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2)

윤석열 '고발 사주', 박지원 게이트와 정치공작에 관한 거친 생각들

배세태 2021. 9. 14. 10:20

※고발 사주, 박지원 게이트와 정치공작에 관한 거친 생각들…

● 김웅 의원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의 발부 자체가 부적절하였다.

수사는 임의수사가 원칙이다. 강제수사란 임의수사로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운 예외적 경우에 인정된다. 그래서 강제수사를 하는 것에 대하여는 요건을 엄격하게 정하여 신중하게 처리하도록 주문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영장의 발부가 지나치게 쉽게 이루어졌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형사소송법 제215조는 ‘검사는 범죄수사에 필요한 때에는 피의자가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고, 해당 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에 한정하여 지방법원 판사에게 영장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고’란 피의자가 특정한 범죄를 범하였다고 볼 개연성에 대한 소명이 있는 경우를 말한다.

이러한 기준을 놓고 보면 이른바 ‘고발 사주’ 사건에서 압수수색이라는 강제수사의 방법을 사용한 것 자체가 문제 될 여지가 있다. 尹에 관하여 확인된 내용이 전혀 없다. 그저 손준성이라는 검사가 그의 부하다는 사실 외에 尹이 이 사건에 어떻게 관여하였는지에 대한 아무런 소명이 없다. 尹이 언제 어디서 사주를 어떻게 했는지 모른다. 막연한 의혹 제기 외에 아무런 실체가 없는 것이다.

첩보만 있는 경우의 압수수색 업무의 처리에 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법원의 실무 책자에 따르면 혐의사실의 구체성과 중대성, 압수수색으로 인한 법익침해의 가능성, 다른 증거수집 방법의 존부(存否)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영장의 발부 여부를 결정하도록 기술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尹의 구체적인 혐의사실이 무엇인지조차 모른다.

공수처도 스스로 범죄 의혹이 소명된 것이 아니라, 언론이 요구하니 수사한다는 식의 태도이다. 그러한 공수처가 요구하는 압수수색 영장을 법원이 제대로 걸러내지도 못하고 무신경하게 영장을 발부하였다. 이것 자체가 문제다.

특히 수사의 단서를 수집하려는 탐색적 압수수색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영장 발부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보아 불허하여야 한다는 것이 실무의 기본원칙이고 보면, 수사해 봐서 범죄 혐의를 찾아보겠다는 공수처의 태도를 법원이 받아들여 압수수색 영장의 발부한 것은 심히 부적절하다.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 이후에 법원장 추천제나 각급 법원에 법관사무분담위원회 등이 도입되면서, 이를 통하여 주요 법원의 형사부 판사나 영장전담판사에 정치적 편향성이 강한 법관을 배치하기가 상대적으로 더 용이하게 되었다는 주장은 줄곧 해오던 바다. 대법원장 스스로 ‘정치적 고려를 해야 한다.’라는 말을 하였다가 그것에 세간에 알려지면서 법원의 중립성에 치명상을 입힌 적이 있다. 국제인권법연구회가 부상하면서 법원의 정치적 편향성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드러나는 것이 현 대법원 체제이다. 그런 대법원이 대선 앞에 정치적으로 지극히 민감하게 발생한 사안을 두고, 그 피의 사실의 개연성을 소명하여야 하는 최소한의 요건조차 살피지 않고, 압수수색 영장을 불쑥 발부하였다. 부적절하다.

문재인이 만든 공수처가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니, 김명수의 대법원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덜컥 발부해줬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 문재인이 만들고 길들여온 기관들이 한 몸처럼 훌륭한 팀플레이를 한다는 의혹도 가능하다. 실체가 어떠하든 비판의 빌미를 준 셈이다.

● 尹에 관한 의혹이 너무나 막연하니 박지원 게이트가 불거지는 것이다.

尹에 관한 의혹의 근거는 손준성 검사가 부하라는 것 외에 별다른 것이 없다. 그러니 ‘정치공작’이라는 말이나 ‘박지원 게이트’라는 말이 쉽게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만약에 尹에 대한 의혹이 실체가 분명하고 국민이 수긍할 수 있다면 박지원 게이트를 언급해도 국민이 그곳에 크게 눈을 두지 않는다. 尹에 대한 의혹이 너무 막연하고 실체가 드러날 것 같지 않으니, 박지원 관여 사실이 수면 위로 드러나자 대중은 그곳에 더 눈을 돌리는 것이다.

정치적 수양딸, 내밀한 관계, 젊은 여성 기업가 겸 정치인, 노회한 정치인이자 권력의 실세, 고급 아파트, 마세라티 운전, 국정원장 공관 방문, 페북에서 친분을 과시하는 메시지의 교환, 9월 2일은 우리 원장님이나 내가 원하지 않았던 날짜, 이진동이 ‘치자’고 결정 등등의 표현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어떤 사실이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이러한 표현들로 상상할 수 있는 박지원과 조성은에 대한 의혹과 ‘손 검사가 당신 부하 아니냐’라며 던지는 尹에 대한 의혹 중 어떤 것이 더 설득력 있는지를 생각해보면, 그 답은 쉽다. ‘단지 부하라는 이유로 고발을 사주했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박지원 게이트’를 언급하는 것을 두고 기만전술이라고 말하는 것은 염치가 없다. 여당이 ‘박지원 게이트’를 물타기라고 의미를 축소하려고 해도 그것이 잘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더하여 현직 판검사가 누구를 고소·고발한다는 것은 그리 흔한 일이 아니고, 더군다나 남을 시켜서 고소·고발한다는 것은 쉽사리 상상하기 어렵다. 판검사라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신변과 관련하여 이런저런 일이 생기는 것 자체를 평판을 갉아먹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고발과 같이 논란을 만들 일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러한 현상은 고위직으로 갈수록 더 강화되는 면이 있다. ‘늘 공(公)’의 보신(保身)의 태도가 체화되어 있다고 보아도 된다. 물론 일반화할 일은 아니지만, 대체로 그러하다는 말이다. 게다가 정권이 지속해서 견제하고 감시하여 온 검찰총장이 그런 위험을 무릎 쓰고 고발을 사주한다는 것은 지나친 상상력이다.

그래서 처음 검찰총장이 누구를 시켜서 고발장을 제출하게 하였다는 말이 나올 때부터 별로 신뢰하지 않았다. 이러한 태도는 굳이 윤석열 검찰총장만이 아니라 김오수 검찰총장이 그리하였다고 해도 믿지 않을 것 같다. 물론 다분히 개인적인 경험치에 따른 판단이므로 정확하지는 않다.

● 여당은 정치공작으로 얻는 것이 있다.

사안의 성격상 진실은 드러나기 쉽지 않지만, 그런 사정으로 지루하게 끌고 가기는 오히려 충분하다.

불구속의 상태로 수사하면 수사하는 데만도 몇 달은 쉽게 지나간다. 그러고 적당한 소명자료를 얼기설기 엮어서 기소해두면 결론은 나지 않은 상태에서 1심만 계속하다가 대선까지 이를 수 있다. 대선 선거운동 과정에서 이 소재는 尹 후보에 대하여 충분히 부정적인 소재로 활용될 수 있다. 재판이 끝나지 않아도 되고, 대선 직전에 일부라도 유죄가 나오면 대선판은 결단이 난다. 그리고 그 정치 사건의 판단은 김명수 대법원장의 법원에서 하게 된다.

다른 방법도 가능하다. 하나의 의혹으로 여론을 만들고 압수수색을 집행한다. 그 과정에서 의혹의 내용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가 나타나지 않아도, 압수수색 과정에서 다른 의혹이 툭 불거지면 그것으로 화제를 옮기면서 확대 재생산할 수 있다. 그 와중에 좌파 시민단체들이 벌떼처럼 일어나 여론을 만들고 분위기를 조장하려고 애쓸 것이다. 그렇게 작은 의혹으로 시작한 일은 나중에 다른 거대한 의혹으로 발전할 수 있다. 실체관계는 중요하지 않다. 작은 의혹이 큰 의혹을 만드는 불씨만 되어 주면 충분하다. 이러한 방식은 이 정권이 ‘국정농단’이나 ‘적폐몰이’를 하면서 자주 활용하던 방법이다. 야당 후보 죽이기에 활용하지 말란 법이 없다.

● 꽹과리 소리는 높은데 실체는 보이지 않는다.

앞서도 언급하였지만, 尹이 손준성의 상사라는 것 외에 尹이 손준성에게 고발을 지시하였다는 사실을 밝힐 근거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면서 논의의 중심은 오히려 김웅과 조성은에게 몰리는 느낌이다. 이 사건을 제대로 엮으려면 많은 연결고리를 이어야 한다. 尹에서 손준성으로, 손준성에서 김웅으로, 김웅에서 조성은으로 계속 이어지는 이 연결고리들이 다 이어져야 여당이 말하는 시나리오가 만들어진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尹에서 손준성으로 이어지는 부분이다. 이 부분이 연결되면 그 이후의 연결고리들은 사실 없어도 된다. 반면 이 부분이 연결되지 않으면 그 이후의 관계가 모두 연결되어도 아무 의미가 없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尹과 손준성의 연결고리는 막연한 안개 속이고, 오히려 그 이후의 연결고리만 잇는다고 난리들이다. 여당은 아무래도 대단한 억지를 피워 손준성과 김웅, 김웅과 조성은의 연결고리를 대강 연결하여 두고는 ‘이봐라 尹과 손준성이 연결되지 않았느냐’라고 우길 모양이다. 尹과 손준성 사이에는 아무런 연결고리가 없는데, 손준성 이후의 연결고리만 가지고 꽹과리 소리만 키우는 느낌이다.

● 김대업에 대한 아름다운 기억을 가진 자들에게 정치공작은 중독이다.

김대업이라는 사기꾼을 데려와 허위사실을 유포하면서 대선판을 뒤집는 정치공작을 하였던 집단이다. 김대업이 당시 성공하지 못하였거나, 김대업을 포함한 모든 관여자에 대하여 엄한 처벌이 이루어졌으면, 그 이후 우리 정치에서 공작은 상당히 정화되었을 것이다.

김대업이라는 사기꾼의 힘을 빌려 정권을 재창출하였고, 그에 대한 고마움 때문이었는지 그는 징역 1년 10월이라는 가벼운 처벌만을 받았다. 그러면서 노무현으로 정권을 재창출하였고, 노무현의 힘을 빌려 586 운동권이 대거 정치에 입문하였다. 그렇게 등장한 정치인들이 현 정권의 실세가 되어 있다. 그들에게 정치공작은 톡톡히 남는 장사다. 사기꾼 하나만 살짝 꼬드겨 낼 수 있으면, 그자가 살짝 가벼운 처벌을 받는 것 외에는 큰 손해 보는 것 없이 5년 동안의 정권을 그들의 전리품으로 가질 수 있다. 그러니 그 기억이 주는 중독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대한민국 정치문화의 수준을 아주 저급하게 만든 대표적인 계기가 된 사건이다. 그러니 선거철만 되면 좌파들의 정치공작이 빠지지 않는다. 그것의 진위를 가리느라 허송하다 보면, 이미 부정선거의 전리품은 저들의 손에 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까지 일어나는 생태탕, 페라가모, 쥴리 벽화도 모두 그 연속선상에서 이해하면 쉽다. 선거를 위해서라면 드루킹도 얼마든지 쓴다. 청와대가 선거에 개입하는 것도 그럴 수 있다 싶다. 김대업이 낳은 정권의 후속 버전이 현 정권인데, 그들에게 김대업의 기억이 잊히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지나치게 무리이다.

그래서 정치공작에 대하여 국민 모두 더 단호하게 대할 필요가 있다.

(이상은 지극히 개인적인 거친 생각입니다.)

출처: 김태규(변호사) 페이스북 2021.09.13
https://www.facebook.com/100001969221405/posts/4246362045439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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