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하는데, 미국은 북한과 함께 핵무기는 물론 그 이외 문제들을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수 년간 명백히 밝혀왔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핵무기만 빼고 무엇이든 논의하겠다는 일관된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고 힐 전 차관보는 평가했습니다.

“북한, 대화 대상을 미국에서 한국으로 옮겨”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미한정책국장은 김 위원장의 연설에서 대미 전략에 변화가 있다는 징후는 없지만 ‘전술적 이동’이 나타났다고 분석했습니다. 트럼프 정부 때는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에 집중한 반면, 바이든 정부 들어서는 남북대화에서 성과를 올리는 쪽으로 북한이 전술을 바꿨다는 것입니다.

스나이더 국장은 “북한이 미국보다는 한국을 통해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결과”라며 “실질적인 보상을 원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종전선언은 실질적인 보상이 아니라며 “김정은은 어떤 형태로든 남북간 경제협력 관계를 복구하길 원한다고 본다”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남은 임기 동안에도 북한이 여러 가능성을 탐색하기에 시간은 충분하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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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국방과학원은 28일 오전 자강도 룡림군 도양리에서 새로 개발한 극초음속미사일 '화성-8형' 시험발사를 진행했다며 사진을 공개했다.

“한국 압박해 미국의 제재 완화, 주한미군 철수 등 노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김 위원장이 시정연설을 통해 “제재 해제라는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며 “북한 내부 상황이 매우 절박하다는 신호”라고 말했습니다. 맥스웰 연구원은 “김정은에게 있어 모든 협상의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은 제재 해제”라면서 이번 시정연설도 이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맥스웰 연구원은 “한국이 제안한 종전선언, 인도주의 지원은 모두 김정은의 흥미를 끌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한국이 북한과 정상회담을 추진하길 바라고, 종전선언도 적극적으로 추진함에 따라 북한은 한국의 이런 (관계 개선에 대한) 간절함을 이용하려 한다”고 분석했습니다. 한국이 미국을 압박해 ‘소위 대북 적대정책’을 줄이도록 하려는 목적이라는 것입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북한이 적대정책을 철회하라고 말 할 때는 “미-한 군사동맹을 종료하고, 주한미군, 한반도와 주변에 배치된 미군 자산을 철수하라는 뜻”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것이 북한의 목표이며 이번에 한국의 남북대화에 대한 간절함을 기회로 삼으려는 듯하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1994년 북 핵 1차 위기 당시 미-북 제네바 기본합의의 주역인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 핵 특사는 김정은 위원장의 시정연설에 대한 반응으로 “대북 제재 체제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계속 생각해왔다”고 밝혔습니다. 갈루치 전 특사는 “제재가 어떤 진전을 이뤄내야 하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대화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듯하다”고 평가했습니다. 갈루치 전 특사는 “북한을 대화로 이끌기 위해 보상해 주자는 것이 아니라, 일부 제재 중지 등 부분적 조치들을 점검해 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재검토는 바이든 정부가 이전 미국 정부들과 달리 새롭게 출발한다는 신호를 북한에 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