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2)

북한의 도발에 안이한 ‘우몽(愚蒙)’ 정부

배세태 2021. 9. 19. 09:56

※북한의 도발에 안이한 ‘우몽(愚蒙)’ 정부

북한이 장거리 순항미사일 발사에 이어 지난 주말엔 탄도미사일 두 발을 처음으로 열차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것은 우리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열차에서의 발사는 군. 정보 당국이 사전은 물론 사후에도 전혀 탐지하지 못했고, 북한이 관영매체를 통해 발표한 뒤에야 발사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만약 이게 실전 상황이라면 아군은 어떻게 됐을까.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북한은 ‘철도기동미사일연대’를 창설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한. 미 당국이 도로 중심으로 북의 탄도미사일을 추적하던 기존의 방식으로는 감시. 타격이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더욱이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미사일은 사거리가 1500km나 되어 한반도 전역을 사정권(射程圈)에 두는 것은 물론, 유사시에 한. 미동맹의 후방기지 역할을 하는 주일 미군기지까지 타격이 가능하다고 한다.

북한이 공개한 철도기동미사일체계는 평상시엔 열차 격납고에 미사일을 싣고 다니다가 정차한 뒤 미사일을 그 자리에서 쏘는 형태다. 철도기동기차는 4량으로 이뤄졌으며, 열차 칸에 탄도미사일이 탑재된 발사대가 가로로 눕혀져 있다가 발사 장소에 이르러서 발사대를 수직으로 세워 쏘는 방식이다.

지금까지 북한은 바퀴나 무한궤도를 사용하는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를 개발해 운용해 왔다. 그러나 도로사정이 열악해서 ICBM (대륙간 탄도미사일)의 경우 움직일 수 있는 도로는 한정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새로 개발한 것이 철도기동미사일 발사체계이다. 열차에 여러 발의 미사일을 싣고 다니다가 쏘거나, 수많은 터널 속에 숨어 있다가 기습적으로 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만약 여객용 열차로 위장하면 유사시에 탐지 및 타격이 어렵다.

따라서 도로 중심으로 북 미사일 이동식 발사대 움직임을 감시해온 감시. 타격체계의 전면적인 수정. 보완이 필요해 진다. 군 당국은 “북한은 한. 미 미사일 방어망의 요격을 회피하는 KN-23 이스칸데르 미사일 등 신종 무기 3종 세트에 이어 사거리 1500km 장거리 순항미사일, 열차 발사 미사일까지 속속 등장시키고 있다”며 “ 한. 미 대응체계의 허점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북한에 대한 적극적인 대비가 시급하다”고 했다.

그런데 문제는 북이 이렇게 도발을 계속해도 문재인 정부의 태도가 안이(安易)하다는 점이다. 문 정부는 9.19 남북평양공동선언 3주년, 남북한 유엔 동시가입 30주년 등 역사적 사안을 계기로 한 번 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재가동하는데 전념하는 모양이다. 실제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한 유엔 동시가입 30주년을 맞아 유엔에서 연설하기 위해 방미한다. 코로나 19로 유엔은 총회를 비(非)대면으로 한다고 하는데도 참석을 강행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게다가 이번 문 대통령의 방미에는 BTS(방탄소년단)을 대동한다고 한다. 북의 도발이 계속되고 있고, 코로나19 확진환자의 증가추세도 여전한 엄중한 상황인데도 굳이 방미를 고집한 것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재현을 위한 것이 아닌가 한다. 부질없는 짓이다. 청와대는 지난 7월 27일 남북통신선이 복원될 때만 해도 추석 화상 이산가족 상봉을 포함한 남북관계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것 같다. 그러나 북이 대응치 않아서 무위(無爲) 로 끝났다.

특히 북한은 지난 15일엔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에 해당하는 탄도미사일을 쏘고, 같은 날 김여정은 문 대통령을 어리석고 사리에 어둡다는 뜻의 “우몽(愚蒙)하다“고 비난했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이에 대해 ” 특별히 언급하지 않겠다.“고 했다. 아니 이게 무슨 소리인가. 그 동안 김여정은 우리 대통령을 얼마나 비천한 말로 비난을 해왔는가. 그리고 이번에도 망발을 했는데 그냥 넘어가겠다는 것인가.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단호하게 대처했어야 했다. 매번 이런 식으로 미지근하게 대하니 저런 버릇없는 짓을 계속하는 게 아닌가.

이와 함께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기차에서 발사한 사실을 공개하자 청와대는 “철도협력이 이뤄지지 못할 것”을 걱정한 모양이다. 지금 그게 문제인가. 물론 김여정의 담화나, 기차에서 미사일을 발사하는데도 맞대응을 자제하는 이유를 모르는 바가 아니다. 대통령의 임기가 8개월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남북 관계를 더는 악화시킬 수 없다는 판단도 했을 수 있다. 하지만 늘 저자세로 나가니까 북한이 무시하는 것이다.

북한이 이런 도발을 계속할 경우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는 더욱 강화될 것이고, 남북간 또는 미북간 대화는 물론 대(對)북한 인도적 지원도 끊어진다는 것을 북에 확실하게 알려야 한다. 특히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대북제재로 더 이상 생존이 어렵다는 것을 전해야 한다. 그럼에도 정의용 외교장관은 북한 미사일 발사 직후 “문제 해결을 위한 북한과의 대화가 시급하다는 걸 보여준다.”고 했다. 북의 도발에도 남북 대화부터 해야 한다는 뜻이다. 통탄할 일이다.

국방부는 이번에도 종전처럼 미사일 도발이 이틀이 지나도 여전히 “분석 중”이라고만 답했다. 통일부는 대북 인도적 지원을 강조했다. 외교부 차관은 북이 영변 핵시설을 재가동하자 ”남북합의 위반은 아니다“라며 북을 두둔했다. 가슴을 칠 일이다. 18일자 외신은 북한이 영변핵시설에서 우라늄 농축시설을 확충하려는 징후를 포착했다고 전했다. 미사일의 계속적인 발사에 이어 핵시설 가동을 본격화하면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감은 더 높아질 것이다.

정부는 도쿄올림픽과 내년 베이징동계올림픽을 이용해 남. 북. 미 화해무드 재가동을 하려했으나 실패하자 ‘평화 쇼’를 더 추구하려는 것 같다. 북한이 도발할 때마다“별일 아니다”라고 하는 것은 내년 3.9 대선용으로 어떻게 하든 남북 이벤트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는 것쯤은 국민들이 안다. 제대로 된 정부라면 북의 도발에는 ‘대화’ 보다 ‘제재 강화’를 먼저 생각해야한다. 심각한 위협에도 ‘평화 쇼’만 생각한다면 그거야말로 ‘우몽’한 정부라는 것을 알기 바란다.

출처: 장석영 페이스북 2021.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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